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너무 애쓰지 말자

콩사탕나무
콩사탕나무 · 나답게 살고 싶은 사람
2023/10/19

딸아이의 피아노 콩쿠르가 있었다. 몸이 좋지 않아 제대로 준비하는지, 연습하는지도 신경을 써주지 못했다.

명절이 끝나고 감기에 걸려 열이 나던 날, 집에서 쉬라는 내 말에 눈물을 뚝뚝 흘리며 레슨을 받으러 가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던 딸이다. 내 아이이지만 나름대로 욕심도 있고, 똑 부러지고, 주어진 것은 뭐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누굴 닮았나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대체 늬집 자식인지 하고 낯설 때가 있지만, 섬세하고 예민한 성향이 앞으로 살며 스트레스를 꽤나 받을 것 같아 걱정되기도 한다.

콩쿠르 당일 학원에 들러 연습하고 해당 장소로 이동했다. 아이는 떨린다며 상기된 얼굴에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긴장하지 말고 연습한 대로만 편안한 마음으로 연주하라’는 나도 지킬 수 없을 것 같은 말들로 아이를 안심시켰다.

한 대학의 공연 홀에 도착하여 순번표를 받고 드레스 대기실에서 순서를 기다렸다. 부모는 공연장에서 기다리라는 말을 듣고 아이에게 눈짓으로 인사를 건네며 헤어졌다.

피아노의 ‘피’도 모르는 어미지만, 앞선 다른 아이들의 연주를 지켜보는 동안 심장이 마구 요동을 쳤다. 아이의 긴장감이 내게 옮겨가기라도 한 듯 입술이 바짝바짝 마르고, 손에 땀이 났다.

건반 몇 개를 잘못 누르고는 곡 자체를 잊어버렸는지 피아노 앞에서 얼음이 되어버린 아이, 실수하고 고개를 절레절레하다 심사위원의 종소리를 듣고 그냥 퇴장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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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천천히 정성을 다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schizo12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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