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선명한 삶의 의지

콩사탕나무
콩사탕나무 · 나답게 살고 싶은 사람
2024/10/12
 
어떤 글을 읽다 문득 최은영 작가의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가 떠올랐다. 몇 달 전 도서관에서 대여했다 시간에 쫓겨 그대로 돌려주었는데, 그 뒤로 예약자가 많아 한참 만에 내 손에 들어왔다.

서평이라 하기엔 거창하고, 책을 읽고 간단한 감상(!)이라도 남겨두고 싶은데 무기력이 극에 달해 아무것도 하기 싫은 요즘이다. 꾸역꾸역 좋았던 문단을 타이핑해두는 것으로 대신한다.

어느 날 아무런 코멘트 없이 옮겨둔 문장을 바라보면 당시 느꼈던 울림은 온데간데없이 ‘이거 왜?’하고 의아해하는 나를 발견한다. 그럴 땐 책을 덮고 느꼈을 감동, 휘발 되어버린 당시의 내 감정이 조금 궁금해진다. 짧게라도 생각을 기록하자고 지키지 못할 다짐을 한다.

삼천포에서 다시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로 돌아와서.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을 콕콕 쑤시는 알 수 없는 감정이 일었다. 소설 속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지극히 사적인 개인의 사건들이 왠지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등장인물들의 이유 있는 결핍, 좀처럼 채워지지 않은 공허함이 결코 남의 이야기만은 아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한 번쯤 느껴봤을 법한 불편한 감정의 실체를 작가의 언어를 통해 들여다봤다고 할까?

인물들의 미묘한 관계, 복잡한 감정을 표현하는데 탁월한 최은영 작가의 소설이 그러하듯, 책을 읽으며 나는 마치 주인공이 되어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감정이입이 되었다. 이런 소설을 쓰는 사람, 그들은 누군가 아무리 노력해도 가질 수 없는 재능을 지닌 사람이 아닐까 감탄과 부러움이 교차했다.

개인적으로 7편의 단편 중 표제작 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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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천천히 정성을 다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schizo12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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