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문장을 쓰지 못하는 작가들에 대해서
베르나르 키리니의 단편 <첫 문장 못 쓰는 남자>에서 주인공 굴드는 제목처럼 첫 문장을 쓰지 못하는 작가다. 수 년 전부터 구상한 책을 쓰기로 마음 먹은 순간, 그는 첫 문장을 쓰지 못해 글을 더 진행하지 못한다.
굴드는 짜증이 났다. 불안에 사로잡힌 그에게 훨씬 더 획기적인 생각이 떠올랐다. 첫 문장을 괄호로 처리한다면 두 번째 문장이 첫 문장이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두 번째 문장 역시 괄호로 처리하는 거다. 그러면 세 번째 문장이 첫 번째 문장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세 번째 문장 역시 괄호로 처리할 것이고, 네 번째와 다섯 번째 문장도 괄호로 처리하는 거다. 흥분의 절정에 다다른 굴드는 책의 첫 세 단락을 단숨에 써내려갔다.
˝(•••) (•••) (•••) (•••) (•••) (•••) (•••) (•••) (•••) (•••) (•••) (•••) (•••) (•••) (•••) (•••) (•••) (•••)˝
그는 단 하루 만에 책을 완성할 수 있었다. 그는 자랑스러움에 취해 그것을 두 번 되풀이해 읽고 나서 지쳐 쓰러졌다. 그렇게 해서 굴드는 한 권의 소설을 써낸 작가가 되었다. 첫 문장을 시작할 수 없어서 결국 아무 내용도 쓰지 못한 소설의 작가.
- 베르나르 키리니, <첫 문장 못 쓰는 남자>(p.17)
이 소설을 읽으며 나는 생각했다. 내 글의 첫 문장을 '첫 문장을 쓸 수 없었다'로 시작하는 것이다. 그 다음 문장은 '두 번째 문장을 쓸 수 없었다'로 쓰면 된다. 그렇게 쓰게 될 글의 내용은 최종적으로 '나는 글을 쓸 수 없었다'가 될 것이다. 와, 나는 작가다! 도박빚에 시달리던 도스토옙스키도 나보다 빨리 쓸 순 없을 것이다. 옘병.
결국 굴드처럼 나는 쓸 수 없어 쓰지 못한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나와 같은 자들은 서로 모여 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