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노래를 들어라

적적(笛跡)
적적(笛跡) · 피리흔적
2023/07/03
어둠이 맨발로 옵니다. 한지 끝에 물을 듬뿍 묻힌 붓으로 검은 점 하나를 찍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번지는 어둠을 물끄러미 확인합니다. 마트나 상가도 문을 닫을 시간입니다. 
   
그런 시간에 특정한 어떤 음식이 떠오릅니다. 
   
편의점으로 가서 그 음식을 아니 빵을 사 옵니다. 너무나 뻑뻑한 식감으로 목은 멜 것이고 반으로 갈라 보면 안의 생크림은 싸구려 크림인지라 부드럽지도 고급스럽게 달콤하지도 않습니다.
   
포장을 뜯는 순간부터 후회합니다. 이 빵 하나를 다 먹을 수 있을까? 이 뻑뻑한 맛을 입안 가득 밀어 넣고 이 더위에 빵의 조직을 씹으며 견뎌낼 수 있을까 크림 속에 서걱거리는 설탕 가루를 뱉지 않고 삼킬 수 있을까.
   
그런 생각들을 하며 빵 하나를 먹습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 더 맛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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