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노래를 들어라

적적(笛跡)
적적(笛跡) · 피리흔적
2023/03/23
너무 열심히 일한 척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하루가 나이의 속도만큼 지나간다는데 
오늘은 그보다 더 빠르게 속력을 내는 듯했습니다. 내 나이 대의 속력으로 달리는 차 안에선 창문을 내리고 손을 내밀어 보면 혹은 창밖을 바라다보면 손으로 감겨오는 바람의 손아귀와 가녀린 뼈가 느껴집니다.
   
그렇게 바람의 근육과 무엇도 또렷하게 보이지 않는 풍경들을 뒤로 하고 흘러내리는 가방을 고쳐 매고 열기로 가득한 아스콘 위로 신발 밑창이 쩍-쩍 달라붙는 것을 느끼며 걸어서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꽃 한 송이라도 피어있었다면 하고 생각했습니다. 왜 그런 생각을 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하필 왜 꽃이었는지도….
그리고 골목에 들어서 그 자리에서 얼어 붙어버렸습니다.
   
봄이면 저 혼자 피는 그 꽃을 바라다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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