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에모] 몬스의 변명

몬스
몬스 · 네트워크 과학을 공부/연구합니다.
2023/04/01
유학이라는 급격한 환경의 변화는 사람을 꽤 극적으로 바꿔놓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아주 내성적이었던 사람이 급격히 외향적으로 바뀐다거나, 그 반대의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런 급격한 변화까지는 아니더라도 낯선 땅에 발을 내디딘 사람이라면, 혼란의 시기는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다르고 낯선 언어와 문화 속에서 새로운 나의 모습을 찾아가는 일은 기존의 나와 꽤 많은 타협을 봐야 하는 일이다.

나에게 가장 큰 문제는 언어였다. 어느 정도 알아들을 수 있게 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는데, 말하는 건 너무 어려웠다. 특히나 여러 명이 있을 때 더욱 그랬다. 말이라는 게 타이밍이 있는데, 잠깐 생각하다 보면 이미 다른 이야기로 흘러가 버리곤 했다. 집에 와서 '아.. 이때 이 말을해야 했는데' 이런 생각을 하며 혼자 못 뱉어본 말을 뱉어보기도 했다. 이런 후회가 남지 않을 정도로 제대로 말하기까지는 대략 2~3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그렇게 강제로 나는 사람들의 말을 잘 들어주는 친구가 되었다. 속해있던 무리에서는 치유계(癒し系)라는 캐릭터를 부여받았다. 일본에서 치유계라고 하면 본디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계열의 사람을 말하는데, 말할 타이밍을 잡지 못해 묵묵히 듣고만 있거나, 잘 못 알아들어 대략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많은 사람의 마음이 치유되었던 모양이다.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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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계 과학에 관심이 많고, 그 중 주로 네트워크 과학을 공부/연구/덕질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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