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에모2] 은퇴하는 그날까지...

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3/07/14
'돈 없으면 맘 놓고 죽지도 못해.'

엄마 장례를 치르면서 든 생각이다.  하나 부터 열까지 모든 건 돈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 그리고 그 금액은 최대한 부풀러져 있다는 것도 알았다.
몇 년 전에도 시어머님 장례를 치르긴 했지만 그땐 집안에 자식들이 5남3녀나 되고 손주들도 나름 사회적 지위가 있다보니  밀려드는 문상객에 미어터지는 근조화환에 미처 화환을 놔 둘 공간이 부족해 쩔쩔 맬 지경이어서 장례비 같은 건 걱정할 필요도 없었고 내가 신경 쓸  일도 없었다.
남편 지인들만해도 이 시골까지 기꺼이 찾아 준 사람도 많았고 또 고향친구들도 적지가 않았다.

그러나 친정엄마는 달랐다.
우선 자식이라고는 달랑 남동생과 나. 둘 뿐 아닌가. 게다가 내 인맥이란 빈약하기 짝이없고 남편에겐 장모일 뿐이니...
그래도  장례비용에 대해 그다지 큰 걱정을 안한 이유는 엄마가 오랫동안 상조에 가입해 다달이 돈을 부어오셨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엄마는 돌아가시는 그 순간까지도 자식들에게 금전적으로 병원비 등 어떠한 부담도 주지 않으셨고 장례비용까지도 당신이 마련해 두고 떠나신 것이다.
물론 상조에서 나오는 돈으로 모든 비용이 다 충당되는 건 아니었지만  집안의 맏언니였고 맏며느리였던 엄마다 보니 일가 친척들이 적잖게 성의를 보여주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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