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의 거짓말이 진실로.

연하일휘
연하일휘 · 하루하루 기록하기
2023/12/03
"언니, 자고 있었어?"

"으응, 왜애?"


초저녁부터 켜 두었던 전기장판이 꺼져 있었다. 이불로 온 몸을 감싸듯 잠들어 있던 시간, 고개만 내민 채 여동생의 전화를 받는다. 으-추워. 몸 이곳저곳에 한기가 맺혀있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한기를 막을 겸, 온기를 붙잡을 겸. 얇은 요를 여러겹 깔아 두었지만 새벽의 추위엔 역시 어림도 없나보다.

"나 병원 좀 같이 가줘. 응급실말고 내과로."

요 며칠 새벽마다 깨어나는 조카 덕분에 잠을 못 잔다 하더니만, 어제 저녁부터 열이 내리지 않는단다. 추위에 연신 두 팔을 쓸어내리며 적당히 두툼한 옷들로 잔뜩 무장을 하고 집을 나선다. 얘는 감기 한 번 걸리면 쉽게 안 낫는데. 한동안 또 고생하겠네. 동생이 안쓰러워 작은 한숨이 새어 나온다. 그나마 제부가 육아휴직 중이라 다행이지만, 그래도 온전히 쉴 수 있는건 아닐텐데.

병원 진료가 시작되기 전에 도착했건만, 이미 대기실에는 열몇명의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너무 이른 시간인 탓일까, 아직 온기가 돌지 않는 대기실은 그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마스크 너머로 입김이 새어 나올 듯하다. 아직 아침의 추위를 채 몰아내지 못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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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걸 좋아하지만 잘 쓰진 못해요. 사교성이 없어 혼자 있는 편이지만 누군가와의 대화도 좋아해요. 긍정적으로 웃으면서:) 하루하루 살아가고픈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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