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내게 무해한 사람

빅맥쎄트
빅맥쎄트 · 대부분의 사람은 마음먹은만큼 행복하다
2023/03/09
한 때 정유정의 책을 읽으며 헤어나오지 못하던 때가 있었다. TV가 아니라 자극적인 영상이 직접 나오지는 않지만, 투박하고 거침 없이 써 내려간 문장들을 보면 온몸에 전율이 돋는듯한 느낌을 받는다. 밑도 끝도 없이 몰아치는 전개에 숨을 죽이며 읽다 보면 어느 새 끝이 나버린다.

'밝은 밤'을 읽으며 최은영이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다. 복싱에 비유하자면 정유정이 묵직한 인파이터라면, 최은영은 아웃복서 같은 느낌이다. 자신만의 호흡과 시간을 갖고 장기전으로 끌고 가며 독자들을 마음대로 요리(?) 한다. 굵직하고 큰 사건사고 중심의 내용 전개 보다는, 사람의 내면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온 몸의 세포 하나 하나를 만지는 것 같은 그런 느낌.

그녀의 책을 보면서 이때까지 내가 읽었던 그 어떤 책보다 인간의 마음과 정서를 묘사하는 섬세함이 뛰어나다는 것을 느꼈다. 효율적이고 직관적인 소통을 위해 텍스트가 사진과 영상으로 대체되는 시대이지만, 최은영이라는 작가는 (어느 누구도 신경 쓰지 않을 것 같은) 아주 사소한 마음의 변화나 울림 하나 하나에 집중하며 천천히, 담담하면서도 빠짐 없이 서사를 이어간다.

요즘은 책을 잘 사지 않는데, 도저히 구매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내게 무해한 사람' 은 7개의 짧은 글로 구성되어 있는데, 주인공들이 10~20대의 젊은 청춘들이다. 우정과 사랑, 상처, 아픔, 죽음을 대하는 온전하지는 않지만 날 것 그대로의 풋풋한 감정들을 마주하며 잠시 동안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글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저마다 각자의 문제가 있다. 대부분의 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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