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에게 관대한 사회

박순우(박현안)
박순우(박현안) · 쓰는 사람
2022/05/25
나는 예능을 잘 보지 못한다. 최근에야 많이 나아졌지만, 몇 년 전만 해도 대다수 예능 프로그램에서 웃음코드로 사용한 건 다름 아닌 ‘외모’였다. 눈코입의 크기나 모양, 얼굴 전체의 크기, 몸매의 특성 등을 꼬집어 언급하고 그걸 웃음으로 치환하려는 시도가 참 많았다. 나는 그런 언급이 웃기지 않았다. 눈이 작다고, 얼굴이 크다고, 몸에 살이 너무 많거나 적다고 놀리는 게 과연 웃을만한 일일까. 예능계의 성역과 같은 무한도전조차 나는 도무지 웃으며 볼 수가 없었다. 웃기기보다 아팠으므로. 

취준생 시절 면접장에서 외모로 차별 대우를 받은 적이 있다. 내 앞에 면접을 본 사람은 연예인급의 외모를 갖고 있었고, 온통 남자로 구성된 면접관들은 그 사람에게 면접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시덥잖은 질문들을 던졌다. 어떤 대답에도 호의적인 모습을 보였고. 면접인지 소개팅인지 가늠되지 않던 분위기였다. 반면 나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에게는 고난이도의 질문들이 이어졌다.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면 깔보는 시선이 뒤따라왔다. 그 면접장을 나오면서 비참하다고 느꼈다. 내가 남자였어도 그런 대접을 받았을까.

여자에게 외모는 마치 필수조건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남자들이 여자에 대해 평가할 때 우선 예쁜지부터 묻는 건 정설처럼 여겨진다. 예쁘면 용서한다는 말은 관용어처럼 굳어져 있다. 전장에서 시작된 '미인계'는 오랜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하고, '마누라가 예쁘면 처가 쇠말뚝을 보고도 절을 한다' 등의 속담에도 미인에 대한 오래된 관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여자의 외모는 왜 그리 중요한 걸까. 

못생긴 외모를 웃음거리로 삼는...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이것저것 씁니다.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1.1K
팔로워 1.4K
팔로잉 6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