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에 머무르는 여행

콩사탕나무
콩사탕나무 · 나답게 살고 싶은 사람
2023/08/15
속초의 바다 ⓒ콩사탕나무

무작정 떠난 여행치고는 무난하게 흘러갔다. 짐은 미리 싸뒀지만, 목적지도 숙소도 정하지 않은 채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마침 남의편님의 회사도 창립기념일이라 휴무였다. 하루 더 머무를까 고민하다 때가 때인 만큼 숙소 비용이 만만찮았고 집에서 홀로 집사를 기다릴 고양이 생각에 오후 늦게까지 꽉 채워 놀고 돌아왔다.

집을 나설 때 음식물 쓰레기는 처리하고, 고양이 밥과 물을 넉넉히 놓아두고 혹시 하루 만에 돌아오지 않을 경우 이웃에게 들러 화장실을 확인해 달라 부탁하고 왔다. 무대포 정신이라 하기엔 치밀한 구석이 있다.

무조건 바다를 외치는 아이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우리는 속초에 도착했다. 차에서 수영복을 갈아입고 당장이라도 바다에 뛰어들 기세로 모래를 밟은 속초 해수욕장은 허망하게도 ’입수금지’로 해안가에 붉은 라인을 쳐 놓았다. 강한 너울성 파도 때문이라고 한다. 저녁엔 동해안의 풍랑 예비특보가 발령되었다.

아쉬운 대로 모터보트를 탔다. 즐거워하는 아들을 손자 보듯 흐뭇하게 바라보는 운전사 아저씨께서 더욱 스릴 있게 운전을 해주셨다. 음악도 크게 틀어주고 네 식구 사진도 멋지게 찍어주셨다.  얼굴에 닿는 시원한 바람과 보트가 달릴 때 이는 하얀 물결, 바다와 하늘이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탁 트인 풍경에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저 멀리 소인처럼 보이는 해안가 사람들을 바라보는 기분 또한 색달랐다.

근처 등대 해수욕장은 입수 가능하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자리를 옮겼다. 이동 중 아주 고통스럽다는 아고* 를 통해 겨우 콘도 한자리를 예약했다. 예전에 한 번 이용해 본 적이 있는 곳이었는데 성수기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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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천천히 정성을 다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schizo12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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