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필요한 '초품아'란

허남설
허남설 인증된 계정 · 집과 동네, 땅에 관심 많은 기자
2022/05/18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2021년 4월 보궐선거가 열렸을 때 '○○분 도시' 공약이 아주 잠깐 유행했습니다. 지금은 프랑스 파리의 '15분 도시' 개념이 제법 알려졌지만,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정치의 메인스트림에서 이제 막 언급되기 시작할 때였습니다. 우리는 코로나19 유행 한복판에 있었고, 서울과 부산 같은 대도시의 시장을 뽑는 선거를 치르는 중이었습니다.

'15분 도시(La ville du quart d'heure)'는 2014년 4월부터 파리시장을 지냈고 2020년 재선에 성공한 안 이달고(Anne Hidalgo)가 내세운 공약입니다. '15분'은 시간 단위입니다. 한마디로 도시를 15분 생활권으로 새롭게 조직하겠다는 약속입니다. 안 이달고의 15분 도시는 파리를 차가 아닌 도보와 자전거가 중심이 되는 도시로 만들겠다는 '내일의 도시 파리(Le Paris de demain)' 공약 목록에 들어있습니다.
안 이달고 캠프가 제시한 '15분 도시' 공약 개념도. 도보와 자전거를 이용한 통행과 산책만으로도 학교, 시장, 직장, 여가, 의료 등에 15분 안에 접근할 수 있는 생활권 조직을 추구합니다.
프랑스에서 쏘아올린 이 개념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함께 유행하다시피 세계를 돌고돌아 우리나라 선거전에도 오르내리게 되었습니다. 한 서울시장 후보는 살짝 변형해 '21분 도시'를 만들겠다고 했고요, 한 부산시장 후보는 '15분 도시'란 말을 그대로 갖다 썼습니다. 숫자가 무엇이든 뜻은 거의 같았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세상에서는 조금 다른 도시가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우리나라에서 15분 도시는 주로 '도시 밀도를 분산하고 대중교통을 개선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도시의 밀도는 바이러스 전염의 주범이므로 ▲밀도를 낮추기 위해 도심을 쪼개고 ▲쪼개진 도시는 빠른 대중교통으로 연결한다. 팬데믹에 위협을 느낀 시민들을 겨냥한 셈입니다. 서울에서는 광화문, 여의도, 강남 등 3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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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건축을 배우고 건축회사를 다니다 갑자기 기자가 되었습니다. 책 <못생긴 서울을 걷는다>(글항아리•2023)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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