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에모2] 증발해 버린 은퇴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할 수 없는 것들을 마주하며
2023/07/14
어렸을 때 주로 누나랑 간혹 또래 친구들과 누가 먼저 눈물을 흘리는지 시합하며 놀곤 했다. 간혹 진짜 잘하는 친구들은 1분도 안되어 눈물을 흘리기도 했는데, 나도 아주 못하는 편은 아니었다. 우리는 주로 부모님이 돌아가셨다고 상상하는 방법을 활용했는데, 상상만으로도 슬퍼지고 자연스레 눈물이 나왔으니 이만한 소재가 없었다. 어린 시절 우리에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상상만큼이나 슬픈 일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지금은 어떨까. 부모님과의 이별은 훨씬 더 가까워졌고, 더 현실적인데, 그래서 머리로는 항상 알고 있고, 계속해서 가까워지는 것도 알고있는데, 그걸 깨닫는 건 정말 어쩌다 한 번씩인 것 같다. 일본과 한국이 먼 거리는 아니지만, 직접 만나는 일은 년에 한 두 번 꼴이니 더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오랜만에 만나 보면 그제서야 마음 한 구석에 숨어있던 그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부모님이 늙어가시는구나. 언젠가 상상속에서만 일어났던 그 일이 정말 일어나겠구나 하고 말이다.
시간은 연속적으로 흘러가는데, 삶은 참 불연속적으로 다가온다. 살면서 마주하는 큼직큼직한 이벤트들이 그 주변의 시간을 블랙홀처럼 끌어들인다. 사건의 지평선 마냥 불연속적인 구분을 지어 버리는 것 같다고나 할까. 아마도 부모님의 죽음이란 그 중에서도 엄청나게 강력한 블랙홀이지 않을까 싶다.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여읜 아버지는 가...
지금은 어떨까. 부모님과의 이별은 훨씬 더 가까워졌고, 더 현실적인데, 그래서 머리로는 항상 알고 있고, 계속해서 가까워지는 것도 알고있는데, 그걸 깨닫는 건 정말 어쩌다 한 번씩인 것 같다. 일본과 한국이 먼 거리는 아니지만, 직접 만나는 일은 년에 한 두 번 꼴이니 더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오랜만에 만나 보면 그제서야 마음 한 구석에 숨어있던 그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부모님이 늙어가시는구나. 언젠가 상상속에서만 일어났던 그 일이 정말 일어나겠구나 하고 말이다.
시간은 연속적으로 흘러가는데, 삶은 참 불연속적으로 다가온다. 살면서 마주하는 큼직큼직한 이벤트들이 그 주변의 시간을 블랙홀처럼 끌어들인다. 사건의 지평선 마냥 불연속적인 구분을 지어 버리는 것 같다고나 할까. 아마도 부모님의 죽음이란 그 중에서도 엄청나게 강력한 블랙홀이지 않을까 싶다.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여읜 아버지는 가...
[합평]
언제 적인지, 누가 먼저 눈물을 흘리는지와 비슷한 걸 저도 하고 놀았던 기억이 있어요. 클레멘타인 노랫가락에 개사한 노래를 두 번 정도 반복해서 부르면, 자기감정에 먼저 닿는 친구가 눈물을 훌쩍이죠. 그러면 그 옆에 친구도 덩달아 울고 서넛이 모인 친구들은 같이 엉엉 울면서 노래해요. 그 노래 끝 부분에 ‘~ 내 친구가 찾아오면 엄마엄마 울지마’ 라고 마무리되었는데, ‘나’는 하늘나라에 있고 나를 그리워하는 엄마가 혹시 내 친구를 만나면 내 생각이 나도 울지 말라는 그런 이야기죠.
열 살도 안 된 친구들은 각자 아직 뭔지도 모를 슬픔에 빠졌어요. 그렇게 울고 나면 우리는 또 서로의 말간 얼굴로 웃으면서 눈물을 닦았어요. 이 놀이는 들어와서 밥 먹으라고 하는, 혹은 동네방네 큰 소리로 나를 찾으며 심부름 다녀오라는 ‘성가신’ 엄마를 그래도 참아내게 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조금 전에 그 슬픔에 빠진 노래를 부르고 눈물을 흘렸기에 제 마음이 조금 순화되었으니까요. 그 성가신 엄마가 그 어느 날의 블랙홀이 될 줄 예감하면서도 고막을 쩡하게 울리고 가슴을 타격하는 천둥소리가 되는 건 갑자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합평’을 한다고 하지만 매번 얼에모 구성원들 대부분의 글에 제 이바구를 많이 하고 있네요. 이미 합평을 해주신 얼룩커님들의 평이 제 생각이기도 해서 그렇기도 합니다만, 그동안의 글과 견주면 상당히 습도가 높은 글이어서 이게 정말 몬스님의 글? 했습니다.
몬스님의 ‘그 어느 날’이 부디 ‘스스로 자연스럽게 그러할 수 있도록’ 그리고 천천히 나직하게 흘러가기를 빕니다. 얼에모로 같이 글을 쓰고 배우는 고마운 시간을 기억하겠습니다.
@몬스
세상에.. 얼에모의 엔진?!! 이란 표현 너무 맘에 드는데요? ^__^ ㅎㅎ
이제 얼에모가 끝이 나서 많이 아쉬워요. 하지만 계속 몬스님의 에세이 같은 글을 만나고 싶네요^^
일본도 후텁지근하고 날이 많이 덥나요? 건강 챙기시길 바랍니다!!^^
@콩사탕나무
정성스러운 합평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끝없는 사랑과 인간이기에 느끼는 밑바닥 사이의 감정들에서 허우적이라니.. 삶과 사랑의 아이러니 같기도 하면서도, 우리가 살아내는 삶의 영역에 대한 적나라한 표현인 것 같습니다. 그 늪 같은 감각에 마음이 가게 되는 걸 보면 말이죠..ㅎㅎ
저 또한 얼에모 멤버님 분들 그리고 꾸준히 읽어주신 분들이랑 각별해진 느낌이에요. 평소 개인적인 글을 쓰는 데 손이 주저했었는데, 꺼내어 이야기 하고 또 듣고 하다보니 알게 모르게 관계라는 것이 생기더군요. 각별한 느낌으로 말이죠..!
언제부턴가 얼룩소에 글을 아카이빙용으로 쓰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 또한 소화 못한 내용을 적기도 했어요. 약간 메모 같은 느낌으로..ㅎㅎ 그러니까 이해가 딸리시는 게 아니라 저 또한 아직 잘 모르는 내용인 경우가 많습니다. 시간에 여유가 생기면(아마 9-10월 부터?) 더 좋은 글을 써보고 싶어요. 꾹꾹 소화시켜서 말이죠.
콩사탕나무님에게서는 얼에모의 엔진(?)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합평]
이번 글은 앞선 글들에 비해 몬스 님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많이 등장해 굉장히 몰입하여 읽었습니다. 그동안 논리적인 과학자의 에세이(?) 같은 느낌도 매력적이었지만 사람 냄새 짙은 이번 글은 더 친숙하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부모님의 죽음을 강력한 블랙홀이라 표현하셨더라고요. 언젠가는 맞이하게 될 부모님의 죽음을 떠올리면 울컥하는 감정은 아마 자식이라면 모두 비슷하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 눈물 버튼 또한 부모님과 아이들이거든요. ㅜ
부모님을 생각하면 당신들의 희생을 감수하며 나를 온전한 인간으로 키워준 것에 대한 감사함, 그리고 지난 시간들에 대한 후회가 뒤죽박죽 섞입니다. 제일 결정적인 것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소홀히 하고 있는 제 자신에게 화가 날 때가 많습니다. 아이들에겐 결이 다르긴 하지만 내 모든 것을 다 꺼내줄 수 있을 것 같은 끝없는 사랑과 인간이기에 느끼는 밑바닥 같은 감정들 사이에서 허우적댑니다. ;;
타국에서 느끼는 부모님을 향한 몬스 님의 마음은 아마 더 애틋할 듯합니다.ㅜ 부디 두 분 모두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몬스 님의 글을 통해 저도 부모님의 삶과 마지막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소중한 이들과의 이별이 최대한 더디게 찾아왔으면 하고 바라봅니다.
[얼에모]를 통해 글을 쓰고 합평을 나누며 멤버들 모두 각별해진 느낌입니다. 몬스 님의 글은 제가 잘 모르는 영역이라 이해가 딸릴(?) 때가 많아요. 하지만 몬스 님이라는 이유만으로 더듬더듬 읽어보려 노력합니다. ㅎㅎ
앞으로도 꾸준히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고생 많으셨어요!!^__^
@박현안
저번 글을 쓰면서 뭐가 부족한데 왜 글이 점점 뇌절상태로 가는거지 싶었는데, 남겨주신 합평에 느낌표가 뜨더군요. 글 속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 보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ㅎㅎ
8월말까지는 주욱 바쁠 예정이라.. 간신히 얼에모 하면서 글을 계속 썼던 것 같습니다. 이런 자리 운영해 주셔서, 또 매번 정성스럽게 합평을 남겨주셔서, 정말 즐겁게 그리고 진솔하게 글을 써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혼자 글을 썼다면 가보지 못할 곳을 둘러본 것 같아요.
[합평]
혹시 그거 아시나요. 몬스 님 같은 분이 자신의 이야기를 갑자기 가슴을 활짝 열듯 열어 보여주시면, 독자들은 절로 빨려 들어간다는 걸. 이번 이야기 역시 그랬어요. 게다가 이번 글은 작은 것에서 큰 걸로 나아가기보다, 담담하게 마무리 짓는 방식을 택하셔서 또 다른 매력과 여운에 잠기게 하네요.
마지막까지 읽고 나서 결국 제가 다시 올려다본 글귀는 이것이었어요.
"시간은 연속적으로 흘러가는데, 삶은 참 불연속적으로 다가온다."
이렇게 툭툭 글 중간중간 자신의 생각을 함축적인 문장으로 던져주시면, 너무나 매력적입니다. 은퇴라는 사건이 너무나 갑작스럽게 일어나 차마 실감하지 못했던 지난 기억.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부모님과의 이별을 은퇴와 달리 조금 더 자연스럽게 맞이하고 싶은 글쓴이의 마음이 절절히 느껴졌습니다. 연속적인 시간의 흐름에도 쉬이 치이는데 하물며 불연속적인 삶의 변화구라니. 인생은 참 녹록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글쓴이의 바람대로 흘러갔으면 하고 자연스레 바라게 되더라고요. 무탈하게 하루하루를 살다가 조금씩 페이드 아웃할 수 있는 삶이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덕분에 부모님의 마지막 뿐만 아니라, 제 자신의 마지막도 떠올려보게 됩니다.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해요.
이렇게 얼에모 1,2가 모두 끝이 났네요. 시작할 때가 생각나요. 이런 모임 너무나 하고 싶으셨다며, 아이처럼 반갑게 손 들어주셨던 모습, 넘 감사했어요. 늘 성실하게 마감일에 맞춰 글 써주시고, 합평도 해주시고. 제가 더 많이 배우고 갑니다. 얼에모는 끝나지만, 언제든 툭 하고 몬스 님의 이야기 꺼내주세요. 몬스 님 팬이 많아요. 끝까지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몬스
합평 : '은퇴'라는 행위가 갖는 사회적인 의미를 표현하고, 가장 가까운 부모님의 사례를 예시로 들어 표현했다. 은퇴의 직접적인 당사자인 부모와, 한걸음 뒤에서 이를 바라보고 은퇴에 대해 고민하는 글쓴이의 모습이 입체적으로 나타난다.
실제로는 죽음과 더 가까워졌지만, 부모님의 죽음이 멀게 느껴지는 것은 공인중개사라는 안정적인 직장 때문이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이유로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모님의 은퇴를 통해 글쓴이는 삶의 무게와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를 갖는다.
'온 가족의 관심에서 밀려난 형태'의 은퇴라는 표현이 참 씁쓸했다. 거기에 해외에서 공부를 하기 때문에 부모를 부양하겠다는 생각도, 그런 능력도 없는 글쓴이의 처지가 담담하지만 사실적으로 나타나면서 많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글쓴이는 늙어가는 부모를 마주하고 부양하며, 부모님과의 이별을 마주할 준비가 안 되었지만 반드시, 확실하게, 예상하지 못한 때에 그 일들은 일어날 것이다. 피할 수 없는 것들을 마주하게 되는 그 순간 글쓴이는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https://alook.so/posts/G1t9x5n
@천세곡 님 감사합니다. 최대한 늦게라는 말이 참 위로가 됩니다. 시간은 상대적이라지만, 최대한 늦게 오길, 그리고 준비가 되어 있기를 바라게 되네요. 그 어떤 준비도 부족하겠지만 말이죠..!
저 역시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일들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망각하거나 외면하고 살 때가 많습니다.
그저 최대한 늦게 오기만을 바라게 되더라고요. ^^;
몬스님께도 그러한 시간들이 아주 늦게 그리고 아프지 않게 오기를 바라봅니다.
@똑순이 일본이 먼 나라는 아니라, 그나마 덜한 것 같긴 해요..ㅎ 똑순이님도 더운데 건강 잘 챙기세요!
제가 [얼에모]에 참가한건 아니지만, 덕분에.. 몬스님의 평소와 다른 결에 글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나눠주셔서 고마워요.
.....
누나랑 둘이신가봐요. 그렇구나. 누나들이 있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어요. 누나나 여동생이 있는 분의 글은 뭐라 그래야 하나? 약간 특유의 부드러움이 있거든요.
저는 중학교 2학년초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30년도 더 된 이야기지만, 신기한건 그때는 어려서 잘 몰랐던 슬픔이 나이가 들면서 커진다는거에요. 엄마와 아빠 모두 간에 문제가 있으시고, 저도 간에 문제가 있어요. 가족력. 엄마의 건강이 많이 안 좋으셔서, 걱정이 되지만..
평소엔 나 사느라고 바빠서 아무 생각 안해요.
.....
미국 있을 때, 엄마가 간이 안 좋아져서 시술을 받으셨어요. 언니가 먼저 미국가서 공부하고 취직을 했고, 저는 몇년 있다가 남편이랑 같이 일하러 간거에요.
한국에는 남동생이 있었는데.. 남동생이랑 서먹한 사이에요. 근데 어느날 남동생이 핸드폰 음성사서함에 메시지를 남겼더라구요. 막 울면서 ㅠㅠ 누나 누나. 엄마 어떻게 해 ㅠ. 엄마가 많이 아퍼. 엉엉.. 다 큰 놈이 우니까,
그리고 누나들 다 나와있으니 저혼자 무서웠을거라 생각이 들었어요.
엄마가 비밀로 하라는데 너무 무서워 ㅠㅜ. (그때 남동생도 30대초반이었던거 같아요.) 하고 울다가 끊었더라구요. 저도 마음이 힘들어서, 회사에 잘 이야기해서 출장간 척 하고 한국에 갔던 기억이 나요.
간은 잘 관리하면, 그래도 고비를 여러번 넘겼지만..
괜찮으실 수 있어요. 저 전화사건은 한 15년도 더 된 일이에요.
......
외국 나가 있으면, 부모님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죠. 막상 한국 들어왔어도 자주 뵙진 못해요. 남동생 녀석이 그렇다고 지금은 살가운건 아닌데, 누나들 믿고 할일 생략하는 느낌도 들어요. 누나랑 매형 믿고 그러는듯도 싶기도 해요.
이상하게 사무친 슬픔이.
타향살이라 그런걸까요? 막상 들어와보니, 한국은 감상에 젖기에는 너무 분주하더라구요.
아직 멀리에 있는 어떤 것을 미리, 생각하지 않으려구요.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이라는 노래가 생각나네요. 본문에 쓰셔서 그런지..
여러가지 떠오르는 생각에 두서없이 댓글 남깁니다.
매일 하루치씩만 고민하자. 하고 삽니다.
여러모로.. 응원해요! 몬스님 : )
이랑 아내분이랑..
@청자몽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여의셨군요..ㅠ 저도 아버지 어머니 두분 다 간이 안좋으셔요. 청자몽님과 신기하게도 여러모로 많이 비슷한 삶을 경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동생분이 울며 전화하신 것도.. 저는 아버지께 전화를 받았지만ㅠ 아주 많이 아프실 때까지 굳이 걱정시키지 않겠다고, 저한테는 가족들이 알려주지 않았어요. 고맙기도하고 서운하기도 하고.. 저도 청자몽님 항상 응원합니다! 감사해요 정말
건강이 가장 중요한 것임을 새삼 느낍니다. 가족 모두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몸도 마음도~😉
[합평]
언제 적인지, 누가 먼저 눈물을 흘리는지와 비슷한 걸 저도 하고 놀았던 기억이 있어요. 클레멘타인 노랫가락에 개사한 노래를 두 번 정도 반복해서 부르면, 자기감정에 먼저 닿는 친구가 눈물을 훌쩍이죠. 그러면 그 옆에 친구도 덩달아 울고 서넛이 모인 친구들은 같이 엉엉 울면서 노래해요. 그 노래 끝 부분에 ‘~ 내 친구가 찾아오면 엄마엄마 울지마’ 라고 마무리되었는데, ‘나’는 하늘나라에 있고 나를 그리워하는 엄마가 혹시 내 친구를 만나면 내 생각이 나도 울지 말라는 그런 이야기죠.
열 살도 안 된 친구들은 각자 아직 뭔지도 모를 슬픔에 빠졌어요. 그렇게 울고 나면 우리는 또 서로의 말간 얼굴로 웃으면서 눈물을 닦았어요. 이 놀이는 들어와서 밥 먹으라고 하는, 혹은 동네방네 큰 소리로 나를 찾으며 심부름 다녀오라는 ‘성가신’ 엄마를 그래도 참아내게 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조금 전에 그 슬픔에 빠진 노래를 부르고 눈물을 흘렸기에 제 마음이 조금 순화되었으니까요. 그 성가신 엄마가 그 어느 날의 블랙홀이 될 줄 예감하면서도 고막을 쩡하게 울리고 가슴을 타격하는 천둥소리가 되는 건 갑자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합평’을 한다고 하지만 매번 얼에모 구성원들 대부분의 글에 제 이바구를 많이 하고 있네요. 이미 합평을 해주신 얼룩커님들의 평이 제 생각이기도 해서 그렇기도 합니다만, 그동안의 글과 견주면 상당히 습도가 높은 글이어서 이게 정말 몬스님의 글? 했습니다.
몬스님의 ‘그 어느 날’이 부디 ‘스스로 자연스럽게 그러할 수 있도록’ 그리고 천천히 나직하게 흘러가기를 빕니다. 얼에모로 같이 글을 쓰고 배우는 고마운 시간을 기억하겠습니다.
@몬스
세상에.. 얼에모의 엔진?!! 이란 표현 너무 맘에 드는데요? ^__^ ㅎㅎ
이제 얼에모가 끝이 나서 많이 아쉬워요. 하지만 계속 몬스님의 에세이 같은 글을 만나고 싶네요^^
일본도 후텁지근하고 날이 많이 덥나요? 건강 챙기시길 바랍니다!!^^
@콩사탕나무
정성스러운 합평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끝없는 사랑과 인간이기에 느끼는 밑바닥 사이의 감정들에서 허우적이라니.. 삶과 사랑의 아이러니 같기도 하면서도, 우리가 살아내는 삶의 영역에 대한 적나라한 표현인 것 같습니다. 그 늪 같은 감각에 마음이 가게 되는 걸 보면 말이죠..ㅎㅎ
저 또한 얼에모 멤버님 분들 그리고 꾸준히 읽어주신 분들이랑 각별해진 느낌이에요. 평소 개인적인 글을 쓰는 데 손이 주저했었는데, 꺼내어 이야기 하고 또 듣고 하다보니 알게 모르게 관계라는 것이 생기더군요. 각별한 느낌으로 말이죠..!
언제부턴가 얼룩소에 글을 아카이빙용으로 쓰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 또한 소화 못한 내용을 적기도 했어요. 약간 메모 같은 느낌으로..ㅎㅎ 그러니까 이해가 딸리시는 게 아니라 저 또한 아직 잘 모르는 내용인 경우가 많습니다. 시간에 여유가 생기면(아마 9-10월 부터?) 더 좋은 글을 써보고 싶어요. 꾹꾹 소화시켜서 말이죠.
콩사탕나무님에게서는 얼에모의 엔진(?)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합평]
이번 글은 앞선 글들에 비해 몬스 님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많이 등장해 굉장히 몰입하여 읽었습니다. 그동안 논리적인 과학자의 에세이(?) 같은 느낌도 매력적이었지만 사람 냄새 짙은 이번 글은 더 친숙하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부모님의 죽음을 강력한 블랙홀이라 표현하셨더라고요. 언젠가는 맞이하게 될 부모님의 죽음을 떠올리면 울컥하는 감정은 아마 자식이라면 모두 비슷하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 눈물 버튼 또한 부모님과 아이들이거든요. ㅜ
부모님을 생각하면 당신들의 희생을 감수하며 나를 온전한 인간으로 키워준 것에 대한 감사함, 그리고 지난 시간들에 대한 후회가 뒤죽박죽 섞입니다. 제일 결정적인 것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소홀히 하고 있는 제 자신에게 화가 날 때가 많습니다. 아이들에겐 결이 다르긴 하지만 내 모든 것을 다 꺼내줄 수 있을 것 같은 끝없는 사랑과 인간이기에 느끼는 밑바닥 같은 감정들 사이에서 허우적댑니다. ;;
타국에서 느끼는 부모님을 향한 몬스 님의 마음은 아마 더 애틋할 듯합니다.ㅜ 부디 두 분 모두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몬스 님의 글을 통해 저도 부모님의 삶과 마지막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소중한 이들과의 이별이 최대한 더디게 찾아왔으면 하고 바라봅니다.
[얼에모]를 통해 글을 쓰고 합평을 나누며 멤버들 모두 각별해진 느낌입니다. 몬스 님의 글은 제가 잘 모르는 영역이라 이해가 딸릴(?) 때가 많아요. 하지만 몬스 님이라는 이유만으로 더듬더듬 읽어보려 노력합니다. ㅎㅎ
앞으로도 꾸준히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고생 많으셨어요!!^__^
@박현안
저번 글을 쓰면서 뭐가 부족한데 왜 글이 점점 뇌절상태로 가는거지 싶었는데, 남겨주신 합평에 느낌표가 뜨더군요. 글 속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 보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ㅎㅎ
8월말까지는 주욱 바쁠 예정이라.. 간신히 얼에모 하면서 글을 계속 썼던 것 같습니다. 이런 자리 운영해 주셔서, 또 매번 정성스럽게 합평을 남겨주셔서, 정말 즐겁게 그리고 진솔하게 글을 써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혼자 글을 썼다면 가보지 못할 곳을 둘러본 것 같아요.
[합평]
혹시 그거 아시나요. 몬스 님 같은 분이 자신의 이야기를 갑자기 가슴을 활짝 열듯 열어 보여주시면, 독자들은 절로 빨려 들어간다는 걸. 이번 이야기 역시 그랬어요. 게다가 이번 글은 작은 것에서 큰 걸로 나아가기보다, 담담하게 마무리 짓는 방식을 택하셔서 또 다른 매력과 여운에 잠기게 하네요.
마지막까지 읽고 나서 결국 제가 다시 올려다본 글귀는 이것이었어요.
"시간은 연속적으로 흘러가는데, 삶은 참 불연속적으로 다가온다."
이렇게 툭툭 글 중간중간 자신의 생각을 함축적인 문장으로 던져주시면, 너무나 매력적입니다. 은퇴라는 사건이 너무나 갑작스럽게 일어나 차마 실감하지 못했던 지난 기억.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부모님과의 이별을 은퇴와 달리 조금 더 자연스럽게 맞이하고 싶은 글쓴이의 마음이 절절히 느껴졌습니다. 연속적인 시간의 흐름에도 쉬이 치이는데 하물며 불연속적인 삶의 변화구라니. 인생은 참 녹록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글쓴이의 바람대로 흘러갔으면 하고 자연스레 바라게 되더라고요. 무탈하게 하루하루를 살다가 조금씩 페이드 아웃할 수 있는 삶이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덕분에 부모님의 마지막 뿐만 아니라, 제 자신의 마지막도 떠올려보게 됩니다.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해요.
이렇게 얼에모 1,2가 모두 끝이 났네요. 시작할 때가 생각나요. 이런 모임 너무나 하고 싶으셨다며, 아이처럼 반갑게 손 들어주셨던 모습, 넘 감사했어요. 늘 성실하게 마감일에 맞춰 글 써주시고, 합평도 해주시고. 제가 더 많이 배우고 갑니다. 얼에모는 끝나지만, 언제든 툭 하고 몬스 님의 이야기 꺼내주세요. 몬스 님 팬이 많아요. 끝까지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몬스
합평 : '은퇴'라는 행위가 갖는 사회적인 의미를 표현하고, 가장 가까운 부모님의 사례를 예시로 들어 표현했다. 은퇴의 직접적인 당사자인 부모와, 한걸음 뒤에서 이를 바라보고 은퇴에 대해 고민하는 글쓴이의 모습이 입체적으로 나타난다.
실제로는 죽음과 더 가까워졌지만, 부모님의 죽음이 멀게 느껴지는 것은 공인중개사라는 안정적인 직장 때문이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이유로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모님의 은퇴를 통해 글쓴이는 삶의 무게와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를 갖는다.
'온 가족의 관심에서 밀려난 형태'의 은퇴라는 표현이 참 씁쓸했다. 거기에 해외에서 공부를 하기 때문에 부모를 부양하겠다는 생각도, 그런 능력도 없는 글쓴이의 처지가 담담하지만 사실적으로 나타나면서 많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글쓴이는 늙어가는 부모를 마주하고 부양하며, 부모님과의 이별을 마주할 준비가 안 되었지만 반드시, 확실하게, 예상하지 못한 때에 그 일들은 일어날 것이다. 피할 수 없는 것들을 마주하게 되는 그 순간 글쓴이는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https://alook.so/posts/G1t9x5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