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가 바람났네

수지
수지 · 글사랑이
2024/09/04

무생채나 해볼까? 마트를 갔다. 무가 4,500원이나 했다. 크기가 참으로 다양했다. 순간 결정 장애가 와서 위의 제일 커 보이는 것으로 골랐다. 내 허벅지만 한 무를 자르려니 온 힘을 다 쏟아야 했다. 자르는 순간 퍼석, 무가 중간에 허옇게 바람이 들었다. 바람든 무라니.. 제일 크고 단단하게 보이고 겉으로는 멀쩡한 무가 속은 엉성했다. 자연이 주는 바람이 모든 생물에게 골고루 사랑스럽게 다가가는 건 아닌가 보다. 사랑을 못 받아서 바람났나? 여기저기 깊게 패인 곳을 도려내고 햐얀 속살을 먹어보니 맛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칼에 착착 감기는 무의 단면이 아니라 건조하고 퍼석거리는 무를 자르려니 잘하자는 마음이 반감됐다. 영롱하고 윤기도는 반듯한 무를 고르는 건 참으로 어렵다. 나는 무도 그렇고 수박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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