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에모] 나
2023/03/20
타인에 삶에 큰 관심이 없다. 내가 잘 사는 것에 집중하고 내 삶을 충만하게 꾸려나가기 위해 노력한다. 연예인이나 정치인에 대한 뒷이야기를 잘 알지 못한다. 관심도 없고 시간을 들여 이야기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관련 주제가 등장하면 다음번에는 화자를 만날 기회를 줄인다. 시간은 금이라는데 그 귀한 시간을 남 욕하는 것이나 들으며 낭비할 생각은 없다. 삶에 보탬이 되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즐긴다.
읽는 것을 좋아한다. 잡지, 신문, 책, 가정통신문, 공동주택 규약집, 보험약관 등 다양한 것을 읽으며 산다. 독서가 취향에 맞아서 즐기는 편이다. 눈이 피로한데 억지로 읽고 일해야 하는 상황을 싫어해서 대학원 때 고생을 많이 했다. 너무 많은 것을 읽고 보고 정리하고 다시 읽어야 하는 것이 적성에 맞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포장하면 그럴듯해 보일 수도 있을 별 볼 일 없는 실적과 보고서 몇 개를 싸질러놓고 그만두었다. 누군가는 실패한 학업이라고 말하지만 실패한 인생은 없다고 생각하는지라 성공하지 못한 연구자의 삶이었을 뿐이라고 여길 따름이다.
그림을 좋아한다. 보는 것도 좋아하고 그리는 것도 좋아한다. 거의 매일 낙서를 하는데 귀가한 아이들이 달라붙어 다 같이 하기도 한다. 낙서하는 시간은 아깝게 느껴지지 않는다. 충분히 쉬고 자는 것이 사람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하는데 휴식과 놀이의 경계에 있는 낙서도 나를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동네 책방에서 진행하는 낙서 프로젝트에 3년째 참가하고 있다. 일러스트 작가도 있는 모임이지만 위에서 서술한 것처럼 타인의 작품에 큰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멋진 작품을 그리는지에 신경 쓰지 않고 마음대로 그림을 그리고 낙서를 한다.
한 달에 5번 정도 미술관을 찾는다.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일 때도 있지만 주로 혼자 돌아다닌다. 엘리베이터나 계단으로 꼭대기까지 올라간 후 비상계단으로 천천히 내려오며 미술관과 전시를 감상한다. 미술관은 프랑스 코스 요리와 같아서 메인 요리에 해당하는...
[합평]
생각해보면 나를 정의하는 방법에는 좋아하는 것을 말하는 방법과 싫어하는 것을 말하는 방법이 있는 것 같아요. 전자가 나를 풍성하게 한다면 후자는 나와 내가 아닌 것을 경계지어 뚜렷하게 한다는 느낌입니다. 쌓이고 흩어지는 임계적 현상으로써 존재하는 생명이라는 특징은, '나'라는 인식에서도 마찬가지로 드러난다는 생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좋아한다'는 것에 포커싱을 맞춘 글의 구성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좋아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좋아할 수 있는 것,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그럴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것. 나와 타인의 이상적인 공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반면, 말씀하신 것처럼 뒷이야기나 구설수만으로 이야기거리를 찾고 공존하는 집단이라면, 피아식별만이 강화되어 관련 소재만을 공생의 재료로 삼는 사회를 피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만들어내는 다이나믹스가 함께 나와 타인의 공존을 흥미롭게 하지만, 왠지 좋아하는 것은 싫어하는 것보다 쉽게 저평가 받는 사회라는 생각이 들어요. 진화의 과정 중에 좋다 보다 싫다를 더 긴급하고 빠른 신호로 인식하던 개체가 살아남아서 그런 걸까요. 좋아하는 것을 더 이야기 하기 위해서는 그저 자연적으로 기대하는 것 이상의 장치들이 필요해 보입니다. 말씀하신 보편복지처럼.
많은 생각이 드는 글이었습니다. 집중해서 읽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합평]
어찌보면 좋아하는 것에 대한 주제마다 각 문단이 너무 섹션화되어 나누어져있다고 느낄수도 있는데, 그 취향에 일맥상통함이 있어서인지 그렇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담백하게 글이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하나 꼼꼼히 생활에 묻어나게 정돈된 홈은님의 삶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홈은님의 다른 글들에서 자주 만날 수 있었던 “보편 복지”의 근간에 본인이 있다는 하단의 문단에 지극이 개인적이고 어찌보면 소위 고상하다고 받아들여질 수있는,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 취미들도 다시 한번 올라가서 어떻게 보편복지에 대한 주장으로 이어지지는지 읽어보게 됩니다. 뭔가 질문형의 짧은 세줄의 마지막문단이, 위까지 담백하게 이어진 글을 조금 더 가볍게 만드는것 같아서, 질문형이 아니였으면 어떨가 생각해봤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할 수있는 삶이 지속되시기를. 그리고 글에 나와있지 않았지만, 홈은님은 읽는것, 그림, 미술관, 박물관, 음악듣기, 요리 , 뜨개질, 청소 외에도 여기에 빠져있는 글쓰기도 좋아한다고 생각합니다. 글쓰기를 통한 생각정리일수도 있겠고요.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합평]
‘좋아하는 것을 좋아할 수 있는 삶’ 말만 들어도 설레는 모두가 원하는 이상적인 삶이 아닐까 싶습니다.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하며 시간 낭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타인의 삶에 큰 관심이 없다는 부분에서 주변에 휘둘리지 않는 매우 자주적인 성격을 지니고 계신 듯 보였습니다.
<내가 잘 사는 것에 집중하고 내 삶을 충만하게 꾸려나가기 위해 노력한다. >
저도 타인의 삶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지만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다고 해야 할까요?그래서 홈은님께서 자신의 삶에 집중하고 노력하는 태도가 참 부럽고 본받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모두 평소 얼룩소에서 조금씩 보인 모습들이지만 청소까지 즐긴다? 아니 '사랑한다'는 표현을 쓰신 것을 보고 반성 모드에 들어갔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할 수 있는 삶을 살고 계시지만 글 전반에 걸쳐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기를 바란다는 소망이 강하게 전해졌습니다. 굉장히 개인적이고 독립적인 성격 이면에 누구보다 타인의 행복을 바라고 사회가 변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이 아닐까?라고 생각했습니다.
너는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생각을 하며 사는 사람이야?너라는 '나'는 누굴까?
마지막 던지는 질문에 ‘나’에 대한 에세이를 이미 써 냈지만 다시 곰곰이 생각하게 됩니다. 난 도대체 누굴까요?
홈은님의 독특(?) 하고 매력적인 느낌이 글 속에 그대로 녹아든 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좋아하는 것들을 즐겁게 누리며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
[합평]
‘너는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생각을 하며 사는 사람이야?’라는 질문의 답이 처음부터 나열된 글이었어요. 독서와 미술, 음악, 요리, 뜨개질, 청소까지 홈은님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일상의 모든 요소들이 ‘좋아하는 삶’그 안에서 이미 넉넉히 살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매월 다섯 번의 미술관을 방문하면서 전시작품의 감상을 떠나 ‘미술관정체성’을 반영하는 것은 무엇이고 그로 인한 미적가치를 찾아내는 님의 밝은 눈은 학습으로 얻어낸 것과 달리 타고난 감각인 것 같습니다.
낙서프로젝트라는 게 있다는 것도 글을 통해서 알게 되었고 일러스트도 겸한다고 했지만 별 영향을 받지 않는다니 주관과 개성이 뚜렷하다는 것을 짐작하게 합니다.
타인의 삶에 큰 관심이 없지만 ‘내 친구가 될 타인’에게는 관심이 많다고 했는데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는 타인들이 많이 생겨서 집단의 규모가 커지면 친구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다는 말이 인상적입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그런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깔려있네요. 그런 보편적인 복지가 확장된다면 너도 나도 ‘내 친구’가 될 확률이 훨씬 커질 것 같습니다만 희망사항이라고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는군요. 혼자서 꾸는 꿈은 꿈으로 끝나겠지만 함께 하는 꿈은 현실이 되는 걸 경험한 적이 있기에 이대목에서 잠시 머물렀습니다.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합평]
이렇게나 좋아하시는 일이 많으신데 우선 놀랐습니다.
독서. 그림 감상과 그리기.낙서. 미술관 박물관 방문. 음악 감상. 요리. 뜨게질....
청소는 사랑이구요. 근데 글쓰기가 빠졌군요. 글쓰기는 좋아하는걸 넘어 잘 하는 것 혹은 전문적인 것에 속하나요? ㅎㅎ 저는 저 많은 것 중 뭘 좋아하는지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겹치는게 지극히 몇 개 안되는군요. 나머진 그저 싫어하지 않는 정도?
문득 싫어하시는 건 뭘까 생각해 봤습니다. 시간 낭비. 맞나요?
홈은님이 누구냐고 물으셨나요. 한 마디로 홈은님은 너무나 열정적이고 바쁘게 그리고 행복하게 사시는 분이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저렇게 많은 걸 좋아하려면 보통의 열정으로는 힘들 것 같습니다.그래서 부럽고 존경합니다.
좋아한다면 집중할 수 있고 집중하는시간들이 이어지는 삶이란 정녕 행복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내가 어떤 감정으로 일을 하며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느냐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 진짜 나에 가깝다. 나를 설명하는 가장 좋은 길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얘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이 글을 쓰신 이유와 제목을 한 마디로 표현해 주신 문장에 깊이 공감합니다.
그리고 좋아하는 것을 좋아할 수 있는 삶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으셨군요.
행복을 스스로 만들어 가시는 홈은님을 본받고 싶습니다.
좋아하는 것들을 통해 홈은님을 알게 해주시는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홈은
[합평]
사회적인 위치를 나타내는 포멀한 단어가 아닌, 좋아하는 것을 쭉 나열한 단어들을 읽으면서 홈은 님의 본질적인 모습들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읽는 것, 그림과 낙서, 미술관과 박물관, 음악, 요리, 뜨개질, 청소와 같은 것들.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살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말에 많은 생각을 합니다. 누군가는 지금도 최소한의 생존을 위해 모든 에너지와 시간을 노동과 맞바꿔야 하는 삶을 살고 있는데, 적어도 그런 삶에서는 완전히 해방되어 오롯이 하고 싶은 것을 즐길 수 있는 삶이 부럽기도 했고요.
글을 읽으면서 2가지의 서로 상반된 축이 맞물려서 돌아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첫 시작부터 글이 종결될 때 까지 '나는 타인에게 관심이 없다' 는 말이 반복됩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명확하게 나열할 수 있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마음껏 누릴 수 있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타인에게 관심이 없지만 내 친구가 될 타인에게는 관심이 아주 많다고 하는 것을 보며 개인적으로 느낀 것은 홈은님이 지향하는 관계의 모습은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인
제한적인 공동체' 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평소 홈은님의 글들에서 주류 보다는 비주류들과 약자의 관점에서 작성해주신 것을 많이 봤던 것 같아요. 이러한 글의 기저에는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바람이 있었을 텐데,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모습에 있어서는 조금은 다른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닌 개인의 성향과 가치관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없고, 이것은 인간 관계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람을 배려하고 품는 것 보다는 내가 좋아할 수 있는 나 자신과 몇 몇 사람들에게 집중해서 그 관계에 집중하는 게 더 효율적이고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홈은님은 배울 게 많은 사람이지만, 저에게는 부족한 '삶에 대한 분명한 태도와 사고방식'을 존중합니다. 앞으로도 좋아하는 일과 사람과 함께 행복에 한 걸음 더 다가서는 삶 되시길.
고생 많으셨습니다.
[합평]
이번 글은 묘하게 첫번째 글과 연결이 되는 느낌이었어요. 홈은님의 첫 글을 보면서 이 사람은 누구보다 자신의 취향을 선명하게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지난 글이 언뜻언뜻 자신의 취향을 보여줬다면 이번 글에서는 명확하게 짚어가며 자신을 드러내고 있어요. 글쓴이는 평소 굳이 말하지 않았지만, 누군가 툭 건드리고 물으면 누구보다 자신있게 '나'에 대해 술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더라고요.
딸, 엄마, 배우자 등등 많은 역할들 속에 있으면서도 '나'로 살고, '나'로 서고자 하는 욕망이 보여요. 그걸 명확히 알고 자신을 놓치지 않고 가기 위해 곧게 뻗어나가는 사람인 것 같아요. 읽는 것, 그림을 보는 것 그리는 것, 박물관, 음악 듣기, 요리하기, 뜨개질, 청소까지.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고 그걸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에요.
사실 역할이 많을수록 진짜 '나'는 퇴화되거나 감춰질 때가 많잖아요. 그럼에도 그렇지 않고 꿋꿋이 나로 살아가는 글쓴이가 궁금해지더라고요. 타고난 사람인 걸까, 아니면 끊임없는 탐구와 노력으로 얻어낸 걸까. 타인에게 큰 관심이 없다는 도입 부분을 다시 읽으면서, 아마도 타고난 사람이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어요. 어떤 상황에서도 '나'라는 중심을 잃지 않고 나아갈 사람이 글쓴이더라고요.
이 글은 마무리 부분에서도 얼에모 첫 글과 오버랩 되는 장면이 나와요. 첫 글이 시각장애인, 돌봄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여기에서도 청년과 노인, 돌봄 노동자에 대한 시선이 보이거든요. 다만 아쉬운 건 글쓴이가 이런 시선을 갖고 있는 동기가 잘 보이지 않아요. 읽고 보는 습관을 통해 길러진 생각인지, 아니면 의무감을 갖고 있는 것인지. 그 동기가 좀 더 선명하게 보인다면 글쓴이의 마음을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섯 번째 합평을 이렇게 마무리 짓습니다. 두 달이었는데, 길었던 것도 같고 짧았던 것도 같아요. 누구보다 성실하게 임해주셔서 무한 감사했습니다. 화창한 봄날이시길, 계속 홈은님의 글을 만날 수 있길 바랍니다!!
[합평]
충분한 쉼이 만드는 풍요로움 때문에 낙서에 들이는 시간이 아깝지 않다고 말씀하시는 말씀에서 많은 영감이 왔습니다. 낙서하는 순간이야말로 인간이 가장 창의적인 사람이 되는 순간이 아닐까요.
나로 살아가는 다양한 역할을 설명한 후, 어떻게 사는 것이 조연이 아니라 주연으로 살아가는 것인가를 보여주는 대목이 참 좋았습니다. 나에 가까운 말로 나를 설명하는 일. 무미건조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일이 아닐런지요.
나 자신에게 오롯이 집중하는 삶을 살아가시는 홈은 님을 응원합니다. ^^
오 루이비통 전시회!!! 알아보고 가보겠습니다! 선입견이지만, 브랜드 네이밍이 있다보니 뭔가 분위기 있어보이네요!
아하 근처에 김밥 맛집이 있었군요!!! 어묵과 면류까지~ 매우 구체적인 위치 묘사 감사합니다! ㅎㅎ 다음주에 가는데 갈 수 있으면 한 번 들려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부러운 삶입니다^^ 저도 헬렌 밀짚모자 좋아합니다. 마당에서 풀 뽑을 때 말고 외출할 때 써요^_^ ㅎㅎ
살구꽃님 말씀처럼 부지런한 삶 만큼이나 글에서도 속도감이 느껴지는 듯합니다. ^^
아 일등 제가 하고팠는데!!ㅋㅋ
[합평]
이번 글은 묘하게 첫번째 글과 연결이 되는 느낌이었어요. 홈은님의 첫 글을 보면서 이 사람은 누구보다 자신의 취향을 선명하게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지난 글이 언뜻언뜻 자신의 취향을 보여줬다면 이번 글에서는 명확하게 짚어가며 자신을 드러내고 있어요. 글쓴이는 평소 굳이 말하지 않았지만, 누군가 툭 건드리고 물으면 누구보다 자신있게 '나'에 대해 술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더라고요.
딸, 엄마, 배우자 등등 많은 역할들 속에 있으면서도 '나'로 살고, '나'로 서고자 하는 욕망이 보여요. 그걸 명확히 알고 자신을 놓치지 않고 가기 위해 곧게 뻗어나가는 사람인 것 같아요. 읽는 것, 그림을 보는 것 그리는 것, 박물관, 음악 듣기, 요리하기, 뜨개질, 청소까지.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고 그걸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에요.
사실 역할이 많을수록 진짜 '나'는 퇴화되거나 감춰질 때가 많잖아요. 그럼에도 그렇지 않고 꿋꿋이 나로 살아가는 글쓴이가 궁금해지더라고요. 타고난 사람인 걸까, 아니면 끊임없는 탐구와 노력으로 얻어낸 걸까. 타인에게 큰 관심이 없다는 도입 부분을 다시 읽으면서, 아마도 타고난 사람이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어요. 어떤 상황에서도 '나'라는 중심을 잃지 않고 나아갈 사람이 글쓴이더라고요.
이 글은 마무리 부분에서도 얼에모 첫 글과 오버랩 되는 장면이 나와요. 첫 글이 시각장애인, 돌봄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여기에서도 청년과 노인, 돌봄 노동자에 대한 시선이 보이거든요. 다만 아쉬운 건 글쓴이가 이런 시선을 갖고 있는 동기가 잘 보이지 않아요. 읽고 보는 습관을 통해 길러진 생각인지, 아니면 의무감을 갖고 있는 것인지. 그 동기가 좀 더 선명하게 보인다면 글쓴이의 마음을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섯 번째 합평을 이렇게 마무리 짓습니다. 두 달이었는데, 길었던 것도 같고 짧았던 것도 같아요. 누구보다 성실하게 임해주셔서 무한 감사했습니다. 화창한 봄날이시길, 계속 홈은님의 글을 만날 수 있길 바랍니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건 정말 행복한것 같아요..좋아하는일이 직업이 되고 수익이 된다면 너무 좋을듯 하지만 세상에 그렇게 사는 사람이 많지는 않은것 같아요.. 심지어 좋아하는 일이여도 직업이 되면 싫어진다네요?? 허허허허 전 제가 좋아하는일을 언능 찾아 저의 직업으로 삼고 싶은데 말이죠
[합평]
생각해보면 나를 정의하는 방법에는 좋아하는 것을 말하는 방법과 싫어하는 것을 말하는 방법이 있는 것 같아요. 전자가 나를 풍성하게 한다면 후자는 나와 내가 아닌 것을 경계지어 뚜렷하게 한다는 느낌입니다. 쌓이고 흩어지는 임계적 현상으로써 존재하는 생명이라는 특징은, '나'라는 인식에서도 마찬가지로 드러난다는 생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좋아한다'는 것에 포커싱을 맞춘 글의 구성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좋아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좋아할 수 있는 것,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그럴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것. 나와 타인의 이상적인 공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반면, 말씀하신 것처럼 뒷이야기나 구설수만으로 이야기거리를 찾고 공존하는 집단이라면, 피아식별만이 강화되어 관련 소재만을 공생의 재료로 삼는 사회를 피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만들어내는 다이나믹스가 함께 나와 타인의 공존을 흥미롭게 하지만, 왠지 좋아하는 것은 싫어하는 것보다 쉽게 저평가 받는 사회라는 생각이 들어요. 진화의 과정 중에 좋다 보다 싫다를 더 긴급하고 빠른 신호로 인식하던 개체가 살아남아서 그런 걸까요. 좋아하는 것을 더 이야기 하기 위해서는 그저 자연적으로 기대하는 것 이상의 장치들이 필요해 보입니다. 말씀하신 보편복지처럼.
많은 생각이 드는 글이었습니다. 집중해서 읽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합평]
어찌보면 좋아하는 것에 대한 주제마다 각 문단이 너무 섹션화되어 나누어져있다고 느낄수도 있는데, 그 취향에 일맥상통함이 있어서인지 그렇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담백하게 글이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하나 꼼꼼히 생활에 묻어나게 정돈된 홈은님의 삶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홈은님의 다른 글들에서 자주 만날 수 있었던 “보편 복지”의 근간에 본인이 있다는 하단의 문단에 지극이 개인적이고 어찌보면 소위 고상하다고 받아들여질 수있는,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 취미들도 다시 한번 올라가서 어떻게 보편복지에 대한 주장으로 이어지지는지 읽어보게 됩니다. 뭔가 질문형의 짧은 세줄의 마지막문단이, 위까지 담백하게 이어진 글을 조금 더 가볍게 만드는것 같아서, 질문형이 아니였으면 어떨가 생각해봤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할 수있는 삶이 지속되시기를. 그리고 글에 나와있지 않았지만, 홈은님은 읽는것, 그림, 미술관, 박물관, 음악듣기, 요리 , 뜨개질, 청소 외에도 여기에 빠져있는 글쓰기도 좋아한다고 생각합니다. 글쓰기를 통한 생각정리일수도 있겠고요.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합평]
‘좋아하는 것을 좋아할 수 있는 삶’ 말만 들어도 설레는 모두가 원하는 이상적인 삶이 아닐까 싶습니다.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하며 시간 낭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타인의 삶에 큰 관심이 없다는 부분에서 주변에 휘둘리지 않는 매우 자주적인 성격을 지니고 계신 듯 보였습니다.
<내가 잘 사는 것에 집중하고 내 삶을 충만하게 꾸려나가기 위해 노력한다. >
저도 타인의 삶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지만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다고 해야 할까요?그래서 홈은님께서 자신의 삶에 집중하고 노력하는 태도가 참 부럽고 본받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모두 평소 얼룩소에서 조금씩 보인 모습들이지만 청소까지 즐긴다? 아니 '사랑한다'는 표현을 쓰신 것을 보고 반성 모드에 들어갔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할 수 있는 삶을 살고 계시지만 글 전반에 걸쳐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기를 바란다는 소망이 강하게 전해졌습니다. 굉장히 개인적이고 독립적인 성격 이면에 누구보다 타인의 행복을 바라고 사회가 변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이 아닐까?라고 생각했습니다.
너는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생각을 하며 사는 사람이야?너라는 '나'는 누굴까?
마지막 던지는 질문에 ‘나’에 대한 에세이를 이미 써 냈지만 다시 곰곰이 생각하게 됩니다. 난 도대체 누굴까요?
홈은님의 독특(?) 하고 매력적인 느낌이 글 속에 그대로 녹아든 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좋아하는 것들을 즐겁게 누리며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
[합평]
‘너는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생각을 하며 사는 사람이야?’라는 질문의 답이 처음부터 나열된 글이었어요. 독서와 미술, 음악, 요리, 뜨개질, 청소까지 홈은님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일상의 모든 요소들이 ‘좋아하는 삶’그 안에서 이미 넉넉히 살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매월 다섯 번의 미술관을 방문하면서 전시작품의 감상을 떠나 ‘미술관정체성’을 반영하는 것은 무엇이고 그로 인한 미적가치를 찾아내는 님의 밝은 눈은 학습으로 얻어낸 것과 달리 타고난 감각인 것 같습니다.
낙서프로젝트라는 게 있다는 것도 글을 통해서 알게 되었고 일러스트도 겸한다고 했지만 별 영향을 받지 않는다니 주관과 개성이 뚜렷하다는 것을 짐작하게 합니다.
타인의 삶에 큰 관심이 없지만 ‘내 친구가 될 타인’에게는 관심이 많다고 했는데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는 타인들이 많이 생겨서 집단의 규모가 커지면 친구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다는 말이 인상적입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그런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깔려있네요. 그런 보편적인 복지가 확장된다면 너도 나도 ‘내 친구’가 될 확률이 훨씬 커질 것 같습니다만 희망사항이라고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는군요. 혼자서 꾸는 꿈은 꿈으로 끝나겠지만 함께 하는 꿈은 현실이 되는 걸 경험한 적이 있기에 이대목에서 잠시 머물렀습니다.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합평]
이렇게나 좋아하시는 일이 많으신데 우선 놀랐습니다.
독서. 그림 감상과 그리기.낙서. 미술관 박물관 방문. 음악 감상. 요리. 뜨게질....
청소는 사랑이구요. 근데 글쓰기가 빠졌군요. 글쓰기는 좋아하는걸 넘어 잘 하는 것 혹은 전문적인 것에 속하나요? ㅎㅎ 저는 저 많은 것 중 뭘 좋아하는지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겹치는게 지극히 몇 개 안되는군요. 나머진 그저 싫어하지 않는 정도?
문득 싫어하시는 건 뭘까 생각해 봤습니다. 시간 낭비. 맞나요?
홈은님이 누구냐고 물으셨나요. 한 마디로 홈은님은 너무나 열정적이고 바쁘게 그리고 행복하게 사시는 분이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저렇게 많은 걸 좋아하려면 보통의 열정으로는 힘들 것 같습니다.그래서 부럽고 존경합니다.
좋아한다면 집중할 수 있고 집중하는시간들이 이어지는 삶이란 정녕 행복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내가 어떤 감정으로 일을 하며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느냐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 진짜 나에 가깝다. 나를 설명하는 가장 좋은 길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얘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이 글을 쓰신 이유와 제목을 한 마디로 표현해 주신 문장에 깊이 공감합니다.
그리고 좋아하는 것을 좋아할 수 있는 삶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으셨군요.
행복을 스스로 만들어 가시는 홈은님을 본받고 싶습니다.
좋아하는 것들을 통해 홈은님을 알게 해주시는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홈은
[합평]
사회적인 위치를 나타내는 포멀한 단어가 아닌, 좋아하는 것을 쭉 나열한 단어들을 읽으면서 홈은 님의 본질적인 모습들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읽는 것, 그림과 낙서, 미술관과 박물관, 음악, 요리, 뜨개질, 청소와 같은 것들.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살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말에 많은 생각을 합니다. 누군가는 지금도 최소한의 생존을 위해 모든 에너지와 시간을 노동과 맞바꿔야 하는 삶을 살고 있는데, 적어도 그런 삶에서는 완전히 해방되어 오롯이 하고 싶은 것을 즐길 수 있는 삶이 부럽기도 했고요.
글을 읽으면서 2가지의 서로 상반된 축이 맞물려서 돌아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첫 시작부터 글이 종결될 때 까지 '나는 타인에게 관심이 없다' 는 말이 반복됩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명확하게 나열할 수 있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마음껏 누릴 수 있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타인에게 관심이 없지만 내 친구가 될 타인에게는 관심이 아주 많다고 하는 것을 보며 개인적으로 느낀 것은 홈은님이 지향하는 관계의 모습은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인
제한적인 공동체' 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평소 홈은님의 글들에서 주류 보다는 비주류들과 약자의 관점에서 작성해주신 것을 많이 봤던 것 같아요. 이러한 글의 기저에는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바람이 있었을 텐데,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모습에 있어서는 조금은 다른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닌 개인의 성향과 가치관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없고, 이것은 인간 관계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람을 배려하고 품는 것 보다는 내가 좋아할 수 있는 나 자신과 몇 몇 사람들에게 집중해서 그 관계에 집중하는 게 더 효율적이고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홈은님은 배울 게 많은 사람이지만, 저에게는 부족한 '삶에 대한 분명한 태도와 사고방식'을 존중합니다. 앞으로도 좋아하는 일과 사람과 함께 행복에 한 걸음 더 다가서는 삶 되시길.
고생 많으셨습니다.
[합평]
충분한 쉼이 만드는 풍요로움 때문에 낙서에 들이는 시간이 아깝지 않다고 말씀하시는 말씀에서 많은 영감이 왔습니다. 낙서하는 순간이야말로 인간이 가장 창의적인 사람이 되는 순간이 아닐까요.
나로 살아가는 다양한 역할을 설명한 후, 어떻게 사는 것이 조연이 아니라 주연으로 살아가는 것인가를 보여주는 대목이 참 좋았습니다. 나에 가까운 말로 나를 설명하는 일. 무미건조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일이 아닐런지요.
나 자신에게 오롯이 집중하는 삶을 살아가시는 홈은 님을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