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에모] 나

홈은
홈은 · 15년차 집돌이
2023/03/20
타인에 삶에 큰 관심이 없다. 내가 잘 사는 것에 집중하고 내 삶을 충만하게 꾸려나가기 위해 노력한다. 연예인이나 정치인에 대한 뒷이야기를 잘 알지 못한다. 관심도 없고 시간을 들여 이야기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관련 주제가 등장하면 다음번에는 화자를 만날 기회를 줄인다. 시간은 금이라는데 그 귀한 시간을 남 욕하는 것이나 들으며 낭비할 생각은 없다. 삶에 보탬이 되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즐긴다.

읽는 것을 좋아한다. 잡지, 신문, 책, 가정통신문, 공동주택 규약집, 보험약관 등 다양한 것을 읽으며 산다. 독서가 취향에 맞아서 즐기는 편이다. 눈이 피로한데 억지로 읽고 일해야 하는 상황을 싫어해서 대학원 때 고생을 많이 했다. 너무 많은 것을 읽고 보고 정리하고 다시 읽어야 하는 것이 적성에 맞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포장하면 그럴듯해 보일 수도 있을 별 볼 일 없는 실적과 보고서 몇 개를 싸질러놓고 그만두었다. 누군가는 실패한 학업이라고 말하지만 실패한 인생은 없다고 생각하는지라 성공하지 못한 연구자의 삶이었을 뿐이라고 여길 따름이다.

그림을 좋아한다. 보는 것도 좋아하고 그리는 것도 좋아한다. 거의 매일 낙서를 하는데 귀가한 아이들이 달라붙어 다 같이 하기도 한다. 낙서하는 시간은 아깝게 느껴지지 않는다. 충분히 쉬고 자는 것이 사람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하는데 휴식과 놀이의 경계에 있는 낙서도 나를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동네 책방에서 진행하는 낙서 프로젝트에 3년째 참가하고 있다. 일러스트 작가도 있는 모임이지만 위에서 서술한 것처럼 타인의 작품에 큰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멋진 작품을 그리는지에 신경 쓰지 않고 마음대로 그림을 그리고 낙서를 한다. 

한 달에 5번 정도 미술관을 찾는다.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일 때도 있지만 주로 혼자 돌아다닌다. 엘리베이터나 계단으로 꼭대기까지 올라간 후 비상계단으로 천천히 내려오며 미술관과 전시를 감상한다. 미술관은 프랑스 코스 요리와 같아서 메인 요리에 해당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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