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 사망, 경찰 책임일까?

출처: 연합뉴스


유명인이 곧 공인은 아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단어가 헷갈리는 경우가 자주 있다. ‘유명인’ 또는 ‘연예인’이란 말을 써야 할 대목에 ‘공인’이라고 쓰는 경우가 그렇다. 유명인과 공인은 완전히 다르다. 공인은 공직을 맡은 사람을 뜻한다. 유명인이라도 공직을 맡지 않았다면 공인은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하는 유인촌 씨 같은 사람은 유명인인 동시에 공인이겠지만, 이런 사람은 별로 없다. 당사자가 유명인과 공인을 헷갈리는 일은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국가는 달라야 한다.

이선균 씨의 비극적 죽음도 그렇다. 그가 마약을 했다면 수사를 받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그가 마약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 자체가 언론을 통해 우리에게 알려지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경찰 등의 국가기관이 수사를 이유로 유명인을 거명하며 언론의 표적이 되도록 만든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이건 그냥 잘못이 아니라 명백한 범죄다. 형법 제126조는 수사기관 관련자가 피의사실을 공표하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피의사실 공표만으로도 이선균 씨 사례에서 보는 것 같은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벌 사례는 별로 없다.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주로 검사, 경찰관이기 때문이다.

수사의 원래 목적은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이다. 제보가 있다면 수사에 착수할 수 있지만 수사 활동은 합리적이어야 한다. 특히 대중의 사랑과 신뢰로 살아가야 하는 연예인은 이미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수사상 보안도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 마약과 관련해 수사선상에 오르는 것만으로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선균 씨 경우는 거꾸로였다.

누군가는 유명인이 당연히 치러야 할 의무라도 되는 것처럼 말하지만 세상 어디에도 그런 건 없다. 공인이라면 몰라도 유명인이 짊어져야 할 의무는 전혀 없다. 심지어 공인 역시 이선균 씨처럼 함부로 대하면 안 된다. 죄 짓지 않으면 아무 상관없는 것 아니냐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수사는 죄가 있는지 없는지를 따지는 작업일 뿐이다. 죄가 있는지의 여부는 경찰이나 검찰의 단정으로 판명나지 않는다. 법원의 판결을 통해서 가늠할 수 있을 뿐이다.

’알 권리’를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연예인처럼 유명한 사람이 마약 같은 걸 하면 국민 입장에서는 당연히 그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권리’가 있다면서. 그건 ‘알 권리’보다는 그저 ‘호기심’이라고 부르는 게 맞다. 단지 대중의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이선균 같은 배우를 잃을 수는 없는 일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임계점 같은 게 있다. 물이 100도가 되면 끓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 사람을 두고 온세상이 다 떠들어대면 그걸 견딜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선균 씨는 유명했지만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보통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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