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기억들은 잊혀도 괜찮다

콩사탕나무
콩사탕나무 · 나답게 살고 싶은 사람
2024/01/16
 겨울 왕국이다. 뿌연 안개 때문에 백 미터 앞의 신호등 색깔이 어렴풋하게 보였다. 초록과 빨강은 구분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새로 생긴 도로 옆에 심어놓은 작은 나무에는 아직 지지대가 괴어있다. 어디서 태어나 이곳에 심어진 것인지 모르는 나무는 삭막한 아스팔트 도로를 바라보며 생존을 위한 뿌리를 내리고 있다. 늘 무언가 부족하고 초라해 보이던 나무가 오늘은 유달리 아름다웠다. 가지마다 얼어붙은 하얀 서리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겨울방학 동안 아이들의 돌봄이 가장 큰 문제다. 남편은 재택근무를 하지 않는 날은 출근 시간을 앞당겨 일찍 퇴근하게끔 시간을 조정했다. 당분간 갑작스러운 이벤트가 발생하면 남편이 최대한 책임을 지기로 했다. 끊어진 경력을 잇는 중인 나는 아무래도 눈치가 보이는 위치니까. 남편을 역에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새벽의 어스름은 차갑고 쓸쓸했다.
겨울왕국 ⓒ콩사탕나무
 따뜻한 밥을 지어 점심 도시락을 싸두고, 사과로 아침을 해결하고 출근을 했다. 겨울왕국의 몽환도 잠시 PC를 켜고 자리에 앉자마자 카페인을 들이부었다. 십 년 동안 입에도 대지 않던 믹스커피 두 봉을 찢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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