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가면 제일 먹고 싶은 건 라멘이었다. 흔히 먹는 인스턴트 라면 말고, 일본식 라멘. 물론, 우리나라에도 라멘을 파는 곳이 많지만, 흉내 낼 수 없는 본토의 맛을 경험하고 싶었다. 라멘 위에 올려주는 차슈는 씹지 않아도 정말로 입안에서 녹아내리는지, 방금 데쳐낸 생면은 얼마큼 쫄깃할지, 걸쭉한 국물은 얼마나 깊은 풍미로 혀를 휘감아대는지 말이다.
“선생님! 선생님!! 여권 빨리 보여주셔야 돼요. 뒤에 기다리시는 분들이 많아서요.”
아차,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 여권이나 빨리 꺼낼 것이지 라멘 먹을 생각이나 하고 있었다. 새벽부터 움직이느라 아침을 걸렀더니 공복이 뇌를 지배 중인가 보다. 그나저나 여권이 손에 잡힐 타이밍이 한참 지났는데 여전히 캐리어 앞주머니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여권이 없다. 없다고?? 그럴 리가…. 말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리 뒤져봐도 캐리어 주머니 속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빛보다 빠른 속도로 캐리어를 넘어뜨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