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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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오후

 비가 온다. 며칠째 흐리거나 비가 온다. 잠깐 하늘이 보인다 싶었는데 온종일 비가 온다.   온 집안이 습한 기운으로 끈적해진다. 씻어도 습한 방안에선 물 먹은 옷을 입은 듯 찝찝하다. 선풍기를 틀고 에어턴을 틀고 보일러도 틀어본다.  잠깐 보송해진 느낌은 이내 사라진다. 밖으로 나가 빗소리를 들을까 싶었지만 나갔다가 더 큰 곤란함을 느낄까 관둔다.  입맛도 떨어진다. 뭘 먹어도 그냥저냥이다. 시원한 국수를 먹어도 따뜻한 국물을 밥과 먹어도 좀처럼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해를 보지 못해서 그런가. 하루 한 두끼로 그마저도 지나가게 된다.  언제 날이 맑아질지 예보를 보지만 아직까지는 장맛비가 계속 있는 듯 하다. 내일은 날씨가 맑았으면 싶다.  자주 보았던 애니메이션도 이런 소재를 가지고 만들었다.  비가 그치지 않는 도시. 맑은 날을 바라는 주인공. 몇 차례의 고비. 그리고 끝나지 않는 비. 잠겨진 도시.  그러나 주인공들은 믿었다, 날이 맑아지는 그 날을....
생활/사건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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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늦은 시간에 잠이 들었다. 일직 잠에 들려고 했지만 그냥 잠이 오지 않았다.  하루는 이른 아침에 눈이 떠졌다. 날씨가 흐렸다. 멍하니 창문을 하라본다. 하늘보다 옆 건물 벽만 보인다.  차츰 날이 밝아오는 것 같더니 이내 빗방울이 떨어진다. 천천히 떨어지던 비는 세찬 빗줄기를 때로는 바람만 때로는 안개처럼 내렸다.  얼마나 창문만 바라보고 있었을까.  이내 비가 그치려고 하는지 햇살이 나온다. 자리를 일어나 세수를 한다. 밖으로 나가자. 이렇게 앉아서 하늘이 보일 때까지 있어서는 말라 죽어도 보지 못할 것이다.  맑은 하늘이다. 비가 온 후의 하늘은 언제나 맑은 깊이를 보여준다. 하늘색을 그래서 보기 좋다.  멀리 가고 싶어졌다. 바다가 보이는 곳으로 나무가 있고 바람이 부는 그런 넓은 곳으로, 떠나고 싶다. 
생활/사건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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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늦은 시간까지 뜬눈으로 누워있다. 요즘 들어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  매일 같이 하던 일도 그만두고 고정 수입을 위해 취업 준비를 하게 되었다. 참 긴 시간이 흐르고 나아지지 않는 마음으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알아본다.  쉽사리 마음이 가는 일이 없다. 아니, 마음이 가지 않았다.  하는 듯 마는 듯 취업 사이트를 들락날락 거리고 하루를 축 내었다. 옆에서 보는 사람은 얼마나 한심스러워할까. 매일 고개를 숙이게 된다.  힘내라는 말과 따스한 포옹에도 나는 힘이 나지 않았다. 미안하고 힘이 들었다. 그냥 이렇게 지내고 싶은 생각이 많았다.  그렇게 매일 잠을 이루지 못한다. 이른 새벽에 동이 트는 빛을 보고 쓰러지듯 눈이 감긴다.  오늘도 이렇게 지나가자.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면 무엇이든 되겠지.  잠을 좀 자야겠다.
생활/사건사고 · 사상/철학/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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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바쁜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물론 평소와 크게 바뀐 것은 없습니다. 정오가 되면 매일 집을 나서는 것 빼고는 말입니다.  운전을 합니다. 1시간 남짓 되는 거리를 매일 가고 왔습니다. 그래도 해를 보고 바람을 느끼고 낮과 밤이 다른 기온을 온몸으로 느꼈습니다.  오랜만에 움직이는 것이라 금방 피곤해지고 허기가 졌습니다. 잘 먹어야지 하면서도 냉장고를 채우기 위해선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합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1년하고 한 달 째 입니다. 여유로운 삶은 한참 전에 끝이 났고 다른 직장을 아직 잡지 않고 있는 저를 보고 다들 걱정도 하지만 한심한 듯 보고 안쓰러워 하기도 합니다.  취업 권유 전화도 받았습니다. 갑작스런 공석에 구직 광고를 냈지만 제가 마음에 있으면 바로 연결해주겠다고 하였습니다.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아직 직장이라는 곳에 선뜻 발을 딛기가 힘들었습니다.  세상 모든 일이 사람과 함께 하지 않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도 들지만 아직까지 다른 이...
생활/사건사고 · 젠더/청년/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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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함

  1주일 넘게 컨디션이 좋지 않았습니다. 봄이라고 날리는 꽃가루가 코를 자꾸 막히게 하였습니다. 아침이면 정신이 없었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춥고 애매한 더움이 몸살을 달고 살게 하였습니다.  절로 힘이 빠지게 되었습니다. 식욕은 절로 떨어지고 하루 종일 누워 있게 되었습니다.  늦은 오후가 되어서 한참이나 고파진 배를 부여잡고 한 끼를 먹습니다. 훌쩍이는 코는  손만 대면 촉촉한 물기가 있습니다.  약을 먹어보지만 효과는 잠만 늘었습니다. 졸려옵니다. 다시 이불을 덮고 눕습니다. 조금만 쉬고 일어나 해야할 일을 하기로 합니다.  꿈을 꾸었습니다. 바람이 많이 부는 집에 안아 밖을 쳐다보다가 달려나갑니다. 주변의 풍경은 어릴 적 푸른 들녁이 춤을 추는 곳입니다.  잠에서 깨었습니다. 어느새 늦은 저녁입니다. 서둘러 일어나지만 어지러운 머리는 두통을 안겨줍니다. 맹맹한 코는 촉촉함을 넘어 꽉 막힌 배수구 같았습니다.  휴지를 조금 뜯어 입으로 숨을 쉬며 코를 풀었습니다...
생활/사건사고 · 젠더/청년/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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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함, 약해짐

 좀처럼 아침에 눈을 떠도 일어나는 것이 싫어집니다. 피곤한 것도 있지만 머리가 정리가 안되나 봅니다. 지금도 이 글을 적는 새벽 시간에 키보드를 누르고 있습니다.  저녁을 먹고 간단히 군것질도 하였습니다. 야시장을 가서 이리저리 둘러보고 맛있는 것도 먹었지만 배가 고픕니다. 하루 세 끼는 꼭 챙기는 것 같습니다.  졸려오는 눈이지만 막상 누워서 잠을 청하려니 꼬르륵 뱃속에서 아우성이 들립니다. 물을 마시고 과자도 먹어봅니다. 오히려 입맛을 돋아줍니다.  오랜만에 단골 야식 집에 주문을 하였습니다. 한 달에 꼭 2~3번은 주문하는 곳입니다. 요즘은 수입도 적고 아껴야 하기에 배달은 정말 간혹 시킵니다. 내일은 다른 씀씀이를 더 줄여야 합니다.  이런 모습을 생각하고 바라보니 점점 약해지는 저를 보게 됩니다. 그래서 인지 아침이 점점 늦어지는 것 같습니다. 꿈도 늘 비슷하게 꾸었습니다.  약해지지 말자고 다짐을 해도 다른 생각이 따라 옵니다.  '그럴 수 있을까'  ...
생활/사건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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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

 사람은 살아가는데 '여유'를 원한다. 시간, 관계, 사람, 돈 등등. 우리는 모든 것이 여유롭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믿는다.  퇴근 후 시간이 없어 운동을 못한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피곤해서 자기 바쁘다.  이른 시간 출근이며 일을 하기 바쁜 시간이다.  주말이면 여유가 없다. 미뤄둔 일을 한다.  금전적인 여유가 없어 나은 곳으로 이사든, 물건이든 가질 수 없다.  여유는 우리에게 가장 큰 과제이면서 보다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한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다. 아니,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나는 여유로움을 준비하지 않았고 늘 오늘을 생각하고 오늘을 위해 살았고 오늘만 바라보았다. 그래서인지 나는 준비를 하지 않았다.  직장을 그만두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였다. 퇴직금을 적절하게 저축하고 투자를 조금씩 배워갔다. 절약도 하면서 나에게 주로 썼다. 물론 발전하는 쪽 보다는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것에 사용했다.  점점 ...
생활/사건사고 · 경제/소비자
연아사랑희정
인생을 실전이라 생각을 하시나요?
심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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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을 저는 실패한 것 같습니다.

 한 직장에 오래 다니면서 느낀 생각을 이랬습니다.  '난, 이곳에, 무엇을 위해, 왔는가'  첫 야간 근무를 시작했을 때 너무나 떨리고 긴장되어 다음 날 제대로 잠도 자지 않고 또 근무를 했습니다. 그때는 실수 없이 해내자고 나를 다그쳤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1년이 지났습니다. 적응된 근무는 점점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주었습니다. 돈을 더 받거나 좀 더 중요한 업무를 담당하고자 하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지금의 상황에 안심하고 나에게 조금 신경을 쓰자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시간이 흘렀습니다. 3년이 되고 보다 중요한 업무를 맡았습니다. 갑작스런 업무 배정에 당황스러웠고 갑자기 진급을 하였습니다. 놀랍고 기쁘고 성취한 것 같은 기분보다 걱정과 부담이 먼저 다가오고 무서웠습니다.  또다시 시간이 흘렀습니다. 저는 모든 걸 내려놓고 일을 그만두었습니다. 대인관계도 업무도 시간도 모든 것이 부담이고 무서웠습니다. 실전을 열심히 임하였지만 저는 확실하게 패배 했습...
노동/인권/사회 · 생활/사건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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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천천히 일어나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은 꿈에도 아기 고양이가 나오고 일어나니 보리가 야옹 하고 울면서 안겼습니다.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몰랐습니다.  화장실을 다녀오니 웬일로 얌전히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정말 꿈 같은 상황에 곰곰이 생각을 했습니다. 꿈에선 어떤 고양이가 나왔는지 떠올려 봅니다. 아마도 어제 본 사진에 나온 까만 고양이인 것 같았습니다.  새까만 고양이가 아파하고 눈도 잘 못 뜨는 아기 고양이었습니다. 안쓰러워 안고 있었습니다. 커다란 개도 보였습니다. 고양이를 안고 있는 나를 쳐다보면서 가만히 옆에 있어 주었습니다.  한동안 그런 고양이를 안고 다녔습니다. 결국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본가의 옛날 집이 보였습니다. 거실 기둥 아래 아기 고양이가 얌전히 누워있었습니다.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들이 주위를 돌아다닙니다. 미동 없이 누워있는 아기 고양이가 보였습니다.  놀라서 아기 고양이를 만져보았습니다. 말끔하게 반짝이는 털이며 눈도 잘 뜨는 아기 고양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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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꼬다리가 좋아요 ㅎㅎ

 어릴 적 소풍이나 운동회나 대회가 있을 적이면 어머니는 언제나 김밥을 싸주셨습니다. 우리 집 김밥은 언제나 먹어도 맛있었습니다. 전날 밤이면 시금치, 오이, 어묵, 햄, 단무지, 맛살을 손질하셔서 어묵과 햄, 맛살은 간장에 졸여주시고 시금치는 간간하게 데쳐서 준비하고 오이는 아삭하게 절여 두셨습니다.  요즘에 김밥을 사 먹다 보면 문득 어머니의 김밥이 생각이 납니다. 분명 아침에 일어나 정성스레 김밥을 싸주시며 꼬다리는 한 번에 모아 아침으로 먹고 가라고 하셨지만, 전 못내 꼬다리가 도시락 통에 담겼으면 하는 바람이 가득하였지만 어머니는 가지런한 김밥만 채워주셨습니다.  한 번은 꼬다리를 넣어 달라고 말씀 드렸는데,  '그럼 김밥이 가지런히 많이 들어가지 않아서 나중에 먹다 보면 배고플거야. 다음에 여러가지 많이 싸서 갈 적에 꼬다리 많이 넣어줄게.'  어머니는 이리저리 뛰어다닐 아들 생각에 도시락 통 가득 김밥을 채워주시려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먹는 것에 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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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풀

 작은 소품들을 파는 상점에 다녀왔습니다. 책상 위를 장식하거나 가방이나 휴대전화, 열쇠 고리 등의 소품들이 아기자기하게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이것저것 둘러보던 중 초록 잎사귀가 눈에 띄었습니다.  봄이 오고 여름이 가까워지면 학교 잔디밭 근처와 놀이터 한 곳에 해가 잘 드는 어느 곳이든 있던 토끼풀, 클로버 였습니다. 네 장의 잎사귀를 보니 절로 초등학생 시절이 생각이 났습니다.  네 잎 클로버를 찾겠다며 무릎이 초록으로 물들 때까지 풀밭을 기어 다니던 때가 있었습니다. 작은 잎사귀라도 네 잎이라고 하면 너 나 없이 달려와 자기를 달라 재촉했습니다.  스스로 찾아 행운을 얻는 것보다 남이 찾아도 내가 그것을 갖고 있다면 행운이 올 것이라는 믿음이 어떻게 그 어린 시절에 느끼게 되었는지 몰랐습니다.  언제나 네 잎 클로버를 찾으면 저는 친구에게 주었습니다. 그것도 아니면 어머니에게 보여드리고 두꺼운 책에 끼어 두고는 잊어버렸습니다. 저는 행운을 원한 것보다 누군가 좋아하...
생활/사건사고 · 문화/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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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저를 들었다면 완전히 비우는 것이 저도 습관입니다.

 어릴 적 할머니와 함께 지냈습니다. 언제나 가득한 밥그릇은 할머니의 정성이 가득했고 저는 천천히 먹는 걸 좋아해서 할머니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밥을 먹었습니다. 그럴 때면 언제나 할머니는,  '고만 말하고 밥이나 빨리 묵어라!'  성격이 급하신 할머니는 금방 식사를 마치고 저를 쳐다보며 말씀하셨습니다. 그래도 제가 수저를 내려놓을 때까지는 자리를 지켜주셨습니다.  그때부터 일까요? 식사를 할 때면 깨끗이 비워진 그릇을 밥상 위에 두고 할머니를 쳐다보면 할머니는 말없이 저를 봐주시고 상을 치우시는데, 말씀은 안 하셨지만 잘했다 칭찬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얼른 핵교 다녀와라!'  아침이면 할머니의 그런 칭찬 같은 인사를 듣고 등교를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할머니가 차려준 밥상처럼 맛있는 밥을 먹을 적이면 배가 불러도 그릇을 다 비웁니다.  지금은 계시지 않는 할머니시지만, 어디선가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릴 때가 있습니다.  '자~알 먹는다, 내 새...
생활/사건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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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하늘

 며칠 사이 하늘은 자주 흐려졌습니다. 오늘도 아침부터 구름이 끼인 하늘은 조금 있다 빗방울을 떨어뜨렸습니다. 분명 이른 아침에 눈을 떴지만 지끈 대는 머리가 자구만 이불 속으로 몸을 움츠리게 하였습니다.  한참이나 뒤척이고 몇 번의 꿈속을 지났습니다. 좀처럼 두통을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날씨 따라 머리가 아프다면 올해는 정말 큰 일입니다. 어제 본 기사에서 올 여름은 비가 오는 날이 대부분이라고 들었습니다. 대책이 필요하였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잠이 들지 않아 문제입니다. 일찍 잠드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일찍 일어나는 시간도 꼭 필요하겠습니다. 늘 눈을 뜨고는 잠깐 물을 마시고는 다시 잠에 듭니다. 정말 큰일입니다.  세 끼를 잘 챙겨야 할 것 같습니다. 늘 점심과 저녁에 식사를 하고 늦은 저녁이 되면 배가 고파져서는 야식을 먹고 한참 있다 잠이 듭니다. 악순환입니다.  흐린 하늘 탓이 아니었습니다. 흐린 저의 머리 탓일 겁니다.  오늘은 시간을 다르게 써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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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감기

 아침이면 언제나 먹먹한 코 소리를 낸다. 어제 저녁엔 이불도 잘 덮고 잤는데 어제 보다 더 코가 막혔다. 살짝 열이 있는 느낌이지만 물을 마신다. 목도 잠겼는지 마시는 물인데도 목이 따갑다.  어린 시절부터 아침이면 코맹맹이가 되어 일어나 점심이 될 때까지 코를 풀어도 여전했다. 약도 먹어보고 물도 많이 마시지만 좀처럼 낫지 않았다.  다 큰 지금에서야 이비인후과에서 만성 비염이라고 약도 꾸준히 먹고 물도 많이 마시고 찜질도 하고 가습기도 충분히 사용해서 코를 촉촉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하셨다.  물은 하루에 정말 많이 먹지만 다른 것들은 소홀히 했다. 약은 먹고 나면 너무 잠이 와, 안 그래도 늘 잠이 많은 나로서는 극악이었고, 가습기는 고양이가 있어 위험하다는 말에 시도도 하지 않았다. 찜질은 조금 귀찮았다. 가장 쉬운 따뜻한 물 많이 마시기. 가장 올바르게 실천 중이다.  하지만 날씨가 갑자기 춥거나 일교차가 심하고 미세먼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어김없이 나의 코를 ...
생활/사건사고 · 문화/예술 · 젠더/청년/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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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박

 때 아닌 날씨가 오늘도 있었습니다. 늦은 오전에 일어나 물 한 잔 마시고 창문 밖을 보니 흐린 하늘이 보였습니다. 비가 온다는 소리를 들었기에 로즈마리가 자라는 화분을 한 번 살피고 들어옵니다.  오늘은 느긋하게 낮잠도 자고 집에서 쉬려고 합니다. 간단히 요기를 하고 자리에 누웠습니다. 어제 늦은 저녁까지 TV를 보다 잠이 들었고 오늘은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싶었습니다. 오랜만에 펼쳐 든 소설책은 하얀 종이를 들어냈습니다.  활자가 가지런히 눈에 들어오고 천천히 넘기는 책장을 따라 장면이 머리에 그려지는데,  투둑, 토옥, 후두둑  때 아닌 소리에 창문으로 다가갑니다. 바람이 강하게 불고 녹은 눈 같은 것들이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한창 봄이 오고 있는 지금 눈이 왜 오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점점 단단한 콩알처럼 떨어졌습니다. 우박인 것 같았습니다.  정말 신기했습니다. 한동안 창문에 서서 책을 읽으며 그것이 떨어지는 소리를 더 들었습니다. 바람이 많...
생활/사건사고 · 문화/예술 · 기후/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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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풍경을 사진을 찍는 건 오래 전부터 좋아했습니다. 어린 시절엔 어머니가 사오신 전자식 사진기를 들고 다니며 여기저기 찰칵 거리며 다녔습니다. 필름이 있는 줄도 모르고 초점이 맞는지 알 수 없었던 시절이지만 혼자서 천방지축 돌아다니는 저에겐 또 다른 놀이거리 였습니다.  책을 읽거나 강아지를 데리고 들과 논과 산으로 돌아다니거나 나무 밑에 앉아 풍경을 보는 것 밖에는 없던 어린 시절을 조금이나마 취미라고 생각했던 일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찾아본 사진은 정말 어린 시절 눈에 담았던 풍경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사회에 나가 생활을 하다 보니 주변의 풍경은 언제나 오고 가는 사람들, 지나 다니는 차와 오토바이, 간판이 저녁이면 환한 가게들, 자정이 지나도 밝혀진 가로등과 길들.  하늘은 바람에 지나 다니는 구름을 담았는데 올려다 보지 않았고 무성한 가지를 가진 가로수를 하루는 기쁘게 바라보다 어느 날 앙상하게 잘려진 모습을 볼 때면 더욱 어린 시절 풍경이 그리워 고개를 숙...
생활/사건사고 · 문화/예술 · 젠더/청년/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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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책

 오늘은 책장을 정리했습니다. 물론 다 정리는 하지 않았습니다. 소설책이 있는 곳에만 자리 정리를 하였습니다. 정리라고 하기엔 단출한 느낌입니다.  소설책을 봅니다. 오랫동안 좋아했던 작가의 책이기에 1년을 조금 넘긴 때에 완결이 나왔다는 소식에 지체없이 모든 책을 샀습니다. 그때는 정말 오랜만에 택배가 기다려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무거운 택배 상자를 가지고 들어오던 그때는 정말 배가 고프던 저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도 잊고 책을 하나하나 둘러보며 읽었습니다. 한 권의 책을 절반 정도 읽은 후, 살짝 빈혈 증상에 간단히 요기를 하고 또 책을 보았습니다.  저는 학생 시절에 책은 대부분 소설책만 보았습니다. 간간히 시집과 에세이, 산문집도 보았지만, 대부분 무협소설, 판타지 등을 읽었습니다. 상상과 공상을 즐겼던 저는 매일 매일이 소설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게 대인관계와 사회생활에서는 조금은 멀어지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가끔 이야기를 할 적이면 장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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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문득 그랬다. 앞으로 이렇게 지내고 있는 나는 어떻게 될까.   비슷한 시간의 기억을 더듬었다. 한참이나 시간을 흘렀고 학교를 졸업한 후의 시절이다. 동생과 함께 집을 떠나 처음으로 자취를 하였다. 물론 나보다 동생의 학교가 멀어 지내게 된 곳이다.  그때는 동생을 따라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했다. 공기업 입사를 위해 필기 시험 공부를 하던 그때도 혼자였다. 하루 종일 책상에 있으면 시간이 가는 걸 천천히 느낀다.  잘 먹지도 않았다. 아침을 먹으면 중간에 간단한 요기를 하면 저녁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밖으로도 잘 나가지 않았다. 의자에 앉아 시험 공부를 하고 질리는 시간엔 책을 읽었다. 정말 한 번 산책을 갈까 하는 날에만 근처 공원을 걸었다.  한 번 씩 나오던 그때 산책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짧은 길이지만 벤치도 있고 그늘도 있다. 챙겨간 책을 꺼내 읽으면 정말 시간이 그렇게 빨리 가는지 아쉬웠다.  공간이 달라서 일까. 벽만 보고 있던 책상이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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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늦은 시간 잠이 들었다. 오늘도 늦게 까지 잠을 잘 것 같아 잠을 설쳤다. 그래도 한 두 시간은 잠을 잔 것 같았다.  함께 자던 보리가 연신 움직이더니 아침 새소리에 창문으로 뛰어 갔다. 나도 모르게 눈을 뜨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일찍 아침을 시작했다.  다시 잠들 것 같았는데 웬일인지 간단한 아침을 먹고 자리에 앉았다. 간단한 인터넷을 둘러보고 글을 썼다.  아침에 글을 쓰는 것이 언제였을까.  주로 늦은 오후와 저녁, 새벽에 글을 쓰던 나로서는 정말 의외의 일이다. 이젠 이런 일을 자주 해야겠다.  시간에 따라 써지는 글은 언제나 다른 것 같다. 내가 쓴 글이지만 여러 장의 글을 넘기다 보면 '이 글은 언제 적었나'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과연 다시 적는다면 이런 글이 나올까.  한참 예전 적었던 글들을 찾아본다. 다듬어지지 않았던 그때의 감정도 글씨도 종이도 시간도 보인다.  요즘은 인터넷으로 글을 적다 보니 그런 느낌을 느끼기 어렵다. 똑같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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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

 오늘 아침도 함께 지내는 고양이의 울음을 들었습니다. 어제 저녁에 화장실을 비워두고 자는 것을 깜빡했습니다. 부스스 일어나 녀석의 화장실을 정리해줍니다.  그제 다녀온 구조된 개와 강아지들이 있는 카페에서 바람을 많이 쐬어 아직도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때늦게 감기가 찾아 옵니다. 약을 먹고 자리에 앉아 연신 코를 훌쩍 거리니 녀석도 무슨 일인가 옆에 와서 코를 킁킁 거리고 있습니다.  그 카페는 유기견이나 열악한 환경에서 구조된 반려견을 키우시거나 임시 보호를 하는 곳이었습니다. 주인 분께서는 화가이신지 곳곳에 개와 강아지가 주인공인 그림이 많았습니다. 멋있는 모습으로 앉아있는 검은 개의 그림이 가장 눈에 띄었습니다.  강가에 위치한 카페를 바람이 많이 불었습니다. 연신 코를 훌쩍이면서도 오랜만에 덩치 큰 개도, 아직 올망졸망한 강아지들과 있으니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쓰담아 주기 바빴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조금이라도 넓고 강아지를 키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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