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혼란해진 세상, 영화에 집중하기 조차 힘든 이때 슬픈 소식을 접했다. 영화 <러브레터>(1999)의 주인공으로 잘 알려진 나카야마 미호가 오늘 세상을 떠났다는 것.
어떤 배역과 배우의 결합은 너무 강렬해서, 영화 속에 영영 남아 우리의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고는 한다. <러브레터> 속의 나카야마 미호도 그렇다. 시리도록 하얀 설원과, 홀로 우뚝 선 여인의 뒷모습, 덥수룩한 커트 머리와 외투로도 가려지지 않는 가녀린 실루엣과, 온 힘을 다해 옛 연인을 부르는 목소리. 그것은 나카야마 미호 연기의 한 페이지에 그치지 않고 1999년 그 겨울, 우리가 공유했던 하나의 이미지로 남았다.
비교적 최근 영화 <나비잠>(2018)에서 그녀는 이전의 청초함 대신 원숙함을 갖춘 모습이었다. 동시에 그녀는 이전과 다름 없이 자신이 속한 공간과 계절을 투명하게 품는 독특한 재능을 가감없이 보여주었다. 모든 인연이 작별로 끝나기 마련이지만 그것이 너무 이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