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다가 막힐 때 문득 제가 사회에 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학력도, 경력도, 기술도 없습니다. 가진 거라고는 글감으로 쓰려고 천장까지 쌓아 둔 책더미와 누구나 읽기 쉬운 글을 쓰려고 연마한 잔재주 뿐입니다. 그런데 그마저도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면, 저는 주변 사람들에게 기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집안 상황도 불안하고 나라 상황도 좋지 않지만, 글이 막히는 순간에는 사회의 떳떳한 일원이 될 수 없다는 게 가장 괴롭습니다.
누군가는 사람이 존재 자체로 소중하다며 위로하겠지만 그건 현실 도피입니다. 애덤 스미스가 말한 것처럼, 사람은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고 여길 때 행복합니다. 내가 잘 하는 일이 있어서 누군가가 나를 필요로 할 때, 내가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존재라고 인정받을 때, 사람은 비로소 소중한 존재가 됩니다. 중요함은 차등적입니다. 그냥 숨만 쉰다고 해서 소중하다면 세상에 누구도 소중할 수 없습니다. 저는 제가 소중한 존재인지 아직 모르겠습니다.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