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탄생1] 6. 흰머리 때문에 생긴 일들

청자몽
청자몽 · 꾸준한 사람
2023/07/13
새치 또는 흰머리가 문제 될 줄 몰랐다. 염색 안하고 다닐 때는 할머니들이 제일 많이 물었다. 할머니냐? 엄마냐?고.. 그런데 염색을 한 다음에는 애들이 놀린다.
엄마탄생 여섯번째 이야기 :



머리 때문에 문제가 생길 줄이야.
염색 안한채 아이와 다니는건 미친짓이다.

양갈래로 곱게 땋은 딸아이의 머리. 이 모양이 아주 마음에 든단다. 머리 예쁘게 하는게, 등원준비할 때 제일 신경쓰이는 부분이다. 보기 좋은 갈색이며 반곱쓸인 머리. 저게 원래 내 머리였다. ⓒ청자몽

원래 염색하지 말자 주의자는 아니었지만, 아이 낳고 호르몬 교란이 온 탓에 면역력이 약해진게 문제였다. 모유 수유 끝내고 몇개월 지난 후, 염색을 했더니 지루성 두피염이 심하게 왔다. 비듬이 눈처럼 내리고, 두피가 심하게 가려운데다가 빨갛게 피부병이 왔다. 병원가서 약 받아오고, 샴푸 바꾸고, 별별 난리를 다하여 간신히 가라앉혔다.

그런 다음 다시 염색을 하지 못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미장원 원장님한테 코로나 바이러스를 전염받은 후에, 트라우마가 생겨서 한동안은 아예 미장원 자체를 가지 못했다.

염색을 하지 않은채, 어린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건 미친 짓이었다. 사람들은 내 얼굴 보지 않는다. 아이 보고 예쁘다 하면서, 내 '머리'만 보고(정확히는 머리색) 할머니냐고 물었다. 사실 사람들이 아니고, 오지랖 넓은 할머니나 지긋한 나이의 쾌활한(?) 아주머니들이 그러셨다. 온 동네를 휘젓고 다니는 할아버지 한분도 할머니냐고 했다. 심하게 우는 아이 달래느라 등에 엎고 걷는데, 그걸 따라오시면서 "할머니가 고생 많으시네."했다. 아이는 눈물을 그치고, 내려달라고 했다.

할머니와 아줌마와 오지랖 할아버지 등등에게 여러번 할머니냐 소리를 들으며, 온갖 수모를 다 당하던 나는 문득 결심했다. 나 상처 받는건 괜찮은데, 내 애는 무슨 죄냐. 트라우마를 던져버리고, 작년 6월에 드디어 몇년만에 미장원 가서 머리 자르고 염색도 했다.

이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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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공) 전직 개발자, 이현주입니다./ 한국에서 10년, 미국에서 7년반 프로그래머로 일했습니다./ 현재는 집안 잔업과 육아를 담당하며, 마침표 같은 쉼표 기간을 살아갑니다./ 일상과 경험을 글로 나누며 조금씩 성장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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