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노래를 들어라

적적(笛跡)
적적(笛跡) · 피리흔적
2023/02/11
이름은 고양이입니다. 나와 함께 사는 남자는 나이가 꽤 들어 보입니다. 작년에 이 집에 왔습니다. 처음 이 사내는 자기 손바닥에 나를 올려 손가락에 분유를 찍어 먹여 주었습니다.
   
사내는 복층으로 올라가 인사를 하고 나면 나는 아래층에서 폭신한 극세사 이불에서 잤습니다. 얼마 뒤 사료를 빻는 소리로 아침이 밝아왔습니다,
나는 태어나자마자 화장실을 다녔습니다. 사내는 모래를 뒤적이며 행복해 보였습니다. 사내의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 속엔 내 이름이 있습니다. 처음 이 집에 들어왔을 때부터 들었던 소리였습니다. 나는 그 소리만 들으면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대부분 밥을 주거나 간식을 줄 때 부르는 소리였습니다.
   
적적@
이제 나는 이 집안의 모든 곳을 알고 있습니다. 사내가 잊고 있는 곳까지 다 다니며 냄새를 묻혀 두었습니다. 사내는 아침이면 눈뜨자마자 한참 동안을 나갔다 옵니다. 옷이나 몸에서 다른 냄새가 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혹시 나가서 내 냄새가 지워질까 봐 들어오면 몸에 내 냄새부터 묻힙니다. 사내가 번쩍 들어오려 머리부터 엉덩이까지 털을 고르게 손으로 쓰다듬습니다.
   
지난겨울엔 같이 차를 타고 멀리 놀러 갔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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