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에모] 돈, 인생을 가르쳐 준 지혜자!

살구꽃
살구꽃 · 장면의 말들에 귀를 모아봅니다.
2023/03/03

창밖의 비
비가 내린다. 이삿짐이 한약방 안으로 들어갈 때마다 점점 줄었다. 짐을 옮기는 아저씨들이 재빠르게 움직이는 사이 시숙과 남편, 작은시누가 언뜻 언뜻 보였다. 나는 창밖으로 비 맞는 내 살림을 남의 물건처럼 건너다보고 있었다. 
   
지하다방으로 내려가는 계단 창에서 나는 포대기로 아이를 업은 채 훌쩍였다. 지하실에서 올라오는 냄새가 비에 섞여 쿰쿰했다. 토요일, 늦은 오후였다. 사람들이 문을 여닫을 때마다 등에 업힌 아이는 엄맘마..맘마를 부르며 엉덩이를 들썩였다. 사람들이 걸어 내려가면서 나를 흘깃거렸다. 밖에서 작은시누가 두리번거리며 이쪽으로 오는 게 보였다. 
   
“올케...”

작은시누가 내 손을 잡았다. 아이가 다시 엄마마..맘마를 외쳐댔다. 우리 아가, 착하기도 하지. 엄마랑 잘 지내다가 대전에서 다시 만나자~. 아빠랑 누나랑도 건강하게 잘 지내, 알았지? 아이가 뭐라고 옹알이를 한다. 제 고모가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려, 그려. 하면서 엉덩이를 톡톡 두드렸다. 아가를 부르며 내게 전하는 작별인사, 우리는 손을 맞잡고 서로 웃을 듯 말듯 눈물을 훔쳐냈다.
   

혼미한 돈 냄새
첫애 백일이 지날 즈음 시댁에서 분가했다. 단칸방으로 1년에 80만원이었다. 부엌은 방에서 나와 신발을 신고 연탄광이 있는 곳을 지나간다. 방 한켠에 놓인 계단을 오르면 다락이다. 다락은 공부하는 남편의 서재가 됐다. 
   
시동생 결혼으로 분가했지만 우리 집은 엄니 집에서 100미터 거리였다. 개업한 화방을 맡아 운영하기로 해서 첫애를 엄니가 봐주셨다. 아침마다 나는 아이를 업고 기저귀가방을 챙겨 엄니한테 달려갔다. 
신학기가 시작되는 화방은 정신없이 바쁘다. 캔버스와 왁구(나무틀), 붓이나 각종물감 등, 크기와 종류가 다른 물건들이 수시로 들어왔다. 수업 시작 몇 분 전에 급히 달려온 학생이 찾는 물건은 재빨리 내줘야 했다. 
   
개강 초는 반짝 성수기이다. 어느 돈을 세는 밤에는 내 손에 만 원권 지폐들이 수북했다. 노란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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