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에모] 돈, 인생을 가르쳐 준 지혜자!
2023/03/03
창밖의 비
비가 내린다. 이삿짐이 한약방 안으로 들어갈 때마다 점점 줄었다. 짐을 옮기는 아저씨들이 재빠르게 움직이는 사이 시숙과 남편, 작은시누가 언뜻 언뜻 보였다. 나는 창밖으로 비 맞는 내 살림을 남의 물건처럼 건너다보고 있었다.
비가 내린다. 이삿짐이 한약방 안으로 들어갈 때마다 점점 줄었다. 짐을 옮기는 아저씨들이 재빠르게 움직이는 사이 시숙과 남편, 작은시누가 언뜻 언뜻 보였다. 나는 창밖으로 비 맞는 내 살림을 남의 물건처럼 건너다보고 있었다.
지하다방으로 내려가는 계단 창에서 나는 포대기로 아이를 업은 채 훌쩍였다. 지하실에서 올라오는 냄새가 비에 섞여 쿰쿰했다. 토요일, 늦은 오후였다. 사람들이 문을 여닫을 때마다 등에 업힌 아이는 엄맘마..맘마를 부르며 엉덩이를 들썩였다. 사람들이 걸어 내려가면서 나를 흘깃거렸다. 밖에서 작은시누가 두리번거리며 이쪽으로 오는 게 보였다.
“올케...”
작은시누가 내 손을 잡았다. 아이가 다시 엄마마..맘마를 외쳐댔다. 우리 아가, 착하기도 하지. 엄마랑 잘 지내다가 대전에서 다시 만나자~. 아빠랑 누나랑도 건강하게 잘 지내, 알았지? 아이가 뭐라고 옹알이를 한다. 제 고모가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려, 그려. 하면서 엉덩이를 톡톡 두드렸다. 아가를 부르며 내게 전하는 작별인사, 우리는 손을 맞잡고 서로 웃을 듯 말듯 눈물을 훔쳐냈다.
혼미한 돈 냄새
첫애 백일이 지날 즈음 시댁에서 분가했다. 단칸방으로 1년에 80만원이었다. 부엌은 방에서 나와 신발을 신고 연탄광이 있는 곳을 지나간다. 방 한켠에 놓인 계단을 오르면 다락이다. 다락은 공부하는 남편의 서재가 됐다.
첫애 백일이 지날 즈음 시댁에서 분가했다. 단칸방으로 1년에 80만원이었다. 부엌은 방에서 나와 신발을 신고 연탄광이 있는 곳을 지나간다. 방 한켠에 놓인 계단을 오르면 다락이다. 다락은 공부하는 남편의 서재가 됐다.
시동생 결혼으로 분가했지만 우리 집은 엄니 집에서 100미터 거리였다. 개업한 화방을 맡아 운영하기로 해서 첫애를 엄니가 봐주셨다. 아침마다 나는 아이를 업고 기저귀가방을 챙겨 엄니한테 달려갔다.
신학기가 시작되는 화방은 정신없이 바쁘다. 캔버스와 왁구(나무틀), 붓이나 각종물감 등, 크기와 종류가 다른 물건들이 수시로 들어왔다. 수업 시작 몇 분 전에 급히 달려온 학생이 찾는 물건은 재빨리 내줘야 했다.
개강 초는 반짝 성수기이다. 어느 돈을 세는 밤에는 내 손에 만 원권 지폐들이 수북했다. 노란 고...
@살구꽃
와.. 이번 글도 정말 좋네요!
다 읽고 나서 드라마나 영화의 한 파트를 보고 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가 잘 모르는 시절의 이야기라 낯설기도 하면서도, 돈이라는 게 지금보다 더 생생하게 살아있던 시절이 아니었나 그런 생각을 하며 읽어 내려갔습니다. 개인적으로 지금 시절의 돈은 그 사이를 매개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 정형화되어 있다거나 형식적인 느낌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벌써 세 번째 살구꽃님의 글을 읽으니, 많이 익숙해졌고 또 더 즐길 수 있는 독자로 성장한 것 같습니다. 글이 참 정갈하고 표현도 다양해서 오감을 이용해서 글을 읽는 기분이 들어요. 카바이드 냄새가 뭘까. 한약 냄새에 가슴이 턱 막힌 느낌은 어떤 느낌일까. 이런 생각을 하며 읽으니 글이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후배분 이야기는 들으며 안타까웠습니다. 혹시..? 하면서 읽었는데 역시였군요..ㅠ 돈이 밉기도 하셨을 법 한데, 마지막 문장에서 지혜자로 표현하신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살구꽃
[합평]
살구꽃님의 인생을 전부 알지 못하지만 글을 통해 부분적으로 전해지는 삶의 조각들이 조금은 순탄하지 않았음이 느껴졌습니다.
글이 시작되는 이사를 하던 날은 역시나 소설 속 한 장면처럼 그려졌습니다. 지하 다방의 쿰쿰한 냄새와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편치 않은 공간으로 짐을 풀었을 당시의 감정 상태가 비 오는 날의 풍경과 잘 맞아떨어지는 설정에 감탄을 했습니다.
화방에서 하는 작업들과 돈을 세는 장면들, 화방을 아지트 삼아 친목을 다지던 세 남자의 이야기가 실감 나게 다가왔습니다. 금방 빚을 다 갚을 것 같다가도 방학이라는 변수에 주춤할 수밖에 없었던 날들이 늘 예측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 우리네 인생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편분이 논문을 쓰는 동안 약방에서 가족들이 머물며 불편한 시숙과 함께 일을 하시는 동안의 고생이 느껴져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그래도 큰아버지를 따르고 사랑받았을 아이들, 좁은 공간에서도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귀뚜라미 가족의 슬픔보다는 따뜻함과 희망이 느껴졌습니다.
믿었던 사람과의 무너진 신뢰, 더 이상 회복하지 못했던 관계와 사라져버린 돈은 결국 돈에 대한 깨우침을 얻는 것으로 상쇄시켜야 하는 것이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항상 피해자의 몫이 되어야 할까요? 이제 더 이상 돈이 인생을 가르치지는 말았으면 좋겠어요. ㅜㅜ
힘들었던 삶을 쓰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언제나 살구꽃님의 행복을 빕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합평] 헤어짐으로 시작해서 슬픈 글인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혼미한 돈 냄새]가 글 머리로 나오길래 혼미할 정도로 적어도 돈은 차고 넘치는 해피엔딩인가 생각했습니다. (돈이 차고 넘치다고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주제가 돈이라서) 해피엔딩이라기엔 너무 글 초반인데, 라는 불안감이 들었는데, 역시나 쉽게 그렇게 되지는 않네요.
그저 저에게 국한되는 개인적인 느낌일 수도 있는데, 잔잔하면서도 힘이 있는 살구 꽃님 글인데, 마지막 글머리가 [돈, 다시 돌아보다!] 라는 뭔가 표어? 프레젠테이션에 나올것 같은 문장이 나와서 살짝 의아했습니다. 그런데 글 제목 [돈, 인생을 가르쳐 준 지혜자!]와는 통일감이 있었어요. 마지막 글머리가 그렇지 않았다면, 제목에 의아함을 느꼇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표를 쓰신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네요.
빌려주는사람 따로, 갚는 사람 따로. 슬프지만 배운걸로, 사람 거른걸로, 다음에 다시 그러지 않게 경험한걸로, 지혜를 얻은 것으로, 수업료를 냈다고 독자도 마음을 달래봅니다. 언제 읽어도 저는 쓰기 어려울 것 같은, 풍경이 펼쳐지는 글, 잘 읽었습니다.
[합평]
화방을 운영했던 상권은 전형적인 대학가였나 봅니다. 쇼핑몰과 음식점, 커피숖 등 여러가지 상가 건물들이 밀집해 있는 형태가 아니라 학교만 '딸랑' 있는 형태라면, 학기 중과 방학 기간은 엄청난 차이가 있죠. 지금도 그런 상권들이 있는데 예전에도 비슷했나 봅니다.
지금과는 시대도 다르고 사람들의 사고방식도 차이가 났던 것인지, 어린 아이들과 아내를 두고 '논문 준비할테니 1년간 버텨라.'고 하는 건 저의 관점에서는 조금은 이해가 어렵네요. 남편 분을 대차다고 해야할지, 살구꽃님이 배려심이 많다고 해야할지. 저 시절에는 저런 형태가 일반적이었던 것인지. 지금 같으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시숙이 아주버님과 동일한 말인줄 몰랐는데, 시숙과 함께하는 삶이라니, 참 애매할 것 같습니다. 친하면 친한대로, 어색하면 어색한대로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만약 저의 아내라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네요. 아내가 저의 형과 알고 지낸지가 20년이 다 되가고, 나름 꽤 친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래도 그리 편할 것 같지만은 않습니다.
작은 단칸방에서 조금씩 보금자리를 넓혀 가는 모습, 늦은 시간이지만 귀뚜라미 가족과 함께 웃는 행복한 가정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동시에 남편으로 인해 마음 아팠을 상황도 겹쳐집니다. 1년간 시숙과 함께 생활을 하고, 후배 일과 관련해서 남편에게 아쉬움이
많았을텐데, 지금껏 잘 지내시는 것을 보면 살구꽃님은 배우자를 참 많이 배려해주는 분인 것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한약방에 대한 언급에서는 돈보다는 상황에 대한 묘사가 많다. 시숙과의 불편한 상황, 한약방에서 생활해야 하는 힘겨운 상황에서도 웃는 아이들에 관한 부분을 언급한다. 밤에만 소리를 내는 귀뚜라미 같다는 표현을 썼지만 나는 귀뚜라미 ‘가족’이란 단어에 집중했다.
https://alook.so/posts/1RtMRXw
[합평]
아 놔. 왜 또 여기서 끝이 납니까.
앞의 얘기는 모두 변죽에 불과한 것 같은데 본격적인 얘기는 지금부터 아닌가요?
이번엔 기필코 속편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젤 이해가 안 되는 건, 왜 잘 운영해 나가던 화방을 접고 시숙 한약방으로 가게 됐는지. 안 그랬음 돈을 빌려 줄 일도 없었을 텐데... 상황 설명이 너무 없어 답답하네요. 남편의 한마디 때문에? 아님 한약방 수입이 더 나아서?
귀뚜라미 가족이란 말에 마음이 짠합니다. 원래 있는 단어인가요 살구꽃님 청작인가요.
촛점이 좀 더 뒤에 맞춰졌더라면 돈에 얽힌 구체적인 얘기를 들을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고난을 통해 돈의 속성과 지혜가 터득 된다는 건 너무 가혹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모두 이겨내고 감싸안고 가는 살구꽃님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마음껏 터트리고 하소연 하지않는 살구꽃님이 고구마 먹고 물 안 마산듯 답답하지만 늘 응원합니다
힘든 글 쓰사느라 고생하셨습니다
[합평]
돈을 벌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하는 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돈 역시 우리의 선생님이 될 수 있음을 배웁니다. 돈이 아니었으면 그렇게 열심히 일하지 않았을 우리이기에.
사업하는 후배에게 전세금 일부를 빌려주고, 한약방에서 일하셨어야 할 고되었을 그 때, 어쩌면 조금은 불편했을 시숙과 함께 일하던 시간. 그 시간이 지금의 살구꽃 님을 만든 게 아닐까.
사업하는 후배가 빌린 돈의 이자까지 갚던 남편, 빌려준 돈 때문에 잃어버린 신뢰. 답답했던 그 시대의 이야기를 보고 있노라니, 가슴이 아리네요.
돈이 의지를 만들고, 돈이 때로는 신뢰를 말하고. 돈은 어쩌면 최고의 지혜자이자 선생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슬픔 속에서도 다시 한번 피어오를 인동초를 보여주심에 감사드립니다.
[합평]
살구꽃님의 머릿속은 영화관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글이 꼭 영화 속 장면 같거든요. 장면장면 끊어질 듯 이어가는 모습이 이번에도 무척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글은 잔잔하면서도 틈틈히 행복과 고뇌, 좌절과 만족 등이 켜켜이 박혀 있어요. 마치 우리네 삶이 늘 슬프기만 하지도 않고 늘 기쁘기만 하지도 않은 것처럼, 동시다발적으로 복합적인 감정이 밀려오는 인생을 사연을 통해 담담하게 보여주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백 속에 쉬어가며 한숨을 내쉬기도 하고,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게도 됩니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가장으로서 살아내셨던, 돈을 벌고 어떻게든 불려야만 했던 과정들 속에 갇혀 있을 때, 남몰래 벌어지고 있던 배신에 대한 좌절로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적나라하게 펼쳐보이는 분이 아니셔서, 그 안에 감춰진 속내를 짐작해보며 마음이 짠했습니다. 독자로서는 조금만 더 가감 없는마음을 펼쳐 보여주시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는 이에게 소리내어 울부짖으라고 하는 것만큼 부담되는 일도 없겠죠. 그런데도 한 번은 글쓴이가 글 속에서 목 놓아 울기도 했으면 하고 바라게 되네요. 언젠가 그런 글도 마주할 날이 있기를 소망해봅니다. 삶이 듬뿍 담긴 이번 글도 정말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울고 웃게하고 인생을 힘들게도, 행복을 느끼게도 해주는 어려운 돈이네요!!
살구꽃님 얼마나 고심해서 쓰셨을지 살포시 짐작을 해 봅니다. ㅜ
귀뚜라미 가족을 쓰시며 눈물을 흘리셨을 것 같기도 하고요.
- 불을 끄고 셔터틈새로 들어오는 빛들로 아이들이 요정놀이를 하면서 깔깔 웃었다-
슬픈 돈이지만 글들은 비현실적으로 아름답게 느껴졌어요. 쓰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우리 두 다리 뻗고 편안한 주말 보냅시다!! ㅎㅎ
연하일휘님, 고맙습니다. 3일 24시에 맞추느라 컴 앞에 붙어있다가 이제
숨을 돌리네요.
이틀동안 집중하느라 들어오지도 못했어요. 흩어질까봐요. 다음 얼룩소에 연하일휘님도 꼭 같이 하셨으면 좋겠어요.
따스한 봄같은 연하일휘님, 즐거운 주말 맞으시길 바라요~ ^^
울고 웃게하고 인생을 힘들게도, 행복을 느끼게도 해주는 어려운 돈이네요!!
살구꽃님 얼마나 고심해서 쓰셨을지 살포시 짐작을 해 봅니다. ㅜ
귀뚜라미 가족을 쓰시며 눈물을 흘리셨을 것 같기도 하고요.
- 불을 끄고 셔터틈새로 들어오는 빛들로 아이들이 요정놀이를 하면서 깔깔 웃었다-
슬픈 돈이지만 글들은 비현실적으로 아름답게 느껴졌어요. 쓰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우리 두 다리 뻗고 편안한 주말 보냅시다!! ㅎㅎ
연하일휘님, 고맙습니다. 3일 24시에 맞추느라 컴 앞에 붙어있다가 이제
숨을 돌리네요.
이틀동안 집중하느라 들어오지도 못했어요. 흩어질까봐요. 다음 얼룩소에 연하일휘님도 꼭 같이 하셨으면 좋겠어요.
따스한 봄같은 연하일휘님, 즐거운 주말 맞으시길 바라요~ ^^
요즘 살구꽃님 글을 읽으면서....그 잔잔한 분위기에 취하는 것만 같아요. 너무나 예쁜 글 읽고 갑니다. 돈, 나를 울고웃게 하는 존재, 하지만 인생의 스승이 될 수 있다는 것, 살구꽃님의 글을 읽으면서 절로 아...라는 반응이 나왔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시기를 바라요:)
[합평]
살구꽃님의 머릿속은 영화관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글이 꼭 영화 속 장면 같거든요. 장면장면 끊어질 듯 이어가는 모습이 이번에도 무척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글은 잔잔하면서도 틈틈히 행복과 고뇌, 좌절과 만족 등이 켜켜이 박혀 있어요. 마치 우리네 삶이 늘 슬프기만 하지도 않고 늘 기쁘기만 하지도 않은 것처럼, 동시다발적으로 복합적인 감정이 밀려오는 인생을 사연을 통해 담담하게 보여주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백 속에 쉬어가며 한숨을 내쉬기도 하고,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게도 됩니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가장으로서 살아내셨던, 돈을 벌고 어떻게든 불려야만 했던 과정들 속에 갇혀 있을 때, 남몰래 벌어지고 있던 배신에 대한 좌절로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적나라하게 펼쳐보이는 분이 아니셔서, 그 안에 감춰진 속내를 짐작해보며 마음이 짠했습니다. 독자로서는 조금만 더 가감 없는마음을 펼쳐 보여주시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는 이에게 소리내어 울부짖으라고 하는 것만큼 부담되는 일도 없겠죠. 그런데도 한 번은 글쓴이가 글 속에서 목 놓아 울기도 했으면 하고 바라게 되네요. 언젠가 그런 글도 마주할 날이 있기를 소망해봅니다. 삶이 듬뿍 담긴 이번 글도 정말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살구꽃
[합평]
살구꽃님의 인생을 전부 알지 못하지만 글을 통해 부분적으로 전해지는 삶의 조각들이 조금은 순탄하지 않았음이 느껴졌습니다.
글이 시작되는 이사를 하던 날은 역시나 소설 속 한 장면처럼 그려졌습니다. 지하 다방의 쿰쿰한 냄새와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편치 않은 공간으로 짐을 풀었을 당시의 감정 상태가 비 오는 날의 풍경과 잘 맞아떨어지는 설정에 감탄을 했습니다.
화방에서 하는 작업들과 돈을 세는 장면들, 화방을 아지트 삼아 친목을 다지던 세 남자의 이야기가 실감 나게 다가왔습니다. 금방 빚을 다 갚을 것 같다가도 방학이라는 변수에 주춤할 수밖에 없었던 날들이 늘 예측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 우리네 인생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편분이 논문을 쓰는 동안 약방에서 가족들이 머물며 불편한 시숙과 함께 일을 하시는 동안의 고생이 느껴져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그래도 큰아버지를 따르고 사랑받았을 아이들, 좁은 공간에서도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귀뚜라미 가족의 슬픔보다는 따뜻함과 희망이 느껴졌습니다.
믿었던 사람과의 무너진 신뢰, 더 이상 회복하지 못했던 관계와 사라져버린 돈은 결국 돈에 대한 깨우침을 얻는 것으로 상쇄시켜야 하는 것이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항상 피해자의 몫이 되어야 할까요? 이제 더 이상 돈이 인생을 가르치지는 말았으면 좋겠어요. ㅜㅜ
힘들었던 삶을 쓰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언제나 살구꽃님의 행복을 빕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합평] 헤어짐으로 시작해서 슬픈 글인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혼미한 돈 냄새]가 글 머리로 나오길래 혼미할 정도로 적어도 돈은 차고 넘치는 해피엔딩인가 생각했습니다. (돈이 차고 넘치다고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주제가 돈이라서) 해피엔딩이라기엔 너무 글 초반인데, 라는 불안감이 들었는데, 역시나 쉽게 그렇게 되지는 않네요.
그저 저에게 국한되는 개인적인 느낌일 수도 있는데, 잔잔하면서도 힘이 있는 살구 꽃님 글인데, 마지막 글머리가 [돈, 다시 돌아보다!] 라는 뭔가 표어? 프레젠테이션에 나올것 같은 문장이 나와서 살짝 의아했습니다. 그런데 글 제목 [돈, 인생을 가르쳐 준 지혜자!]와는 통일감이 있었어요. 마지막 글머리가 그렇지 않았다면, 제목에 의아함을 느꼇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표를 쓰신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네요.
빌려주는사람 따로, 갚는 사람 따로. 슬프지만 배운걸로, 사람 거른걸로, 다음에 다시 그러지 않게 경험한걸로, 지혜를 얻은 것으로, 수업료를 냈다고 독자도 마음을 달래봅니다. 언제 읽어도 저는 쓰기 어려울 것 같은, 풍경이 펼쳐지는 글, 잘 읽었습니다.
[합평]
화방을 운영했던 상권은 전형적인 대학가였나 봅니다. 쇼핑몰과 음식점, 커피숖 등 여러가지 상가 건물들이 밀집해 있는 형태가 아니라 학교만 '딸랑' 있는 형태라면, 학기 중과 방학 기간은 엄청난 차이가 있죠. 지금도 그런 상권들이 있는데 예전에도 비슷했나 봅니다.
지금과는 시대도 다르고 사람들의 사고방식도 차이가 났던 것인지, 어린 아이들과 아내를 두고 '논문 준비할테니 1년간 버텨라.'고 하는 건 저의 관점에서는 조금은 이해가 어렵네요. 남편 분을 대차다고 해야할지, 살구꽃님이 배려심이 많다고 해야할지. 저 시절에는 저런 형태가 일반적이었던 것인지. 지금 같으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시숙이 아주버님과 동일한 말인줄 몰랐는데, 시숙과 함께하는 삶이라니, 참 애매할 것 같습니다. 친하면 친한대로, 어색하면 어색한대로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만약 저의 아내라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네요. 아내가 저의 형과 알고 지낸지가 20년이 다 되가고, 나름 꽤 친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래도 그리 편할 것 같지만은 않습니다.
작은 단칸방에서 조금씩 보금자리를 넓혀 가는 모습, 늦은 시간이지만 귀뚜라미 가족과 함께 웃는 행복한 가정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동시에 남편으로 인해 마음 아팠을 상황도 겹쳐집니다. 1년간 시숙과 함께 생활을 하고, 후배 일과 관련해서 남편에게 아쉬움이
많았을텐데, 지금껏 잘 지내시는 것을 보면 살구꽃님은 배우자를 참 많이 배려해주는 분인 것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한약방에 대한 언급에서는 돈보다는 상황에 대한 묘사가 많다. 시숙과의 불편한 상황, 한약방에서 생활해야 하는 힘겨운 상황에서도 웃는 아이들에 관한 부분을 언급한다. 밤에만 소리를 내는 귀뚜라미 같다는 표현을 썼지만 나는 귀뚜라미 ‘가족’이란 단어에 집중했다.
https://alook.so/posts/1RtMRXw
[합평]
아 놔. 왜 또 여기서 끝이 납니까.
앞의 얘기는 모두 변죽에 불과한 것 같은데 본격적인 얘기는 지금부터 아닌가요?
이번엔 기필코 속편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젤 이해가 안 되는 건, 왜 잘 운영해 나가던 화방을 접고 시숙 한약방으로 가게 됐는지. 안 그랬음 돈을 빌려 줄 일도 없었을 텐데... 상황 설명이 너무 없어 답답하네요. 남편의 한마디 때문에? 아님 한약방 수입이 더 나아서?
귀뚜라미 가족이란 말에 마음이 짠합니다. 원래 있는 단어인가요 살구꽃님 청작인가요.
촛점이 좀 더 뒤에 맞춰졌더라면 돈에 얽힌 구체적인 얘기를 들을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고난을 통해 돈의 속성과 지혜가 터득 된다는 건 너무 가혹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모두 이겨내고 감싸안고 가는 살구꽃님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마음껏 터트리고 하소연 하지않는 살구꽃님이 고구마 먹고 물 안 마산듯 답답하지만 늘 응원합니다
힘든 글 쓰사느라 고생하셨습니다
[합평]
돈을 벌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하는 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돈 역시 우리의 선생님이 될 수 있음을 배웁니다. 돈이 아니었으면 그렇게 열심히 일하지 않았을 우리이기에.
사업하는 후배에게 전세금 일부를 빌려주고, 한약방에서 일하셨어야 할 고되었을 그 때, 어쩌면 조금은 불편했을 시숙과 함께 일하던 시간. 그 시간이 지금의 살구꽃 님을 만든 게 아닐까.
사업하는 후배가 빌린 돈의 이자까지 갚던 남편, 빌려준 돈 때문에 잃어버린 신뢰. 답답했던 그 시대의 이야기를 보고 있노라니, 가슴이 아리네요.
돈이 의지를 만들고, 돈이 때로는 신뢰를 말하고. 돈은 어쩌면 최고의 지혜자이자 선생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슬픔 속에서도 다시 한번 피어오를 인동초를 보여주심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