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식이 탈출기] 1. 토마토 스파게티

빅맥쎄트
빅맥쎄트 · 대부분의 사람은 마음먹은만큼 행복하다
2023/01/30
삼식이로 지낸지도 어언 한 달이 지났다. 집에서 삼시 세끼를 얻어 먹는 것은 윤리/도덕적으로 잘못되지 않았지만, 조금씩 눈치가 보이기 시작한다. 며칠 전 "(니 밥 해먹이기) 귀찮노."에 이어 마눌님에게 한 마디 더 들었다. "내 일하러 가믄 혼자 뭐 물래?"

아내는 2월 부터 보조교사 알바를 다시 한다고 했다. 근무시간이 짧아 금액이 크지는 않지만, 시급으로 환산하면 적지 않았다. 예전 같았으면 무리하지 말라고, 일을 꼭 하고 싶으면 하라고 했겠지만, 내 입에서는 다른 대답이 나왔다.

"응, 혼자서 씩씩하게 잘 차려 먹을테니 걱정마."

아내는 영 못미더운 표정이었지만, 남편 밥 때문에 일을 하지 않을 정도로 무모한 선택을 하지 않았다.

요즘 요리를 곧잘 하는 남자들이 많다. 블로그와 유튜브 검색을 하면 당장 식당을 차릴 수 있을 정도로 온갖 레시피가 넘쳐난다. 주변을 둘러봐도 혼자 사는 남자들은 기본적인 요리를 할 줄 아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는 라면을 끓일줄 안다. 라면 끓일줄 안다. 앞으로 내가 먹을 음식들은 내가 직접 만들어 먹겠다는 나의 다짐에 친구놈은 대뜸 물었다.

"이 새기 몇 년 전에도 똑같은 소리 하드만. 니 밥은 안칠줄 아나?"

밥을 안칠줄 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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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과 여호와를 경외함의 보응은 재물과 영광과 생명이니라 잠 22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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