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에 관한 미담이 싫다.
미담에 기대는 사회
나는 미담을 좋아하지 않는다. 미담이 갖는 따뜻하고 뭉근한 분위기를 싫어한다는 것이 아니다. 평소에 잘 일어나지 않는 일에 대한 진지한 고민 대신 '미담으로 가득 찬 따뜻한 사회'라는 말로 고민해야 할 부분이 묻혀버리는 것을 싫어한다. 미담은 제도권 안에서 정책적으로 잘 보장 해주면 생기지도 않았을 불편함을 어느 개인의 봉사와 배려로 치환하여 덮어버린다. 그렇게 특별한 일은 미담이 되고 일상처럼 공유된다.
미담이 널리 퍼질 수 있는 이유
많은 사람들이 미담을 좋아하고 또 공유를 통해 여기저기 퍼뜨린다. 아름다운 이야기에 감동받아서 이 감동을 전하고 싶은 마음도 있겠지만 한 켠에는 미담의 주인공, 그러니까 미담에서 도움을 받는 당사자가 내가 아니라는 것에서 오는 안도감과 도와주는 입장과 나를 동일시하는 우월감 그리고 내가 하지 않았는데 누군가가 도왔으니 괜찮다는 무관함이 자리 잡고 있지 않을까.
미담이 그저 미담으로 존재할 때 나는 아무것도 내어주지 않아도 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니 미담은 그저 미담으로 남을 수밖에.
미담에 등장하는 장애인
오래전 어느 단톡방에서 발달장애인 아이가 학교에서 난동을 부렸는데 그걸 이상하다 생각하면서도 숙제나 물건 챙기는 것을 도와주었는데 나중에 발달장애인 학생이 작은 선물을 하나 줬다는 이야기가 미담으로 전해진 적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 미담에 눈물을 흘렸다고 이야기했는데 나는 전혀 공감할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