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공포를 알지 못하는, 알아야만 하는
어릴 적 집에는 친척이며 할아버지와 종교모임을 하는 분들이 자주 들락거렸다. 그중 몇이 나를 유독 예뻐했고 자주 무릎에 앉으라 했다. 어른이었고 거절할 수 없었다. 팔이나 다리 따위를 만졌고 기분이 나빴다. 핑계를 대며 일어섰고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그게 무엇인지 몰랐으니까.
고등학교 때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장례식장에서 친척 한 분이 울면서 내게 오라 손짓을 했다. 우는 그 분을 못본 척 하지 못하고 가까이 갔고 그분은 다 큰 나를 굳이 무릎에 앉히셨다. 그리고 더듬기 시작했다. 나는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다짐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할 거야.
성추행, 성폭행이라는 단어를 언제 배웠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확실한 건 스무살이 넘어서야 알게 됐다는 것. 스무 살을 넘기고부터 나는 남자들에게 좀 까칠한 여자였다. 나를, 내 몸을 보호하기 위한 보호막 같은 것이었다. 쉬워 보이지 않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고 바득바득 고집을 부리는 일도 많았다. 남자아이들은 나를 좀 까칠하고 피곤한 여자아이로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