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픽
얼룩커 픽

채굴러를 위한 '프로젝트 얼룩소' 사용설명서!

얼룩소가 벌써 오픈한 지 12일 차네요! 2주 좀 안되는 시간동안 다양한 목소리와 실험이 이뤄졌습니다. 저도 재밌게 즐기고 있는데요ㅎㅎ 하지만 모두가 얼룩소를 즐기고 있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광고를 통해 "글만 쓰면 만원을 받는다고?"라는 생각으로 들어오신 많은 '채굴러'께서는 실망하고 계시는 듯합니다. 사람은 많아지고, 글 수준은 높아지는데, 내 글에는 좀처럼 좋아요가 안 박히죠. 프로젝트 얼룩소가 현금 인센티브를 당당히 채택하고 있는 이상, 현금을 원해 글을 쓰는 채굴러의 이탈은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가만히 놔둘 수 없어서 제 비법을 공개합니다;)

제 소개를 하겠습니다. 닉네임은 본명이구요. 오픈 첫 날부터 지금까지 현재를 기준으로 41개의 게시물, 도합 383개의 좋아요. 그리고 첫 날부터 지금까지 빠짐없이 '얼룩커 픽'에 선정된 바 있습니다! 좋은 글 쓰는 법? 모릅니다! 더 잘 쓰시는 분 많습니다. 제가 여기서 공유하는 건 단지 얼룩소에서 발견한 일종의 경향성. 제가 깨달은 바를 여러분께 공유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여러분의 건전한 지갑사정에 보탬이 되길 바라면서 이제 본론을 시작합니다!!

1. 무조건 많이 써라!!
필요조건입니다! 일단 많이 던져야 합니다. 물론 수준이 많이 떨어지면 안되죠. 적정 수준의 내용을 유지해야 합니다. 사람 머리가 한계가 있기에 던지는 모든 글이 잭팟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모두에게 한 번씩은 사람들의 공감을 사는 순간이 옵니다. 그 순간에 좋아요가 많이 찍히겠죠? 여러분이 저와 같은 보통 사람이라면, 그 순간의 가능성을 높이려면 일단 무조건 떡밥을 많이 뿌려야합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해 많이 쓰세요^^

2. 유명한 얼룩커들한테 답글을 달아라!!!
얼룩소가 지향하는 방향은 '공론장'이에요. 롤즈 같은 학자들은 공론장에서의 '익명성'을 중요시 하기도 합니다. 좋은 공론과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지위와 명예 같은 외적인 요소가 개입되는 것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나봅니다! 생각의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죠. 아무튼 얼룩소에서는 자기책임의 원칙을 강조하며 '실명성'으로 갔습니다. 안전한 공론장을 지키기 위해서 필수적인 정책이긴 하지만, 이게 우리한텐 이득이 됩니다! 얼룩소에는 명성이 있는 얼룩커나 에디터들이 있습니다. 이들의 영향력이 매우 큽니다. 이들 모두 실명으로 활동하기 때문에,일반인들과는 구독과 좋아요 개수에서 차이가 많이 납니다. 물론 이들은 얼룩커 픽이나 에디터 픽의 대상이 안되니까 우리랑 상관 없죠. 그러니까 이용합시다ㅎㅎ 유명 얼룩커 글이 올라오면 무조건 답글을 답시다. 댓글은 좋아요를 많이 받지 못하고, 받더라도 얼룩커 픽 선정 대상이 아닙니다. 답글을 다는데, 글을 잘 읽고 답시다. 1번이랑 겹쳐서 잭팟이 터지면 3일 연속 얼룩커 픽도 노려볼 수 있습니다!!

3. 물불 가리지 말고 구독 버튼을 눌러라!!!!
얼룩소엔 구독 기능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1과 2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면, 여러분의 글에 지속적으로 좋아요를 누르는 층이 생길 겁니다. 그 사람들을 모두 구독합니다. 구독이라는 기능은 공론장보다는 커뮤니티 기능에 가깝습니다. 내가 선호하는 취향만 골라서 읽고 소통할 수 있다는 거니까요. 공론장으로서 적합한 기능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어보입니다만, 일단 무시합시다. 돈 벌어야 하니까요. 구독을 많이 누르면, 그 사람도 여러분에게 구독을 누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면 여러분의 구독자에게는 여러분의 글이 '둘러보기' 말고도 '구독'칸에 동시에 노출됩니다. 여러분의 글이 더 자주 보인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돈을 벌러 온 여러분들은 불특정한 많은 사람들한테 구독을 누르는 게 이득입니다:>
+@) 나를 아예 모르는 사람들한테 구독을 걸 때는, 프로필에 들어가서 좋은 글 몇 개에 좋아요를 먼저 누르고 거세요. 그게 맞구독으로 이어질 확률을 높여줍니다.

4. 목표는 '좋아요'입니다! 잊지 마세요ㅎㅎ
얼룩소에서 좋은 의견을 식별할 수 있는 방식은 '답글 수'와 '좋아요', 그리고 '에디터 픽 선정' 밖에 없습니다. 답글 수가 많다는 건 공론장에 필요한 적절한 질문을 던졌다는 의미겠죠. 그런데 그건 보상이 없습니다. 그러니 우린 무시합시다. 에디터 픽 선정은 어떠냐고요? 만약 본인이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픈 깊은 이야기가 있다면, 그거 하나를 아주 공들여서 에디터 픽을 노리고 쓰세요. 그리고 잊어버리세요. 하루에 4편 정도 선정되는 데, 여기 목매달면 삶이 피곤해집니다. 제가 글을 쓰고 있는 대상은 그 정도 필력을 갖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여러분의 목표는 '좋아요'입니다.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고, 동의할 수 있는 글을 쓰세요. 날카롭고 정확한 분석으로 사람들을 감탄시킬 수가 없다면, 안전하게 '맞는 말'을 하세요. 그게 좋은 의견이냐고요? 그건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의견에 '좋아요'를 누를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적어도 얼룩소에서는 그 둘이 잘 구분되지 않으니까요!

5. 결론
요약합시다. 무조건 다작하시고, 영향력 있는 얼룩커에게 빌붙기를 두려워 마시고, 구독 버튼 난사하시고, 한 눈 팔지 말고 좋아요에만 집중합니다. 자, 제가 12일동안 얼룩소에서 얻은 노하우를 모두 공개했습니다. 나중에 무언가 더 깨닫는다면 빠짐없이 업데이트하겠습니다. 이런 귀한 걸 왜 공유하냐고요? 이유는 없습니다. 그냥이에요.

이제 다른 목적 없이 오직 돈을 얻으려 얼룩소에 찾아오신 '채굴러' 여러분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내내 무언가 찝찝함을 느끼며 삐딱하게 모니터를 쳐다보고 계신 여러분.
얼룩소의 공론장적 기능을 염려하시는 당신.

당신께서는 남아서 제가 지금부터 할 이야기에 주목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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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공론장과 커뮤니티의 양립가능성

집단지성이 가능한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습니다. 그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도 있고,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에서는 역효과를 낳는다고 보는 사람들도 많죠. 이런 상황에서 '얼룩소'라는 실험은 참신해보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시점에서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을 맞닥뜨렸습니다. 좋은 의견을 식별해내는 '공론장'재밌고, 참신하고, 감동적이고, 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의견을 향유하는 '커뮤니티'. 양립할 수 있을까요? 위 설명서에 제가 기술한 1부터 4까지를 다시 읽어주세요. 네 가지 모두, 제 실험 결과 하나같이 얼룩소에서 효과를 거둔 최고의 귀납적 필승법입니다. 근데 이게 커뮤니티에서 '네임드'가 되는 법과 무엇이 다른가요? 얼룩소가 가고자 하는 방향은 커뮤니티인가요? 아니면 공론장인가요? 이 둘은 양립가능할까요?

II. '좋은 의견'과 '좋아요를 많이 받은 의견'

저는 좋은 글을 쓰고 싶어 얼룩소에 왔습니다. 사회에 유효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고, 나를 키울 수 있는 글을 읽고 싶어 오픈 날짜만을 기다려왔습니다. 얼룩소에게 실망했냐고요? 아니요. 전혀요. 생각 이상으로 좋은 글들이 많아서 날마다 새로 배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다수인가요? 소수입니다. 나머지 사람들 중엔 현금 인센티브만을 노리는 '채굴러'들도 있죠. 다시 말하지만, 이게 잘못되었다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현금 인센티브는 '채굴러'뿐만 아니라, 선의로 공론장을 찾아온 저같은 사람에게도 '좋은 글''좋아요를 많이 받은 의견'을 혼동케 합니다. 금전 논리에 빠져들게 합니다. 제 글을 세상에 내놓는 순간, 그 글의 영향력은 '좋아요 개수'와 '내가 받을 수 있는 현금'으로 곧바로 환산됩니다. 순수한 의도로 찾아온 저부터도 그렇게 됩니다. 세상에 자신만의 의견을 계속해서 내놓을 각오를 한 사람에게, 얼룩소는 '인기는 없지만 내가 꼭 주장하고 싶은 말'과 '쓰면 만원은 무조건 받을만한 말' 사이에서 하나를 고르게 만듭니다. '좋아요'라는 커뮤니티스러운 지표 말고도 공론장에서의 좋은 의견을 도출할 대안 기능이 있지 않을까요? 그걸 찾아보기도 전에 우리가 너무 손쉽게 '좋아요'에 포획된다면, 얼룩소는 뉴미디어가 약간 섞인 SNS와 무엇이 다른 걸까요?

III. '좋은 의견'과 '좋은 사람이 낸 의견'을 구분하는 일

얼룩소엔 구독 시스템이 있고, 밖에서 영향력 있는 필자를 모셔오기도 했습니다. 그건 전혀 문제가 안됩니다. 그냥 한 번 고민해보자는 겁니다. 공론장이라는 것은 합리적이고 타당한 '의견'을 도출하는 기능을 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의견을 낸 사람의 명예, 유명세 등의 사전정보가 끼게 되면, 그들의 의견이 '좋은 의견'으로 자동계상될 가능성은 없을까요? 실제로 유명한 얼룩커들의 글엔 좋아요도 많지만 답글도 많습니다. 거기 답글을 달 경우, 얼룩소에서 중요시 되는 '좋아요'와 '현금 보상'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게 사실입니다. 이 발언이 유명인 얼룩커에게 답글을 단 얼룩커들에 대한 폄하로 오해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저는 단지 "좋은 의견을 도출하기 위해 사전 정보가 어느 정도 차단될 필요가 있지 않나"라는 질문을 하는 것이며, 그 질문을 합당하게 만들만한 사례로서 '유명인 얼룩커'들의 경우를 든 것 뿐입니다. 저도 거기에 댓글 달아봤습니다. 그걸로 이틀 연속 '얼룩커 픽'에 선정되었구요. 효과는 컸습니다. 문제는 그럴수록 유혹도 더 커지기 마련이라는 거죠. 공론장에서 외부의 영향력이 얼마간 제한되지 않는다면, 소수의 스피커 위주로 담론 구조가 형성되었던 다른 SNS들과 얼룩소는 사실상 동일한 문제를 노정하는 셈 아닐까요?

IV. 결어

이 긴 글을 정독하는 데 성공하신 지금의 여러분께서는, 이제는 제가 이 설명서를 작성한 진의를 충분히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얼룩소는 나아가고 있지만, 정확히 어디로 가는지는 아는 사람이 없죠. 그렇기 때문에 "어디로 가야한다"는 당위를 우리는 계속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것이 제가 얼룩소의 대표적 기능인 '얼룩커 픽'에 연이어 선정되면서도, 그다지 유쾌하지만은 않았다는 사실을 '설명서'의 형식을 빌려 고백하는 이유입니다. 제가 이 글을 적지 않고 혼자서 본문에 적은대로만 계속 했다면, 70만원 수령도 가능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 새로운 공론장이 열렸습니다. 거기서 기성 커뮤니티에서 먹히는 방식이 아주 큰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그걸 잘 이용해서 70만원을 챙기는 일보다, 바깥으로 드러냄으로서 새로운 공론의 주제로 삼는 것이 더 가치있는 일이라 믿습니다. 그게 제가 이 설명서를 남기는 진짜 이유입니다. 제 진단을 돈을 벌 비법으로만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해결해야 할 문제로 받아들이느냐. 한 쪽이 반드시 좋거나 나쁜 것은 아니기에, 선택은 여러분에게 달려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공유해주세요. 

과연 얼룩소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으며, 어디로 가야만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