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에모2] 내 글이 얼굴이 될 줄이야

나철여
나철여 · 할미라 부르고 철여라 읽는다^^
2023/05/19
일상을 벗어난 여행은 언제나 설렌다. 하지만, 꼭 설렘만이 있는 여행이 아닐때도 있다.
얼마 전, 몇 년만에 친정식구 6형제가 한자리에 모였다. 5남1녀 중 나는 다섯째다.

조카들부터 조카손주들까지 몇 대가 걸친 한 부대가 만났다. 고모는 나 하나다. 내가 단체로 모임문자를 보내면 글속에 고모 얼굴이 보인다며, 일단, '네!' 하고 보는 조카들이다. 글은 말보다 훨씬 호소력이 있다는 걸 이미 잘 알고있다. 단어사용도, 조사 하나에도 신경이 쓰인다. 신조어로 세대차를 줄여보기도 한다. 

올케가 다섯인데, 그 중 손위 올케언니가 넷이나 있다. 공직에 있던 둘째 오빠는 서울에서 산 지 오래다. 명절같은 특별한 날이 아니면 자주 만나기 힘들다. 우리부부에겐 둘째오빠네가 가족 그 이상의 특별함이 있다. 오빠랑 남편은 처남매부사이가 되기 이전부터 둘도없이 절친한 고교 동기동창이었다. 남편이 먼저 아팠다. 그나마 드문드문 소식만 전하다 한동안 만나지 못했었는데 오빠도 췌장암으로 걸음이 뚝 끊어지고 더 만나기 어려웠다. 아픈 건 안 따라해도 되는데, 동병상련이 따로 없다. 

일년 밖에 못 산다던 남편의 폐암은 그럭저럭 6년 째이다.
아직 일년도 안 된 둘째오빠의 췌장암 투병은 우리 형제와 식구 모두를 긴장 시킨다. 언제 누가 먼저 갈 지 아무도 모른다는 걸 누구나 다 안다. 암이란 독종은 모두를 힘들게 한다. 장조카의 주선으로 모였던 가족 모임도 혹여나하는 마음이 앞선 거였다. 한번이라도 더, 조금이라도 덜 아플때 얼굴이라도 보자는... 

오랫만에 만난 둘째 올케 언니의 첫마디가 
"어머 고모도 얼굴이 많이 상했네." 였다. 
"그래도 어쩜 이렇게 늙지도 않아?..." 다행히 이어지는 말이 얼굴 상했다는 말보다 더 크게 들렸다.
남편이 아프고부터 늘상 들어 온 소리다. 옆에서 듣던 남편은 죄인같은 생각을 할 게 분명하다. 평소, 나 때문에 당신이 너무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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