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에모2] 내 글이 얼굴이 될 줄이야
2023/05/19
일상을 벗어난 여행은 언제나 설렌다. 하지만, 꼭 설렘만이 있는 여행이 아닐때도 있다.
얼마 전, 몇 년만에 친정식구 6형제가 한자리에 모였다. 5남1녀 중 나는 다섯째다.
조카들부터 조카손주들까지 몇 대가 걸친 한 부대가 만났다. 고모는 나 하나다. 내가 단체로 모임문자를 보내면 글속에 고모 얼굴이 보인다며, 일단, '네!' 하고 보는 조카들이다. 글은 말보다 훨씬 호소력이 있다는 걸 이미 잘 알고있다. 단어사용도, 조사 하나에도 신경이 쓰인다. 신조어로 세대차를 줄여보기도 한다.
올케가 다섯인데, 그 중 손위 올케언니가 넷이나 있다. 공직에 있던 둘째 오빠는 서울에서 산 지 오래다. 명절같은 특별한 날이 아니면 자주 만나기 힘들다. 우리부부에겐 둘째오빠네가 가족 그 이상의 특별함이 있다. 오빠랑 남편은 처남매부사이가 되기 이전부터 둘도없이 절친한 고교 동기동창이었다. 남편이 먼저 아팠다. 그나마 드문드문 소식만 전하다 한동안 만나지 못했었는데 오빠도 췌장암으로 걸음이 뚝 끊어지고 더 만나기 어려웠다. 아픈 건 안 따라해도 되는데, 동병상련이 따로 없다.
일년 밖에 못 산다던 남편의 폐암은 그럭저럭 6년 째이다.
아직 일년도 안 된 둘째오빠의 췌장암 투병은 우리 형제와 식구 모두를 긴장 시킨다. 언제 누가 먼저 갈 지 아무도 모른다는 걸 누구나 다 안다. 암이란 독종은 모두를 힘들게 한다. 장조카의 주선으로 모였던 가족 모임도 혹여나하는 마음이 앞선 거였다. 한번이라도 더, 조금이라도 덜 아플때 얼굴이라도 보자는...
얼마 전, 몇 년만에 친정식구 6형제가 한자리에 모였다. 5남1녀 중 나는 다섯째다.
조카들부터 조카손주들까지 몇 대가 걸친 한 부대가 만났다. 고모는 나 하나다. 내가 단체로 모임문자를 보내면 글속에 고모 얼굴이 보인다며, 일단, '네!' 하고 보는 조카들이다. 글은 말보다 훨씬 호소력이 있다는 걸 이미 잘 알고있다. 단어사용도, 조사 하나에도 신경이 쓰인다. 신조어로 세대차를 줄여보기도 한다.
올케가 다섯인데, 그 중 손위 올케언니가 넷이나 있다. 공직에 있던 둘째 오빠는 서울에서 산 지 오래다. 명절같은 특별한 날이 아니면 자주 만나기 힘들다. 우리부부에겐 둘째오빠네가 가족 그 이상의 특별함이 있다. 오빠랑 남편은 처남매부사이가 되기 이전부터 둘도없이 절친한 고교 동기동창이었다. 남편이 먼저 아팠다. 그나마 드문드문 소식만 전하다 한동안 만나지 못했었는데 오빠도 췌장암으로 걸음이 뚝 끊어지고 더 만나기 어려웠다. 아픈 건 안 따라해도 되는데, 동병상련이 따로 없다.
일년 밖에 못 산다던 남편의 폐암은 그럭저럭 6년 째이다.
아직 일년도 안 된 둘째오빠의 췌장암 투병은 우리 형제와 식구 모두를 긴장 시킨다. 언제 누가 먼저 갈 지 아무도 모른다는 걸 누구나 다 안다. 암이란 독종은 모두를 힘들게 한다. 장조카의 주선으로 모였던 가족 모임도 혹여나하는 마음이 앞선 거였다. 한번이라도 더, 조금이라도 덜 아플때 얼굴이라도 보자는...
오랫만에 만난 둘째 올케 언니의 첫마디가
"어머 고모도 얼굴이 많이 상했네." 였다.
"어머 고모도 얼굴이 많이 상했네." 였다.
"그래도 어쩜 이렇게 늙지도 않아?..." 다행히 이어지는 말이 얼굴 상했다는 말보다 더 크게 들렸다.
남편이 아프고부터 늘상 들어 온 소리다. 옆에서 듣던 남편은 죄인같은 생각을 할 게 분명하다. 평소, 나 때문에 당신이 너무 고...
[합평]
글을 읽고 처음 느낀 감상은 솔직함이었습니다. 만약 나였다면.. 이라고 생각하며 읽어내려가 다보면 솔직해지기 힘든 부분들이 곳곳에 있었는데, 그 때마다 자연스럽게 녹아내시는 솔직함에 글이 더 마음 깊게 스며들었습니다.
다소 지루할 수 있는 설명들을 짧은 호흡으로, 그리고 중간중간 생각을 첨가하며 흥미를 잃지 않고 속도감 있게 전개하신 부분들에서도 많이 배웁니다. 3000자 가량의 짧다면 짧을 수 있는 글에 참 많은 서사와 감정을 녹여내신 것 같습니다.
기억에 남는 표현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내 가슴팍에 새겨진 엄마의 기승전결이 고스란히 내 얼굴에 남아있다" 와 같은 문장들이 그렇습니다. 쭈욱 읽다가 군데군데 멈춰서 생각에 잠길 수 밖에 없더군요. (나)를 (생)각하게 하는 (글)이었습니다..!
다음 글도 많이 기대됩니다. 얼에모 2기 즐겁게 써내려가봐요!
[합평]
우선 철여님과 [얼에모]를 함께 하게 되어 반갑고 기쁜 마음을 전합니다.
처음에 얼룩소에 발을 들여놓은 철여님의 글을 읽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납니다. 제가 그랬듯 보통 낯선 공간에 글을 쓸 때 주춤하거나 눈치를 보기 마련인데 전혀 어색한 기운 없이 본인의 이야기를 주체적으로 쓰시더라고요. 예사롭지 않은 필력에 보통 분은 아니시구나 했던 것이 첫인상이었다고 할까요?
<내 글이 얼굴이 될 줄이야>라는 제목이 센스 있고 귀엽게 느껴졌습니다. 설레고 북적이는 대가족의 모임으로 시작되는 글은 글쓴이를 중심으로 엮인 관계 속에서 저마다의 사연을 지니고 있습니다. 담담하게 둘째 오빠의 췌장암, 남편의 폐암을 이야기하시는 부분에서는 저도 울컥했습니다. 하지만 -아픈 건 안 따라해도 되는데, 동병상련이 따로 없다-라는 문장에서 아픔을 웃음으로 승화하는 특유의 에너지가 느껴졌습니다.
엄마를 닮았다는 올케언니의 말을 통해 엄마 이야기로의 전환이 굉장히 자연스러웠습니다. 엄마가 딸을 바라봤던 마음, 누나가 남동생을 바라보는 마음들이 절절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러고 보면 혈육만큼 뜨거운 감정을 나누는 사이도 없는 것 같습니다.
주름 잡힌 얼굴에는 엄마의 기승전결이 그대로 담기고, 내 삶의 흔적도 담습니다. 과연 27년 스펙의 옷 장사답게 옷과 인생을 연관 지어 통찰을 이끌어내는 모습에 감탄을 했습니다.
모임이 끝으로 다다르고 경쾌한 노래에 멈추며 온 가족이 한마음이 되는 순간을 옆에서 지켜보는 듯 따뜻하고 흐뭇했습니다.
'글이 얼굴'이라는 말 처럼 철여님의 얼굴은 아마 이 글과 같은 느낌이리라 상상합니다.
계속되는 기승전[글]을 응원합니다.
@나철여
[합평]
5학년, 6학년 인생 선배들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내가 알지 못했던 삶의 모습을 통해서 지혜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6남매 중 유일한 고모라는 점, 조카와 그 손주들까지 함께하는 여행의 모습을 보며 대가족이라는 큰 관계의 틀 속에서 형성된 나철여님의 자아를 상상해 본다.
가족이 많은 만큼 좋은 일도, 슬픈 일도 많다. 오랜 세월 각자의 아픔과 상처를 가지고 있는 가족들의 모임에는 삶의 묵직한 무게가 존재하지만, 함께하며 서로의 온기와 위로를 나누는 시간을 통해 가족이라는 든든하고 견고한 울타리의 모습을 엿볼수 있다.
오랜 장사의 시간들은 고통스러웠지만, 동시에 성장의 발판이 되기도 한다. 멋모르고 시작한 옷장사를 통해 철이 들어가는 와중에도 남편의 아픔과 같은 고난은 계속된다.
오랜 시간동안 옷과 함께 동고동락 하던 세월을 지나 글과 함께하는 삶으로 이어진다. 27년 장사의 스펙으로 무장되어서일까. 그녀의 글이 무척 정정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https://alook.so/posts/70tmJa5
@멋준오빠의 행복공작소 님 귀한 걸음 감사합니다
멋진 글로 다시 만져주시니 드러난 민낯이 덜 부끄러워집니다...나이가 드니 얼굴도 두꺼워지나봅니다...
멋준님의 댓글로 힘 얻습니다~~^&^
글이 얼굴이 된다는 이야기가 참 솔깃하게 다가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의 글은 우리의 또다른 얼굴이자, 민낯인 것이죠. 아무리 다양한 방식으로 치장하더라도 문체를 통해 드러나 버리는 나의 또다른 민낯.
옷이 얼굴이 된다는 이야기로 이어지는데요. 27년 동안 옷쟁이로 살아왔던 인생과 철학을 통해, 옷 역시 또 하나의 얼굴이 된다는 것을 만나게 됩니다. 피부를 보호하는 옷, 껍질에 불과한 옷이 또다른 얼굴이 된다는 건 많은 것을 시사하는 것 같습니다.
[합평]
얼에모2를 통해 나철여님의 글을 만나 이렇게 합평을 하게 되었어요.
글에 앞서 제목이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할 줄이야'라는 서술어가 귀엽기도 하고, 어떻게 글이 얼굴이 되었을까 궁금하기도 했고요.
식구들이 모두 모이는 모습에서 어릴 때 이모들과 엄마가 밤새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우는 모습을 떠올렸어요. 돌아보면 그 때 이모들과 엄마는 한창(?)의 나이가 아니었나 싶어요.
각자의 삶을 살아내느라 자주 마주하지 못했던 형제들과의 이야기가 엄마를 통해 과거로 이어지고, 나철여님의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옷 이야기로 이어지는 장면 장면이 펼쳐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쩌면 옷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엄마와의 과거를 빼놓을 수 없고, 엄마를 떠올리자니 한자리에 모인,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해 아쉬운 형제들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옷과 함께한 시간을 글로 풀어내려는 마음이 강렬하시다는 것도 말미에 느껴졌어요.
나철여님의 옷 이야기가 얼굴이었던 시기를 지나 글이 얼굴이 된 시간이 왔나봅니다.
글과 함께 온전한 즐거움 누리시길!!
좋은 이야기 나눠 주셔서 고맙습니다.
[합평]
얼에모2에 입성하신 나철여님과 이미 친근하고 날마다 새로운 얼굴로 만나는이 글들을 환영합니다. '공모' 경험으로 이미 글쓰기에는 일가견이 있으신 듯, 반짝이는 감각들이 글 여기저기에서 발견되고 그 글을 읽는 독자들의 심쿵어린 마음은 철여님을 찾아오게 하네요.
가족모임의 글을 배경으로 이 글은 마치 저의 시댁 6남매를 보는 또 다른 장면으로 펼쳐지네요. 시어머니를 중심으로 때가 되면 한자리에 모였던 식구들과 일가친척들. 결혼하기 전, 단출하게 살아온 내가 이 거대한 대식구들의 정서를 받아들이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려야 했지요. 모두 형님인 두 시누의 아이들과 시숙의 아이들이 저를 외숙모, 작은엄마라 부르는 호칭도 첨엔 헷갈리고 나를 또 질부라 부르는 시골 노인들도 낯설었던 시간이 훅 지나고 나니 이만큼 나이들어 있습니다.
그렇게 미운정 고운정이 들면서 이제 좀 애틋해지는구나 싶은데 큰시누 올해 80이 되셨어요. 연락하면, 죄송하게도 항상 먼저 연락하시지만 ,, 아픈데 침 맞고 살살 달래가며 산다는 말씀이 웃픈현실이 되었습니다. 시엄니 생전에 작은시누 딸이 딸을 낳았을때 외할머니를 보러 왔는데 시엄니와 작은시누, 조카, 조카의 딸, 이렇게 3명은 앉아있고 1명은 누워있는 모녀4대의 모습이 흔치 않아 사진을 찍어둔 게 있어요. (지금 어딨는지 모름요~ㅋ) 지난 시절의 부모형제들 장면들에 저는 왜그렇게 연연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철여님의 대규모 가족들 글은 더 특별하게 읽혀지지 않았을까 싶네요.
서로가 너무 잘 아는, 지금 저렇게 명랑한 청춘들 윗세대와 아주 살갑게 섞였던 그러나 당시에는 어렵고 힘들기까지 했던 시간들을 함께 부대끼며 겪어왔기 때문일까요? 그 안에 어린 아릿함은 물론이고 그래서 더 아프고 결국은 아름답기까지 한 정때문일까요.
철여님의 글 중에 방송작가활동을 하셨던 이력이 글에서도 느껴집니다. 나이를 떠나 글의 연륜과 그에 걸맞는 어휘, 그리고 '형님'포스에 맞는 센스와 포용력까지요. 그래서 얼룩소 살구꽃의 '써니형님'이 되었지말입니다. 호호홋
얼에모 합평으로 저는 가장 자기 이바구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핑계삼아 하고싶은 얘기를 이 기회에 늘어놓고 있네요. 주중의 손주육아와 남편을 돌보는 철여님에게 기승전'글'이 소소하지만 큰 기쁨이 되길 빕니다.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장조카의 주선으로 모였던 가족 모임도 혹여나하는 마음이 앞선 거였다. 한번이라도 더, 조금이라도 덜 아플때 얼굴이라도 보자는...'
저는 이 문장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른들이 그토록 '다같이 모여' 보자는 말에는 이런 뜻이 숨어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픈 어른들이 계시다 보면 그분들께서 언제 돌아가실 지 알 수 없는 마당에 겨우겨우 약속을 잡고서 조금이라도 건강할 때 만나보자는 말이 이리도 슬픈 것일 줄 몰랐습니다.
그러한 슬픔도 지나가는 시간이라 여기듯 애써 눈물을 감추고 서로 잘 알고 있다는듯 가슴 속에 담긴 상한 얼굴을 보며 다독여주는 듯하여 마음이 아리게 느껴졌습니다. 언젠간 다들 한 번씩은 그러한 시간을 거쳐지나가겠지요.
얼굴은 스토리다. 라는 말에 '인생이 담긴다는 것일까' 하여 읽게 되었습니다. 얼굴에 생기는 나이들어감이 옷감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옷의 품질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듯, 얼굴을 다독여가며 위로를 해주고 얼굴에 담긴 근심을 풀어주며 남들과 다른 느린 시간을 걷는 한이 있더라도 '편한 얼굴' 을 가지고 사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란 생각도 드는 글이었습니다.
좋은 글 너무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
@박현안 그냥 글을 쓸때보다 키워드가 주어진다면 훨씬 쉽겠다고 생각 했는데 막상 하나의 글감이 주어지고보니 어떻게든 얼굴로 연결시켜야겠다는 강박감으로 멈칫멈칫 했습니다.
오랫동안 내몸에 베인 옷냄새에다, 가장 최근에 일어난 일에 매칭해보기로 맘먹었네요.
길고 복잡한 생각들을 줄이면서 독자의 몫으로 떠 넘겨보려 했지만 내글은 얼굴을 화끈거릴만큼 쭈글한 주름투성이가 되어가버렸고... '글을 쓰는 삶'에 대한 설명은 혼자 독백으로라도 남겼으면 좋았을걸 하는 후회도 남습니다.
글을 쓴 저보다 합평글로 더 매끄럽게 다듬어 주시리라 예측은 했지만,
매를 많이 아끼시는 듯 해 다음글은 더 나은 비밀글이 나오길 소원 해 봅니다.
진짜 바쁘신 와중에 기꺼이 합평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합평]
나철여님의 얼에모 첫 글 잘 봤습니다. 그저 온라인상의 약속일 뿐이지만, 마감이 있고 하나의 글감으로 글을 쓰는 것에서 어떤 느낌을 받으셨을지 궁금하네요.
짧은 에세이 한 편에서 모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무척 효율적으로 상황 설명을 하시더라고요. 순식간에 독자들을 글의 무대인 모임 자리로 옮겨갑니다. 과거와 현재, 미움과 사랑, 가족이지만 저마다 다른 사람들의 얼굴이 그려집니다. 저자가 가족 내에서 과거와 현재 어떤 위치에 있는지, 어떤 마음으로 가족을 바라보고 있는지가 너무나 잘 드러나서 읽는 내내 저 역시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저자는 글 속에서 왈칵 울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눈물이 나지 않는 글은 아닙니다. 표면은 매끄럽지만 그 속에는 울퉁불퉁한 이야기가 켜켜이 숨겨져 있으니까요. 그 이야기를 저자는 얼굴이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스토리'라는 단어를 사용하셨는데, 이야기와 스토리는 단지 한국어와 영어의 차이라고 하기엔, 느낌이 좀 다릅니다. 때문에 스토리와 이야기 중 어느 단어가 더 맞는지 고민을 한 번 해보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얼굴이 글이 되고, 그 글이 다시 내 얼굴이 된다는 통찰이 무척 매력적이었습니다. 다만 이전에 장사하던 삶은 서술되어 있지만, 글을 쓰는 삶에 대한 설명은 없어 독자 입장에서 궁금합니다. 이 사람은 어쩌다 글을 쓰게 되었을까, 글을 왜 쓸까. 짧게라도 설명을 붙여주시면, 더 공감이 잘 갈 것 같습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함께 해주시고 좋은 글 나눠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얼에모를 통해 나철여님과 더 진하게 만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합평]
얼에모2에 입성하신 나철여님과 이미 친근하고 날마다 새로운 얼굴로 만나는이 글들을 환영합니다. '공모' 경험으로 이미 글쓰기에는 일가견이 있으신 듯, 반짝이는 감각들이 글 여기저기에서 발견되고 그 글을 읽는 독자들의 심쿵어린 마음은 철여님을 찾아오게 하네요.
가족모임의 글을 배경으로 이 글은 마치 저의 시댁 6남매를 보는 또 다른 장면으로 펼쳐지네요. 시어머니를 중심으로 때가 되면 한자리에 모였던 식구들과 일가친척들. 결혼하기 전, 단출하게 살아온 내가 이 거대한 대식구들의 정서를 받아들이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려야 했지요. 모두 형님인 두 시누의 아이들과 시숙의 아이들이 저를 외숙모, 작은엄마라 부르는 호칭도 첨엔 헷갈리고 나를 또 질부라 부르는 시골 노인들도 낯설었던 시간이 훅 지나고 나니 이만큼 나이들어 있습니다.
그렇게 미운정 고운정이 들면서 이제 좀 애틋해지는구나 싶은데 큰시누 올해 80이 되셨어요. 연락하면, 죄송하게도 항상 먼저 연락하시지만 ,, 아픈데 침 맞고 살살 달래가며 산다는 말씀이 웃픈현실이 되었습니다. 시엄니 생전에 작은시누 딸이 딸을 낳았을때 외할머니를 보러 왔는데 시엄니와 작은시누, 조카, 조카의 딸, 이렇게 3명은 앉아있고 1명은 누워있는 모녀4대의 모습이 흔치 않아 사진을 찍어둔 게 있어요. (지금 어딨는지 모름요~ㅋ) 지난 시절의 부모형제들 장면들에 저는 왜그렇게 연연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철여님의 대규모 가족들 글은 더 특별하게 읽혀지지 않았을까 싶네요.
서로가 너무 잘 아는, 지금 저렇게 명랑한 청춘들 윗세대와 아주 살갑게 섞였던 그러나 당시에는 어렵고 힘들기까지 했던 시간들을 함께 부대끼며 겪어왔기 때문일까요? 그 안에 어린 아릿함은 물론이고 그래서 더 아프고 결국은 아름답기까지 한 정때문일까요.
철여님의 글 중에 방송작가활동을 하셨던 이력이 글에서도 느껴집니다. 나이를 떠나 글의 연륜과 그에 걸맞는 어휘, 그리고 '형님'포스에 맞는 센스와 포용력까지요. 그래서 얼룩소 살구꽃의 '써니형님'이 되었지말입니다. 호호홋
얼에모 합평으로 저는 가장 자기 이바구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핑계삼아 하고싶은 얘기를 이 기회에 늘어놓고 있네요. 주중의 손주육아와 남편을 돌보는 철여님에게 기승전'글'이 소소하지만 큰 기쁨이 되길 빕니다.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똑순이 님이랑 @아들둘엄마 님은 제가 기죽어 있는 게 보이나봐요...
더디고 서툴지만 이미 내딘 걸음이니 갈때까지 가 볼랍니다ㅋㅋ....응원 감사해요~~^&^
글을 읽으면서도 엄청 몰입하면서 한순간에 읽었어요. 글을 읽다보면 그 사람이 누구인지 보인다고 하죠 ~~ 이 글을 읽으면서 글의 다양한 맛과 멋을 느낄 수가 있어서 감탄하면서 읽었어요 .. 저도 이번에 다양한 글옷을 입어보려고 시도를 해도고 있어요. 한글자도 놓치기가 아까운 멋지고 소중한 글옷이에요!! ^ ^
기승전(옷)에서 기승전(글)이 되어 이제 써니형님의 얼굴이 되었군요. 그만큼 글의 비중이 묵직한 반증이 아닐까 여겨집니다.
가족모임으로 한 부대가 출동했지만 낱낱의 인생곡절들이 서로 손을 잡은 온기에 전해집니다.
'둥글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추'고 싶은 순간들, 그 순간에 바라보는 피붙이 살붙이들...누군가 웃으면 와아하고 웃음이 번지는 화창한 마음들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대로 멈춰지기를 바랍니다.
언젠가 여러벌의 글옷들 중에 가장 멋진 글옷을 뽑아 입었을 때, 눈부시게 빛날 써니형님의 얼굴이 되실 것입니다. '기승전글!' 샬롬* ^^
[합평]
글을 읽고 처음 느낀 감상은 솔직함이었습니다. 만약 나였다면.. 이라고 생각하며 읽어내려가 다보면 솔직해지기 힘든 부분들이 곳곳에 있었는데, 그 때마다 자연스럽게 녹아내시는 솔직함에 글이 더 마음 깊게 스며들었습니다.
다소 지루할 수 있는 설명들을 짧은 호흡으로, 그리고 중간중간 생각을 첨가하며 흥미를 잃지 않고 속도감 있게 전개하신 부분들에서도 많이 배웁니다. 3000자 가량의 짧다면 짧을 수 있는 글에 참 많은 서사와 감정을 녹여내신 것 같습니다.
기억에 남는 표현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내 가슴팍에 새겨진 엄마의 기승전결이 고스란히 내 얼굴에 남아있다" 와 같은 문장들이 그렇습니다. 쭈욱 읽다가 군데군데 멈춰서 생각에 잠길 수 밖에 없더군요. (나)를 (생)각하게 하는 (글)이었습니다..!
다음 글도 많이 기대됩니다. 얼에모 2기 즐겁게 써내려가봐요!
[합평]
우선 철여님과 [얼에모]를 함께 하게 되어 반갑고 기쁜 마음을 전합니다.
처음에 얼룩소에 발을 들여놓은 철여님의 글을 읽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납니다. 제가 그랬듯 보통 낯선 공간에 글을 쓸 때 주춤하거나 눈치를 보기 마련인데 전혀 어색한 기운 없이 본인의 이야기를 주체적으로 쓰시더라고요. 예사롭지 않은 필력에 보통 분은 아니시구나 했던 것이 첫인상이었다고 할까요?
<내 글이 얼굴이 될 줄이야>라는 제목이 센스 있고 귀엽게 느껴졌습니다. 설레고 북적이는 대가족의 모임으로 시작되는 글은 글쓴이를 중심으로 엮인 관계 속에서 저마다의 사연을 지니고 있습니다. 담담하게 둘째 오빠의 췌장암, 남편의 폐암을 이야기하시는 부분에서는 저도 울컥했습니다. 하지만 -아픈 건 안 따라해도 되는데, 동병상련이 따로 없다-라는 문장에서 아픔을 웃음으로 승화하는 특유의 에너지가 느껴졌습니다.
엄마를 닮았다는 올케언니의 말을 통해 엄마 이야기로의 전환이 굉장히 자연스러웠습니다. 엄마가 딸을 바라봤던 마음, 누나가 남동생을 바라보는 마음들이 절절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러고 보면 혈육만큼 뜨거운 감정을 나누는 사이도 없는 것 같습니다.
주름 잡힌 얼굴에는 엄마의 기승전결이 그대로 담기고, 내 삶의 흔적도 담습니다. 과연 27년 스펙의 옷 장사답게 옷과 인생을 연관 지어 통찰을 이끌어내는 모습에 감탄을 했습니다.
모임이 끝으로 다다르고 경쾌한 노래에 멈추며 온 가족이 한마음이 되는 순간을 옆에서 지켜보는 듯 따뜻하고 흐뭇했습니다.
'글이 얼굴'이라는 말 처럼 철여님의 얼굴은 아마 이 글과 같은 느낌이리라 상상합니다.
계속되는 기승전[글]을 응원합니다.
@나철여
[합평]
5학년, 6학년 인생 선배들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내가 알지 못했던 삶의 모습을 통해서 지혜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6남매 중 유일한 고모라는 점, 조카와 그 손주들까지 함께하는 여행의 모습을 보며 대가족이라는 큰 관계의 틀 속에서 형성된 나철여님의 자아를 상상해 본다.
가족이 많은 만큼 좋은 일도, 슬픈 일도 많다. 오랜 세월 각자의 아픔과 상처를 가지고 있는 가족들의 모임에는 삶의 묵직한 무게가 존재하지만, 함께하며 서로의 온기와 위로를 나누는 시간을 통해 가족이라는 든든하고 견고한 울타리의 모습을 엿볼수 있다.
오랜 장사의 시간들은 고통스러웠지만, 동시에 성장의 발판이 되기도 한다. 멋모르고 시작한 옷장사를 통해 철이 들어가는 와중에도 남편의 아픔과 같은 고난은 계속된다.
오랜 시간동안 옷과 함께 동고동락 하던 세월을 지나 글과 함께하는 삶으로 이어진다. 27년 장사의 스펙으로 무장되어서일까. 그녀의 글이 무척 정정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https://alook.so/posts/70tmJa5
@멋준오빠의 행복공작소 님 귀한 걸음 감사합니다
멋진 글로 다시 만져주시니 드러난 민낯이 덜 부끄러워집니다...나이가 드니 얼굴도 두꺼워지나봅니다...
멋준님의 댓글로 힘 얻습니다~~^&^
글이 얼굴이 된다는 이야기가 참 솔깃하게 다가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의 글은 우리의 또다른 얼굴이자, 민낯인 것이죠. 아무리 다양한 방식으로 치장하더라도 문체를 통해 드러나 버리는 나의 또다른 민낯.
옷이 얼굴이 된다는 이야기로 이어지는데요. 27년 동안 옷쟁이로 살아왔던 인생과 철학을 통해, 옷 역시 또 하나의 얼굴이 된다는 것을 만나게 됩니다. 피부를 보호하는 옷, 껍질에 불과한 옷이 또다른 얼굴이 된다는 건 많은 것을 시사하는 것 같습니다.
[합평]
얼에모2를 통해 나철여님의 글을 만나 이렇게 합평을 하게 되었어요.
글에 앞서 제목이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할 줄이야'라는 서술어가 귀엽기도 하고, 어떻게 글이 얼굴이 되었을까 궁금하기도 했고요.
식구들이 모두 모이는 모습에서 어릴 때 이모들과 엄마가 밤새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우는 모습을 떠올렸어요. 돌아보면 그 때 이모들과 엄마는 한창(?)의 나이가 아니었나 싶어요.
각자의 삶을 살아내느라 자주 마주하지 못했던 형제들과의 이야기가 엄마를 통해 과거로 이어지고, 나철여님의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옷 이야기로 이어지는 장면 장면이 펼쳐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쩌면 옷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엄마와의 과거를 빼놓을 수 없고, 엄마를 떠올리자니 한자리에 모인,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해 아쉬운 형제들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옷과 함께한 시간을 글로 풀어내려는 마음이 강렬하시다는 것도 말미에 느껴졌어요.
나철여님의 옷 이야기가 얼굴이었던 시기를 지나 글이 얼굴이 된 시간이 왔나봅니다.
글과 함께 온전한 즐거움 누리시길!!
좋은 이야기 나눠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