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나 다 봐버렸다.

연하일휘
연하일휘 · 하루하루 기록하기
2023/12/01
부스스한 머리를 질끈 동여맨 채, 커피 몇 잔을 구입한다. 출근 전, 제사 음식을 다 마무리지어야 하기에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부모님 댁을 향하는 길이다. 그나마 저녁 수업은 다른 선생님에게 부탁을 드려 다른 요일로 뺄 수 있었는데, 낮 수업은 어쩔 수 없으니. 올해의 제사 준비는 유독 마음이 바쁘다.

커피를 나눠 마시며 작은 잡담들 속에서 음식을 준비한다. 맘마를 잔뜩 먹고 기분좋은 조카가 여동생의 품에 안겨 집으로 들어서자마자, 냉큼 손을 씻고 조카를 안아든다. 마저 부쳐야 하는 전은 여동생에게 잠시 맡겨 두고, 잠깐의 행복 속에서 아가에게서 잔뜩 에너지를 전해 받는다.

대충 음식도 마무리 되고, 집 정리도 하고나서야 더 앞이 막막하다. 출근해서 수업을 하다가, 퇴근하자마자 찾아오는 손님들 상을 차려야 한다니. 제를 지내고 난 뒤에 한가득 쌓일 설거지 거리들을 생각만 해도 한숨이 절로 새어나온다. 그나마 다행인건, 서울에서 도와주러 내려오시는 친척분들과 나와 마찬가지로 퇴근하자마자 달려올 언니가 있다는 사실일까. 유독 더 정신없는 올해의 제사.

수업을 마치고, 부랴부랴 집으로 향한다. 평소라면 집으로 돌아가 아가를 재웠을 여동생이 아기띠를 하고 이곳저곳을 서성인다. 할머니의 마지막 제사. 내년부터는 직접 산에 가서 하기로 하였으니, 이젠 집에서 제사 음식을 하고 손님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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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걸 좋아하지만 잘 쓰진 못해요. 사교성이 없어 혼자 있는 편이지만 누군가와의 대화도 좋아해요. 긍정적으로 웃으면서:) 하루하루 살아가고픈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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