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하지 못할 일. "도전"과 "무모"
"2차선 말고 1차선으로 운전해. 혹시 몰라 나무들 꺾어질 수도 있으니까."
"ㅇㅇ알았어"
"아닌가 똑같나?ㅋㅋ 운전 조심혀"
"ㅋㅋㅋㅋㅋ조심해야짘ㅋㅋㅋㅋㅋ"
어제 저녁 9시쯤, 출근하신 어머니를 모시러 가기 전. 남동생과 카톡을 나누었습니다. 비바람이 꽤나 거센 상황이었기에, 남동생은 자기가 가는게 어떻겠냐고 말을 꺼냈지만. 이미 저녁에는 제가 모시러 가겠다 말을 했었기에 우산을 챙겨들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비가 가로로 내립니다. 우산을 들고 있었지만, 내가 이것을 왜 들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회의감만 더해질 뿐, 오히려 우산 하나를 버리겠구나 싶어졌습니다. 운전을 하면서도 바람에 차가 밀리는 느낌, 운전을 5년 넘게 해 왔지만, 오랜만에 등골이 오싹해지는 경험을 한 것 같네요. 특히 비가 많이 내려 앞은 끊임없이 빗방울로 흐려지고, 차선이 보이지 않아 운전을 마치며 작게 한숨을 내뱉었습니다. 아마, 운전을 잘 하는 남동생이었다면 좀 더 수월하고 안전하게 운전을 했겠지요. 괜한 자만을 했던 것은 아닌가,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선 머리를 말리다 이런저런 기사들을 찾아봅니다. 아직 태풍이 근접한 상황이 아님에도 제주도 곳곳에서 사건사고가 발생하였다는 기사들이 떠 있었습니다. 몇몇 기사에서는 정전이 일어났고, 이를 복구하는 작업중이라는 내용이 올라왔네요. 기사에 제시된 동네임에도 저희 집은 정전이 되지 않았음에 감사하며 창문을 뒤흔드는 바람소리를 들었습니다. 새벽 1시쯤 되어가니 밖에서 들리는 우당탕 소리에 몇 번씩 놀라다, 그렇게 잠이 들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니, 여전히 바람 소리가 거세지만 태풍이 무사히 지나갔다는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정전도 단수도 되지 않았네요. 조금 과하게 대비를 했나, 싶기도 했지만 안전 앞에서는 언제나 '과하다'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주도에 어떤 피해가 있었나 기사를 살펴보며 실없는 웃음이 터져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