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에디터 노트
게임계에서 다시 남성혐오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11월 23일 공개된 넥슨의 <엔젤릭버스터> ‘Shining Heart’ 뮤직비디오에서 캐릭터가 집게손 모양을 취했다는 것입니다. 26일 넥슨은 사과와 함께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고, 일부 유저들은 해당 뮤직비디오를 만든 스튜디오 뿌리의 작업물을 살피며 집게손 검열에 나섰습니다.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A씨가 의도적으로 집게손을 그렸다는 주장이 확산됐습니다. 여성 애니메이터 A씨가 2022년 3월에 올린 ‘은근슬쩍 스리슬쩍 페미 계속해줄게’ 트윗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30일 경향신문은 ‘집게손 장면을 그린 애니메이터는 A씨가 아닌 타 스튜디오의 40대 남성이며, 검수 및 총괄 담당 역시 50대 남성’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럼에도 논란은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A씨에 대한 인신공격도 끊이지 않습니다. 넥슨과 스튜디오 뿌리 사건,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A씨의 고소대리인 법무법인 덕수 범유경 변호사를 만났습니다.

<엔젤릭버스터> ‘Shining Heart’ ⓒ 넥슨

👩🏻‍🦰 현재 이뤄지고 있는 넥슨과 스튜디오 뿌리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 범유경 변호사
먼저 여성혐오와 달리, 남성혐오가 학술적으로 인정받은 개념이 아니라, 남혐과 여혐의 구도가 과연 정당한 구도인지 의문이 듭니다. 설령 젠더 갈등의 문제로 보더라도 이건 ‘집게손가락은 남혐’이라고 주장하는 측의 일방적 공격에서 시작된 것이었잖아요. 이게 ‘갈등’일까요? 이 사건은 단순히 젠더 갈등이라기보다는 일부 유저들의 ‘남성혐오’ 주장으로, 제대로 된 조사나 별다른 근거도 없이 여성 애니메이터와 스튜디오 뿌리가 상당히 심각한 피해를 입은 사안으로 봐야 해요. 일종의 사이버 공간 내 테러 행위지, 남성과 여성 간 갈등으로 비춰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봅니다.

집게손이 남성혐오라고 주장하는 일부 유저들의 주장이 발단이 됐는데요. 집게손 모양이 남성혐오의 상징적 의미를 가지지 않기도 하거니와, 여기에 더해 사실 확인의 책임 소재, 공정계약 및 공정거래에 관한 쟁점이 추가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이 젠더 갈등이냐, 원청과 하청 사이에서의 불이익을 주는지의 문제냐, 아니면 사실관계에 대한 근거를 대는지의 문제냐, 여러 논의가 다 섞여 있어요.


👩🏻‍🦰 집게손 모양은 어쩌다 남성혐오의 상징으로 통하게 된 건가요?

💬 범유경 변호사 
집게손 논쟁이 가장 처음으로 불거졌던 게 GS 편의점 포스터잖아요. 그때 제가 보았던 게시글들의 내용은 처음에는 ‘여초에서도 우리한테 걸핏하면 여혐이다, 차별이다 이렇게 얘기하니까 우리도 그렇게 하자’, ‘자기들도 우기는데 우리는 왜 그렇게 못하냐’는 것이 다수였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걸 진심으로 믿고,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의도적으로 집게손 이미지를 사용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거죠. 일종의 발명된 혐오의 상징인데, 어느 순간 최초에 시작할 때의 맥락은 다 흩어져 버리고 남은 거는 밈밖에 없는 거죠.


👩🏻‍🦰 집게손 모양이 발견되자마자 ‘의도적으로 넣었다’는 논의가 시작된 것 같아요.

💬 범유경 변호사 
일단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특정 모양을 넣는 것은 제도상 불가능해요. 문제가 된 콘티도 넥슨이 컨펌을 했잖아요. A씨가 2022년 3월에 올렸던 트윗이 의도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1년 반 전에 쓴 트윗에 기초해서 A씨의 의도를 추정하는 게 타당한가요. 애초에 해당 트윗을 올렸다는 사실만으로 의도성이 있다고 주장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죠.

법적 분쟁 과정에서는 주장하는 사람이 원칙적으로는 입증할 책임을 져요. 예컨대 손해배상을 한다고 하면 손해에 대한 고의이든 과실이든 인과관계가 성립해야 하거든요. 그 모든 것을 주장하는 사람이 입증해야 하고요. 그런데 ‘은근슬쩍 스리슬쩍 페미해줄게’라는 트윗에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이분이 페미니스트라는 것뿐입니다. 페미니스트라고 해서, 남성 성기 크기를 조롱하는 집게손 장면을 직업적으로 포함시켰다는 걸로 비약할 수는 없죠. 그 사이에 인과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정말 많은 과정들이 필요하거든요.

분명한 건 A씨가 해당 장면을 그리지도 않았다는 겁니다. 애초 그렇게 넘겨짚을 근거 자체가 전혀 없었어요.


👩🏻‍🦰 실제 애니메이터 A씨가 집게손 모양을 그리지 않았는데도, 피해가 계속된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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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철학을 공부하는 변호사. 소수자, 문화예술콘텐츠, 플랫폼, 노동 분야에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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