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사람들을 위한 식당, <더 로스트 키친>

안녕하세요. 저는 논픽션 작가 하미나입니다. 얼마전 첫 책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을  썼어요. 얼룩소에는 처음 글을 씁니다. 떨리네요 헤헤.

이곳에 어떤 글을 쓰게 될 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요. 오늘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 중 하나인 >>재밌게 읽은 책 영업하기<<를 하려고 합니다.
<더 로스트 키친>

소개할 책은 에린 프렌치의 <더 로스트 키친>이라는 책입니다. 제가 추천사를 쓰기도 했어요.

저는 덮어놓고 거의 무조건 좋아하는 책 취향이 있는데요.
바로 글쓰기를 업으로 삼지 않은 사람이 쓴 책입니다. 그중에서도 몸으로 감각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쓴 책을 참 좋아해요. 요리사나, 무용수, 화가와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요. 왜냐하면 이들은 세상을 텍스트로 이해하기보다는 몸으로 먼저 느끼는 사람들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이들의 글을 읽다보면 이들이 '해석한' 세상이 아니라 이들이 '느낀' 세상을 알게 돼요. 그런 문장을 읽으면 저는 숨통이 트입니다. 어떤 가르침이나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자의식이 느껴지지 않아 좋아요. 자신의 세상을 독자에게 소개하면서도 동시에 독자에게 다양한 관점을 허락하는 것 같달까요.

<더 로스트 키친>을 쓴 에린 프렌치는 여성 쉐프입니다. 프렌치(이름도 프렌치라니요!)는 미국의 한 시골 마을에 위치한 40석 규모의 작은 식당 "로스트 키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책은 에린 프렌치가 로스트 키친을 열기까지의 삶을 되돌아보며 쓴 회고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녀의 삶이 낯설지 않았어요. 아들을 기대한 집에서 딸로 태어나 탄생부터 아버지의 실망을 안겨준 맏딸로서의 삶, 식당에서 성장기를 보내며 일찌감치 빠릿빠릿 일의 감각을 익힌 것, 때이른 임신과 출산, 미혼모로서의 삶, 아버지뻘 되는 나이의 남자와의 재혼, 가정폭력, 알코올과 약물 중독, 정신병원 입원까지... 모든 것이 엉망이 되었을 때 '부서지지 않는 마음'으로 연 식당이 바로 길 잃은 사람들을 위한 식당인 로스트 키친입니다. 

식당은 이제 매우 인기가 많아서 일년에 딱 한 번만 엽서를 통해 예약을 받는다고 해요. 수없이 쏟아지는 엽서들 중에서 추첨을 통해 일 년치의 예약을 잡는 대요. 정말 귀엽지요. 

저는 이 식당을 가보지 않았지만, 책을 통해 느낀 바로 추측하자면, 소박하고 으스대지 않는 식당일 것이라 생각이 되어요. 어떤 식당은 참으로 근사하지만 먹는 사람을 주눅들게 하지요. 어떤 식당은 요란스럽지 않고 우아하게, 음식을 먹으면 마음속에서부터 따뜻한 기운이 퍼지게 합니다. 제게는 에린 프렌치의 글이 그랬습니다.
애정을 담아 쓴 추천사를 덧붙이며 글을 마무리 짓습니다.

"평생 단 한 번만 쓸 수 있는 책이 있는데, 자신의 삶을 걸고 쓰는 책들이 그렇다. 이런 글을 만날 때면 나는 납작 엎드려 항복하듯 맹세한다. 절대로 말장난 하지 않겠다고, 삶보다 글이 앞서게 하지 않겠다고. <더 로스트 키친>은 아버지에게서 받은 상처를 떠올리는 것으로 시작해 더 이상 사과와 인정을 기다리지 않는다고 말하며 끝이 난다. 인생의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서도 우리가 먹을 음식 위에 꽃을 올려 나와 남을 대접해 온 여자들을 떠올리며 나는 매 챕터마다 울었다. 오랫동안 이 책을 처음 읽던 순간을 그리워할 것이다. 으스대지 않는 그의 음식처럼 그의 글 역시 읽는 이를 주눅 들게 하지 않는다. 소박하고 부드럽게 빛나는 삶의 아름다움이 ‘로스트 키친’의 화구에서 활활 타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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