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에모2] 적어도, 겉은 멀쩡합니다.

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3/06/02
뱃속에 아기를 품어 본 엄마들은 누구나, 내 아기가 건강하기를. 아무 이상이 없고 정상이기를 염원하지만 혹시나 하는 막연한 불안감도 가져 봤을 것이다. 요즘에야 기형아 검사가 필수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기가 태어났단 말을 듣는 순간에는, 아기는 정상인가요? 손가락 발가락 10개씩 다 있나요? 하고 확인한 경험들이 있을 것 같다.
우리 엄마도 그러셨을 것이다.  첫째인 내가 태어나고 눈 코 입이 다 제 자리에 있고 손가락 발가락도 10개씩이니 안심하셨겠지. 적어도 겉은 지극히 정상이었으니까.
그러니 내 몸 속에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으리란 건 그땐 아무도 몰랐고 감히 짐작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비밀이 벗겨진 건 무려, 내가 태어나고 자라고 결혼하고 첫애를 낳으면서였다.

골반이 좁아 자연분만은 힘들거란 얘긴 진작부터 듣고 있었다. 그래도 나는 희망을 버리지 못했다. 아는 의사 분이, 제왕절개는 가능한 한 하지 않는 게 좋다. 아기가 살짝 마취되어 나온다고 생각해보란 말이 내 머릿속에 깊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예정일을 3주 앞두고 양수가 터지는 바람에 급히  병원에 가 선택의 여지없이 수술로 아기를 낳았을 때 비로소 내 몸의 이상이 불거졌다.
수술 후 의사는 왜 양수가 터질수 밖에 없는지 설명을 해 주었다. 자궁이 기형으로 생겨 자연분만을할 수 없는  케이스라고 했다. 하트모양으로 그려 진 아기집 그림을 보여주며 하트의 반 쪽만 태아가 차지하고 나머지 반은 텅 빈 상태로 남아 있어 태아가 어느정도 크면 자궁이 더 이상 버티질 못하고 양수가 터지고 수술로만 아기를 꺼낼 수 있다고 했다. 내가 들은 기억은 여기까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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