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에모] 돈을 고민하다

몬스
몬스 · 네트워크 과학을 공부/연구합니다.
2023/03/03
도시락 사건

얼마 전 마트에서 도시락을 사서 나오는데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라는 점원의 말이 문득 이상하게 느껴졌다. 어떻게 보면, 내가 쌀과 수많은 야채를 농사짓지 않고, 소, 돼지, 닭과 같은 가축을 키우지 않으며, 이러한 식재료들이 맛있어지도록 요리를 연구하지 않고도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는 건 너무 감사한 일인데, 나는 왜 감사하다고 생각하지 못했을까? 내가 감사하지 않아도 이 사람들이 알아서 감사하다고 해주기 때문에? 내가 소비자라는 당연히 감사받아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당연했던 모든 상황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나방파리 학살사건

관련해서 사소하지만, 나에게는 기념비적이었던 사건을 언급해볼까 한다. 예전 살던 원룸 화장실은 습기가 많고, 하수가 깔끔하지 못하여, 물 빠지는 곳에서 나방파리가 한두 마리 올라와 있곤 하였다. 같이 살기에는 불편한 점이 많아 보이는 족족 죽이곤 했었는데, 얘네들은 너무 쉽게 잡히더라. 인터넷을 찾아보니 회피력 0에 물 저항력 100의 생명체로 이미 유명했다. 
어느 날 샤워 중 나방파리가 보이길래 물을 뿌렸는데, 얘가 살려고 아둥바둥하며 숨는 것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얘네에게 무슨 잘못이 있으랴. 그냥 태어나서 살다 보니 이곳에 살게 된 친구들이 아닌가. 그래서 나는 나방파리를 방치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1~2마리가 보였는데, 얘네들이 번식하더니 이제는 들어가면 10마리 이상 눈에 띄기 시작했다. 처음엔 안쓰럽고 귀엽던 나방파리들이 무섭고 징그럽게 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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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계 과학에 관심이 많고, 그 중 주로 네트워크 과학을 공부/연구/덕질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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