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엔 오지 마! 나 치매 아니야.

콩사탕나무
콩사탕나무 · 내 삶을 나답게 살고 싶은
2024/03/26

 시골길 막다른 도로 끝에선 내비게이션도 제 할 일을 하지 못한다.

‘경로를 이탈하여 다른 경로로 안내합니다’

 수분 째 계속 같은 자리를 맴도는 듯했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낮은 담장의 집들은 누구 땅인지 분간도 가지 않는 경계에 지어져 있다. 몇 채 없는 집과는 대조적으로 드넓은 논밭이 펼쳐진 풍경을 보고 있으니 없던 향수도 되살아난다. 안 되겠다 싶어 주차하고 여기 기웃 저기 기웃거렸다. 그런 침입자를 고운 눈으로 볼리 없는 온 동네 개들이 시끄럽게 왕왕 짖어댔다.


“으응? 누구여? 무슨 일이야?”

 마당 한 구석에서 바가지를 들고 있던 할머니 한 분이 나왔다. 닭 모이를 주는 듯하다. 햇살 좋은 마당에 풀어 놓은 닭들이 자유롭게 무언가 쪼고 있는 모습이 그저 평화롭다. 풍경화 같은 평화로움을 깨는 것 같아 괜스레 미안했다.

 “보건소에서 나왔어요! 지난번에 할머니 검사한 치매팀 간호사예요.”

 “아이고, 그러네?!! 고맙게 멀리까지 나 검사해 준다고 왔어?? 어서 들어와!”

 할머니의 표정엔 반가움과 긴장이 뒤섞여있다. 


 내가 찾은 곳은 몇 주 전 인지선별검사에서 기준 점수 미달로 인지저하가 나온 남순(가명) 할머니의 집이었다. 치매 2차 진단검사를 위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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