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며느리의 흔한 명절 풍경

콩사탕나무
콩사탕나무 · 나답게 살고 싶은 사람
2023/10/02
호미곶 (손톱 아니고 갈매기) ⓒ콩사탕나무

신기하게도 우리 아이들은 멀미를 안 하는지 장거리 이동에도 차에서 좀처럼 잠을 자지 않는다. 덕분에 귀성길은 원래 시간보다 더욱 길게 느껴진다. 남편과 교대로 운전하고, 몇 분마다 이어지는 ‘얼마나 남았어?, 다 와 가?’라는 질문에 대답을 해주고, 간식을 대령하다 보면 차 안에서 진이 다 빠진다. 운이 나쁘게 정체 구간이라도 맞닥뜨리는 날엔 에너지가 더욱 소진된다. 정신적, 신체적 고단함은 불가피한 민족 대이동의 순간이다.

아이들이 재잘거리는 입을 다물고 좀 잤으면 했다. 일부러 수요일 저녁 늦게 출발했다. 저녁을 먹고 모두 깔끔하게 샤워하고 먼 길을 떠났다. 양가 부모님들께 드릴 영양제와 화장품, 용돈 봉투를 두둑이(라고 쓰고 싶지만 얇디얇은) 챙겨 먼 길을 나섰다. 막히는 구간들이 있었지만 대체로 순조로웠다. 계획대로 아이들은 가는 내내 잠을 잤다. 유난히 밝은 보름달이 비추는 고속도로를 달려 새벽 2시, 시댁에 도착했다. 여섯 시간 정도 걸린 듯하다. 

짧은 인사를 주고받고 일단 곯아떨어졌다. 이튿날 부엌에서 들리는 뚝딱뚝딱 어머님의 알람 소리에 눈이 떨어졌다. 일곱 시였다. 평소 새벽같이 아침을 드셨을 텐데, 늦은 밤 도착한 우리가 더 자도록 배려를 한 것일게다.

“시끄러워서 깼나? 더 자라.”


결혼하고 입에 맞지 않았던 어머님의 음식이 어느덧 서로를 가족으로 받아들인 시간만큼이나 익숙해졌다. 정성과 시간을 쏟았을, 슴슴한 반찬들로 차려진 수십 첩 반상에 둘러앉아 맛있게 밥을 먹었다.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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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천천히 정성을 다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schizo12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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