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터뷰] 연키, 또는 '너 참 대단하다'는 말이 싫은 사람

고백한다. 고기를 좋아한다. 힘들 때 참는 건 이류고, 힘들 때 먹는 건 육류라고 믿는다. 채식주의자(요즘은 비건이라고 한다)를 존중한다. 그렇지만 이해하진 못한다. 동물을 죽여서 사람이 먹을 고기를 얻는 일이 잔인하단 걸 안다. 그렇지만 불가피한 일이라고 본다. 기후위기, 중요한 문제다. 그렇지만 세상엔 그것보다 급한 일이 많다고 생각한다.

40대 아재인 필자는 대강 이런 생각을 갖고 산다. 그래서 연키님이 얼터뷰 신청을 했을 때 얼터뷰어로 나서겠다고 손을 들었다. 연키님이 하고 싶다는 얘기를 봤기 때문이다.

얼터뷰에 참여하게 된다면 동물해방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전 이제 비건 지향한지 2년 반 정도 되어가는데요, 제가 이런 라이프 스타일을 택하게 된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동물권'에 관해 인터뷰하면 좋을 것 같아요. 사회에서 가장 좁게, 납작하게 이야기되는 분야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문득 아예 관심없던 세계, 이해하지 못하는 생각을 갖고 사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단 충동이 솟구쳤다. 하지만 막상 얼터뷰 약속을 잡고 나니 걱정이 됐다. 잘할 수 있을까. 이해할 수 있을까.

장소는 연키님이 정했다. 서울 이태원의 비건 식당이었다. 처음 가보는 비건식당이었다. 여느 식당과 다를 바 없었다. 연키님의 말에 따르면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비건식당 중 한 곳이라고 한다. 메뉴판엔 미트볼, 필리치즈스테이크 같은 단어들이 적혀 있었다. 맛있는 단어들이었다. 점심 시간이 다가오자 손님이 줄을 섰다. 이렇게 채식을 하는 사람이 많았구나.

약속 시간에 연키님이 나타났다(두근). 두 마리의 돼지 얼굴과 "새벽이답게 잔디답게"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아하, 연키님이 돌봄 활동 중이라는 '새벽이생추어리'에서 제작한 티셔츠구만. 새벽이와 잔디는 생추어리에서 살고 있는 돼지들이다. 생각보다 돼지들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었다. 멋진 티셔츠였다. 티셔츠 얘기부터 하면 준비 덜 된 에디터처럼 보일까봐 미리 준비한 질문부터 던졌다. 문답은 존댓말로 나눴지만, 반말로 옮긴다.
새벽이와 잔디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온 연키님 @권승준 에디터
저는 지난 7월부터 **'새벽이생추어리'**라는 곳에 일주일에 한 번씩 방문해, 돼지들을 돌보고 있어요. 예전에 썼던 글( https://alook.so/posts/NrDt6Z )과 매번 갈 때마다 기록하는 일지( https://www.instagram.com/explore/tags/연키보듬일지 )를 공유합니다. 종돈장과 실험실에서 구출된 돼지들과 지난 5개월 동안 만나면서 어떤 점을 느꼈는지, 제 삶의 어떤 부분이 변화했는지 이야기 나누고 싶어요.

동물권에 대해 1도 모르는 아재다. 연키님의 버전으로 동물권에 대한 설명부터 들어보고 싶다.
동물권에 대한 정의라...사실 저만의 버전이랄게 없다. 말 그대로 동물의 권리다(윽, 시작부터 우문현답). 동물권이라고 하면 비인간동물의 권리라고만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나는 동물권이 더 넓은 개념이라고 본다. 장애인, 여성 같은 소수자처럼 동물 역시 우리 사회에서 가장 약한 존재다. 그런 약자들의 권리를 포용하는게 동물권의 본질 같다. 나는 운동가는 아니지만, 그런 소수자를 위한 시위도 나가고 연대하려고 노력한다.

권리도 세부로 보면 여러 종류다. 동물권 얘길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생명권 같은데.
아무래도 지금 상황에선 생명권이 가장 중요하다. 인간도 생명권이 다른 모든 권리의 기본 전제가 되는 것처럼. 현재로선 비인간동물에게 생명권이 보장되지 못하는 건 명백하지 않나.

생명권에서 더 나아간다면 또 어떤 권리가 동물에게 보장되어야 할까.
독립서점에서 하는 동물권 관련 책읽기모임에 참가하고 있다. 거기서 다양한 사람들과 얘기나누면서 동물의 정치적 권리 이슈가 나온 적 있다. 급진적 얘기처럼 들리지만, 궁극적으론 동물의 목소리도 정치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적 권리를 말하는 건가? 그게 어떻게 가능할까?
지금은 동물과 언어로 소통할 수 없는 시대지만, 기술이 발전하면 동물의 목소리와 생각을 들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런 시대가 오면 당연히 동물도 목소리를 내고 정치적 권리를 주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만, 그래도 지금으로선 생명권이 가장 지켜져야 할 비인간동물의 권리다.

생추어리가 동물의 생명권을 지켜주려는 곳으로 걸로 알고 있다. 어떤 계기가 있어서 돌봄 활동을 시작한건가.
어떤 거창한 사건이나 깨달음의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다. 시작은 비건 지향이었다. 2019년 6월부터 채식을 시작했다.

말 끊어서 죄송. 그럼 여기서 비건 지향 계기부터 물어봐야 될 것 같다. 원래 채식에 관심이 많았나.
그렇진 않다.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고기 먹는 걸 좋아했다. 가족들도 다 그렇다. 외식 하면 고기만 먹는 집이다(웃음). 기후변화와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내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환경보호 활동을 찾다가 비건 지향을 알게 됐다. 주변 대학 동기들 중에도 비건 지향이 생기기 시작했고. 마침 학교에 비건 동아리가 있었다. 그 동아리 회원들을 보면서 '이렇게 실천할 수 있는 거구나' 생각해서 나도 하게 된 거다.

채식을 하다보니 동물권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된건가.
비슷하다. 함께 채식을 하는 사람들과 계속 만나고 교류하다보니 동물권 이야기를 계속 듣게 됐다.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었다. 비건 지향하는 사람이 100명이면 이유가 다 다른데, 그래도 동물권 이야기는 공통의 관심사였다.

그래서 새벽이생추어리 돌봄 활동으로 이어진 건가.
처음부터 바로 뛰어든 건 아니다. 올해 초에 생추어리를 알게 되고 먼저 후원부터 시작했다. 돌봄 활동은 7월부터 했는데, 5월부터 동물권에 관한 책 읽기 모임을 먼저 시작했다. 사람들과 같이 책 읽고 동물권에 관한 얘기도 하면서 새벽이생추어리에 가게 될 동력을 얻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어떤 거창한 계기가 있었다기보단 자연스럽게 관심이 거기까지 흐른 것 같다.
맞다. 사건이나 깨달음이 있었던 게 아니라 일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실천을 찾다가 서서히 물든 거다.

가보니 어떻던가. 인스타그램으로 보면 서정적이고 새벽이 잔디도 다 귀여워보이더라.
나도 그랬다. 소셜미디어로 생추어리와 새벽이를 먼저 접했는데 너무 귀여웠다. 그런데 막상 가서 깨달았던 건 내가 가까이에서 돼지를 본 적이 없었단 사실이었다. 사실 처음 봤을 땐 공포스러웠다. 새벽이는 230~250가량이다. 처음에 생추어리 왔을 땐 이가 다 뽑혀서 없는 상태였는데 지금은 다시 자랐다. 맘에 안 들면 물기도 하는 친구다.

아기랑 비슷한 거 같다(농담).
그럴 수도 있겠다(웃음). 아무튼 처음엔 공포스러워서 좀 충격도 받았다. 그런데 내가 그동안 동물권 공부를 한다고 해놓고 사실은 동물은 대상화하고 있었단 사실도 깨달았다. 진짜 동물을 만날 기회가 없어서 이들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구나 싶었다.

그런 선입견을 이겨내려고 계속 돌봄을 하게 된건가.
그렇게 거창한 건 아니다. 생추어리에 계속 가면서 새벽이와 잔디와 쌓이는 유대감이 있더라. 매주 한 번씩은 꼭 가서 저녁밥을 챙겨줬다. 그렇게 계속 보면서 새벽이와 잔디에 대해 많은 걸 알게 됐다.
연키님이 잔디에게 밥을 주고 있는 모습 @연키님 인스타그램
예를 들자면?
새벽이와 잔디가 성격이 다르다. 잔디는 사람을 되게 좋아하기 때문에 쉽게 친해질 수 있다. 그런데 새벽이는 낯을 좀 가린다. 그래서 친해지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 그렇게 동물 각자의 개성과 성격을 알게 되면서 유대감도 쌓이는 것 같다. 그리고 내 안에서도 생추어리 활동을 통해서 얻는 동력이 있었고.

동력?
같이 생추어리에서 비인간동물 보듬 활동을 하는 분들과의 유대감이다. 사실 비건 지향으로 사는게 편한 건 아니다. 중간에 우여곡절도 많이 겪었고 지금은 거의 100퍼센트 채식을 하고 있다. 사실 회사 생활하면 채식만 고집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회식이나 미팅 같은 것 때문에 주저하거나 포기하고 싶은 부분도 있고. 그런데 생추어리 활동을 하면서 같은 생각과 가치를 가지고 행동하는 분들을 보면서 에너지를 얻고 비건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그래도 힘들진 않나. 생추어리가 상당히 외진데 있고 1주일에 한 번 시간을 내기도 쉽지 않을텐데.
주변에선 그렇게 물어보는 분들이 많은데 내겐 생추어리 가는 게 오히려 위로가 되는 시간이다. 사실 그 전엔 일종의 기후 우울증 같은게 있었다.

기후우울증? 그건 뭔가?
단적으로 말하면 내가 이렇게 비건 지향으로 사는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하는 생각에서 오는 무력감 같은 거다. 기후위기는 점점 심해지는데 나 개인으로 더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무력감 같은데 점점 크게 느껴지는. 그런데 생추어리 활동을 하면서 '아 맞다, 내가 채식을 하는게 반드시 환경 때문만은 아니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야말로 몸으로 동물권의 가치를 체득한 것 같다.
새벽이와 잔디가 가진 상징성이 있다. 인간중심 사회에서 인간이 먹는 고기나 실험용으로 존재하는 동물이 아니라, 그 존재 자체로 살아가는 동물이 있고 내가 그걸 도와주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내게은 의미가 있다. 1주일에 한 번씩이나마 거기 도움을 주고 있다는 그 감각이 나를 더 건강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새벽이와 잔디에게도 매력포인트가 있을 텐데.
그런 매력이나 마음에 든 게 있었다기보다는. 기존 미디어가 돼지에 대해 미디어가 만들었던 이미지가 있다. 게으르고 더럽고 등등. 그런 것만 알고 살아왔는데, 새벽이와 잔디와 호흡하다 보면 가지고 왔던 세계가 깨지는 느낌이 있다. 그들에 대해 매주 새로운 걸 알게 된다. 새벽이는 공놀이를 좋아한다. 장난감을 주면 혼자 잘 논다. 잔디는 이불을 끌고 움직이면서 노는 걸 좋아하고.

그래도 험한 활동 같은데 가족이 걱정하진 않는가
다행히 부모님은 제가 추구하는 가치를 인정해주는 방임주의라서(웃음). 저 말고는 가족과 갈등 같은 문제로 고민하는 비건들이 많다. 나도 지금도 가족들과 만나면 따로 식사를 차려서 먹는다.

그 얘기가 나와서 질문. 얼터뷰 신청할 때 남자친구와 함께 비건 지향을 2년 간 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맞다. 이틀 뒤가 남친과 5주년이다(추카추카 드립니다!). 3년쯤 사귀었을 때 내가 비건 선언을 했다. 물론 남친에게도 그걸 하라고 강요할 생각은 없고 그렇게 얘기했는데 남친은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나도 할래' 그러더라. 그래도 '얼마 못 가겠지, 내가 하겠다고 하니까 따라하는 거겠지'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남친도 지금도 계속 비건 지향을 하고 있다. 내가 남친을 무시했던 거다. 그 친구 역시 비건 지향이 자기만의 결단 문제인데 그걸 내가 가볍게 본 걸 반성했다.

뭔가 염장 지르는 얘기를 들은거 같긴 한데...그래도 일단. 비건 커플의 데이트도 얘기하고 싶다고 했다.
연애 문제로 고민하는 비건들이 많다. 대부분 여성들이다. 자기는 비건 실천하는데 애인이 실천하지 않아서 힘든 거다. 비건을 실천하면 삶의 중요한 즐거움, 미식을 포기해야 할 거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사실 우리 커플도 처음엔 너무 힘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비건 식당들도 많이 생기고 채식하기 좋은 환경이 점점 만들어지고 있다. 요즘엔 예쁜 비건 식당 찾아가는 재미가 있다. 우리 커플은 비건 비향을 한 게 오리혀 전환점이 되었다. 비건 동지로서의 끈끈한 유대감이 생겼다고나 할까.

윽. 이런 염장.
물론 논비건 커플일 때 누렸던 기존의 즐거움을 포기해야 하는 건 맞는다. 둘의 추억이 어린 식당을 못 가는 것도 슬프다. 그래도 비건을 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새로운 즐거움을 찾는 재미 역시 쏠쏠하다. 미식도 그런 즐거움 중 하나다.

말 나온 김에. 비건 음식은 맛 없을 거라는 선입견이 있다. 추천하고픈 비건 맛집이 있나.
비건 메뉴도 정말 다양해졌다. 비건감자탕도 있고 순대볶음도 있다. 내가 alookso에 올린 비건식당 지도가 있는데 그걸 보면 된다. 분위기를 좀 바꿔서 무거운 질문도 해보고 싶다. 채식을 하고 동물권을 주장하는 사람이 양돈업자와 공존할 수 있을까. 동물권이 동물의 생존권 문제라면, 양돈업자에게도 생업의 문제 아닌가.
솔직히 비건과 양돈업자는 공존이 안 될 것 같다. 그건 어려울 것 같다. 다만 내 입장에서 얘기해보면 역사에서 시대별로, 전환점들이 있었던 점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한다. 인권 운동 측면에서 이야기하면, 과거에 흑인 노예가 당연한 시대엔 그 노예 덕분에 존재했던 관련 산업들이 있었다. 동물권 문제로 보면, 지금은 갈등의 초입일 뿐이고 장기적으로 보면 노예 해방 때와 비슷한 종류의 갈등이 불가피할 것 같다.
지금 우리 사회에선 개식용 이슈로도 아직 찬반 논쟁이 있다. 그 문제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변화가 힘들다. 동물권 인식이 더 퍼질 수록 갈등은 더 심해질 것 같다. 진통과 갈등이 없이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단 생각도 든다.

이렇게 질문해보자. 연키님이 양돈업자 한 명을 설득해야 한다면 어떻게 설득하고 싶은가.
어려운 질문이다. 그런데 비슷한 상황을 겪은 적 있다. 비건 시작한지 얼마 안 되서 채식을 주제로 독서 토론같은 걸 할 때 그 문제로 열변을 토하는데 그걸 듣던 학생 하나가 '사실 저희 가족이 양돈장을 하세요'라고 말하더라. 순간 너무 놀랐다. 그런데 그 학생이 사실 자기는 가족이 그 일을 하지만, 그 일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해주더라. 양돈장에 일하는 분들은 오히려 더 이런 이슈를 실생활에서 접할 일 없는 사람들보다 더 설득하기 좋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비인간 동물 뿐 아니라, 그런 동물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분들 역시 어느 정도는 학대나 폭력에 노출되는 것 아닐까.

비건과 논비건의 연대가 가능할 수 있을거란 얘기로도 들린다.
맞다. 어떻게든 같이 살아가야 한다. 무엇이 지속가능한가. 계속 생각을 하게 된다. 비건 지향을 하게 되는 이유는 환경 보호를 위한 목적이 매우 크다. 우리의 행동이 환경보호와 이어진다면 궁극적으로는 논비건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상황에서의 연대라면 자기 주변을 조금씩 바꿔 나간다는 점에 있지 않을까. 예컨대, 친구랑 만나서 생추어리 얘길 하면서 새벽이 사진을 보여주니 갑자기 '고기 못 먹겠어' 이러더라. 그리고는 그 친구는 월요일만 비건 데이로 정해서 채식을 시작했다. 나는 그런 것도 연대라고 생각한다.

비건이 일상 생활에서 가지는 가치는 뭘까. 환경 보호나 동물권 문제는 너무 거창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건강인 것 같다. 나는 채식을 시작하고 정말 건강해졌다. 하기 전엔 염증성 질환을 자주 앓는 편이었는데, 비건 하고 한 달 만에 그런 질환들이 사라졌다. 최근에도 내과 검진을 했는데 피검사 결과를 보니 염증 수치가 정상으로 내려왔더라.

단백질 섭취 문제는 어떤가.
통곡물, 버섯, 두부, 대체육이 있다. 단백질 함량이 많은 비건 푸드가 정말 많다. 비건 보디빌더도 있는 세상이다. 그분들 식단 보면 단백질 충분히 섭취하면서 건강하게 살 수 있다. 사실 힘들긴 하다. 고기를 섭취하면 쉽다. 식물성 단백질도 챙겨먹기 힘들다. 그런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하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라는 거다.

비건을 하면서 감수해야 할 게 그런 수고로움 뿐만은 아닐 거 같다. 무시하거나 반발하는 이들도 많을텐데.
나는 '너 참 대단하다'는 말을 들을 때 그렇게 속상하다. 그 말 자체에 '난 그렇게 못한다'는 뜻이 들어 있는 것 같다. 나는 특이한 사람이다보니, 할 수 있다는 것 같다. 나라도 특별한게 아닌데. 앞으로는 '나는 그래서 못해'가 아니라 '네가 하니까 나도 할 수 있어'라는 쪽으로 많이들 생각이 변했으면 한다. 오히려 동물권 얘기하면 '그럼 식물권은 없느냐'는 식으로 자극적인 반론은 별로 타격이 안 온다.

내가 아재라 그런가, 지금 세대가 비건이나 기후위기 같은 이슈에 더 많이 관심을 가진 것 같단 인상을 받는다.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다. 변한건 세대가 아니라 시대다. 시대가 요구하는게 그런 것이고, 그 요구에 반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 20대 초반 친구들 중에도 저처럼 비건을 실천하는 친구들이 많다. 20대의 경우엔 기후 위기 같은 문제가 정말 와닿는 문제가 되었다는 실감을 더 크게 느끼고 있을 거란 생각도 들긴 한다. 내 삶에서 무언가 실천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위기감 같은 것.

나같은 아재들도 그런 위기감을 느끼고 변할 수 있을까.
삶의 관성이란게 바꾸기 어려운 것 같다. 자도 부모님 많이 설득하지만 사실 '네가 많이 실천해주렴'이라는 대답을 듣는다(웃음). 누구에게나 변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부모님 세대는 이 문제가 자녀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거나, 비건 식당에 관한 정보가 많거나, 그런 식으로 변화의 계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다시 한번 고백한다. 이번 인터뷰로 단번에 채식주의자로 변화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여전히 채식은 힘들고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채식을 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했을 따름이었다. 그래도 연키님과 인터뷰를 하면서, 무엇보다, 사람들이 채식을 하는 이유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연키님과, 그리고 비건들과 연대할 수 있을까. 아직은 모르겠다. 아재는 그가 소개해준 맛있는 비건식당 탐방부터 시작해보기로 했다. 벌써 비건감자탕이 땡기기 시작한다.

by 권승준 에디터
연키님이 추천해준 비건 메뉴. 맛있어 보이는 이름이다. @권승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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