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것 가지고 장난치지 마라 - 우지 라면 파동(1989)
2023/02/22
영욕의 대한면국(大韓麵國)
우리나라는 1인당 인스턴트 라면 소비량 세계 1위 국가이다. 온갖 면 요리 중에서도 라면이 가장 많이 사랑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값싸고 맛있기 때문이다. 배가 고플 때, 밥 말고 다른 게 간편히 먹고 싶을 때, 마땅히 먹을 게 떠오르지 않을 때, 라면은 언제나 정답이 돼줬다. 1963년 첫 등장 이후, 라면은 서민들의 대표적인 먹거리로 자리 잡았으며, 전 국민이 애호하는 식사 대용품이 됐다.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K-먹방 콘텐츠 중에서도 ‘라최몇’(라면 최고 몇 개까지 먹나)이 가장 인기가 높을 정도로 한국인과 라면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라면만큼 가격을 인상하기 어려운 품목도 드물다. 라면 값이야말로 서민들이 피부로 체감하는 물가 지표의 바로미터이기 때문에, 가격 인상에 대한 저항이 상대적으로 크다. 지금도 라면 값은 다른 먹거리에 비해 여전히 저렴한 편이다. “라면만 먹던 시절”이 어렵던 때를 회고하는 상투적인 표현이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어느 누군가에게 라면이 애증이 교차하는 음식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 우리에게는 그 사람의 과거 사정과 처지를 어림잡아 이해할 수 있는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한다.
몇 해 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의...
@하진우. 맞습니다. 맞고요!!
이런 논란 생각해보니까 많이 있었던 것 같아요. 대왕카스테라인가 그것도 왜인지 어떤 TV프로가 엄청 깠던 것으로 아는데 사실 별 문제 없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것 같네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음식에 굉장히 무섭게 반응하니까 별 문제가 없는 음식도 문제가 있는 음식처럼 시청률 따라 들추는 경향이 없지 않은 것 같아요.
@이준성.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덕분입니다.^^
라면 한끼 글 한끼 즐겁습니다!
항상 좋은글 감사 드려요!
@청자몽. 저도 진라면 좋아합니다. ㅎㅎ 꼭 우지파동이라는 변수가 아니라도 라면업계의 흥망성쇠도 흥미로운 지점이 많습니다. 그러고 보니 어제 밤에도 결국 못 참고 하나 끓였네요.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아니! 이번엔 라면!!! 야쿠르트에 이어 라면이라니.. 국민 먹꺼리 시리즈인가요? 원래 라면은 '삼양라면'이었는데 말이죠. 우지파동/ 기억이 납니다. 엄청 시끄러웠던 사건이라서요. 이후에는 신라면으로 갈아탔어요.
결혼하면서, 저희집은 '진라면'과 '참깨라면' 먹습니다. 스프는 반만 넣고 먹구요. 글로만 읽었는데, 배가 고프네요. 다음도 기대가 됩니다. 잘 읽었습니다.
@샤니맘. 파키스탄 요리만 잘하시는 줄 알았는데, 라면에도 조예가 깊으시군요. ^^ 사실 실망할 일까지는 아닌데, 당시 분위기가 라면회사가 사람 먹는 음식에 못쓸짓 한 것처럼 되어버려서. 누구나 다 그렇게 느꼈을겁니다. 알고 보니 다른 여러가지 사정과 맥락이 있었던 사건이죠.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라면을 너무 좋아해서 엄청 먹었습니다. ㅋ 제가 초등학교 6학년때일이라 정확하게 기억해요. 먹을거 가지고 장난쳤다고 할머니께서 욕을 욕을....(크흡!!)...암튼 굉장히 실망했던 기억이 있답니다.
@jayjwlee91.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미있다고 해주시니 저도 기운이 납니다.
대부분 들어봤고 간략한 개요정도는 알고있는 사건들이었는데 이렇게 정리된 글을 읽으니 흥미롭기도 하고 여러 생각도 들고 하네요. 재미있게 잘 읽고 있습니다 부원님.
당시의 사건에 대한 해석이 여러가지였던 기억이 있네요. 지금도 그해석들은 갈리고 있습니다. 혹자들은 '큐원'의 '삼양사, 삼양 그룹'과 혼동해 호남기업이라 핍박을 받았다는 소설도 쓰고 있으니까요. 동아일보 형제회사인 삼양과는 완전 다른 회사인데 말이지요.
사실 이 사건의 후광효과는 오히려 삼양식품이 거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IMF때 쓰러질 뻔한 이 회사에 국민 감정이 더해져 국민주 투자 등으로 기사회생하고 농심의 독주 때문인지 '착한 기업'이라는 말도 안되는 포장을 얻기도 했으니까요.
창립자 전중윤 씨는 일제강점기에 체신부 보험과에서 갈고 닦은 실력으로 동방생명을 남의 돈과 국가보조금으로 창립한 후 삼성에 팔아 재미본 것을 기반으로 삼양식품도 보조금으로 회사를 세워 큰 이득을 얻은 사람이지요. 90세까지 일선에서 지휘해서 2세들과 형제, 자매들이 지금 한창 싸우고 있는 듯 합니다.
그 유명한 '명덕재단'창립자로 박근혜 씨의 '육영재단'에 넘겼지요. 그래서 강화도가 본거지인 이 양반덕분에 '박근혜 강화도 은닉 재산설'이 터지기도 했습니다. 사실 전두환 시절 전씨 종친회 회장도 지냈는데, 정권에 의한 박해를 받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는 나가도 너무 나간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먹을 것에 민감한 사람들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들 하는 기억이 아닌가 싶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눈속의사과. 사카린 파동도 이참에 한 번 다뤄보죠. 김기춘은 한국현대사 최고의 문제적 인물 중 하나입니다. 입신출세주의자의 전형이었죠.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홈은. 후발주자 농심이 선발주자 삼양을 잡기 위해 무리수를 두었다는 뜬소문도 있었지만, 그때 식품 업계 전체가 공도동망 할 뻔한 상황을 돌이켜 보면 그건 지레짐작일 뿐이고요. 여러 분석 자료들 보니까 우지파동 없었어도 자연스럽게 라면의 왕좌는 농심으로 넘어가는 추세였습니다. 훗날 검창총장 출신 김기춘이 농심으로 들어가고, 삼양과 위세가 완전하게 역전돼 그런 소문이 더 그럴듯하게 느껴지는 것도 이해는 갑니다. 우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우매한 대중이 소동을 벌인거다라고 하는 말도 많은데, 그렇게 볼 것만은 아니고. 국민들에게 먹는 문제가 얼마나 중요하고 예민한지를 일깨워준 역사적 사건으로 기억하는 편이 더 타당하다고 봐요.
국민들이 이슈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느냐, 혹은 분노를 폭발시키는게 어떻게 일어나는 일인지 섬세하게 알아챌 수도 없고, 그것을 기획하거나 조절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봐야죠. 그래서 그런 걸 앞장서 해보겠다고 하는 사람들은 거의 모두 사이비나 사기꾼 취급 받는거겠죠. 일관성 없는 덩어리가 곧 'mass' 아니겠습니까. 근데 그게 또 한 번 방향 정해 굴러가기 시작하면 산사태 나는 거죠.
라면 한끼 글 한끼 즐겁습니다!
항상 좋은글 감사 드려요!
저희집은 라면애호가들이 밀집되어있어 고기구워먹고서도 입가심은 라면으로 하는데 라면은 이제 김치에 버금가는 영혼의 음식이 되었네요.
@클레이 곽.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팜유로 튀긴 것 보다 동물성 지방의 풍미가 더 강하겠지요. 삼양라면은 그 특유의 소시지 맛을 없앤 뒤로 또 한 번 맛이 크게 달라져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기업의 세가 쪼그라들다가 몇 년 전 불닭볶음면으로 드라마틱하게 부활하지요. 불닭볶음면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K-라면의 대표주자로 알려지게 됐으니까요.
아이쿠. 이제 여러분들의 공통된 요청에 의해 빼도박도 못하게 '사카린밀수사건'에 대해 써야겠네요. 성원 감사합니다.
우지파동전의 라면과 후의 라면 맛이 다릅니다. 우지 파동전 삼양라면은 훨씬 맛이 있었던 기억이 있어요. 사카린밀수사건인가요?? 다음글 기대합니다.
오!! 꽤나 어릴 때 일이었지만 어렴풋이 기억나는 사건이네요.
한참이나 지나서 알게되었지만 단순히 먹거리에 대한 과민반응과 갑론을박 뿐 아니라 권력과 유착된 기업 간 대립이라는 부분도 흥미로웠습니다.
사카린 파동도 생각나네요.
그나저나 김기춘 씨가 농심 고문으로 옮겨간 이야기는 작가님 글을 통해 처음 알았습니다.
이런 논란 생각해보니까 많이 있었던 것 같아요. 대왕카스테라인가 그것도 왜인지 어떤 TV프로가 엄청 깠던 것으로 아는데 사실 별 문제 없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것 같네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음식에 굉장히 무섭게 반응하니까 별 문제가 없는 음식도 문제가 있는 음식처럼 시청률 따라 들추는 경향이 없지 않은 것 같아요.
@청자몽. 저도 진라면 좋아합니다. ㅎㅎ 꼭 우지파동이라는 변수가 아니라도 라면업계의 흥망성쇠도 흥미로운 지점이 많습니다. 그러고 보니 어제 밤에도 결국 못 참고 하나 끓였네요. 읽어주셔서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