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것 가지고 장난치지 마라 - 우지 라면 파동(1989)

강부원
강부원 인증된 계정 · 잡식성 인문학자
2023/02/22
「전국에 라면 쇼크-공업용 우지 사용 온 국민 개탄」, 『조선일보』, 1989년 11월 5일.

영욕의 대한면국(大韓麵國)
   
우리나라는 1인당 인스턴트 라면 소비량 세계 1위 국가이다. 온갖 면 요리 중에서도 라면이 가장 많이 사랑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값싸고 맛있기 때문이다. 배가 고플 때, 밥 말고 다른 게 간편히 먹고 싶을 때, 마땅히 먹을 게 떠오르지 않을 때, 라면은 언제나 정답이 돼줬다. 1963년 첫 등장 이후, 라면은 서민들의 대표적인 먹거리로 자리 잡았으며, 전 국민이 애호하는 식사 대용품이 됐다.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K-먹방 콘텐츠 중에서도 ‘라최몇’(라면 최고 몇 개까지 먹나)이 가장 인기가 높을 정도로 한국인과 라면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라면만큼 가격을 인상하기 어려운 품목도 드물다. 라면 값이야말로 서민들이 피부로 체감하는 물가 지표의 바로미터이기 때문에, 가격 인상에 대한 저항이 상대적으로 크다. 지금도 라면 값은 다른 먹거리에 비해 여전히 저렴한 편이다. “라면만 먹던 시절”이 어렵던 때를 회고하는 상투적인 표현이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어느 누군가에게 라면이 애증이 교차하는 음식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 우리에게는 그 사람의 과거 사정과 처지를 어림잡아 이해할 수 있는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한다. 
   
몇 해 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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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문과 오래된 잡지 읽기를 즐기며, 책과 영상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 인문학자입니다.학교와 광장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들과 시민들을 만나오고 있습니다. 머리와 몸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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