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신생 언론 한 곳이 이태원 희생자 명단을, 유가족 동의 절차 없이 공개했다. 이태원 참사 3주 차에는 이 이슈가 참사 관련 보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얼룩소는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10월 29일부터 매일, 주요 언론이 쓴 이태원 참사 관련 보도 전체를 수집해 분석하고 있다. 분석 대상 언론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TV조선, 채널A(이상은 보수매체로 분류했다), 한국일보, KBS, SBS, JTBC(이상은 중도매체로 분류했다), 한겨레, 경향신문, MBC(이상은 진보매체로 분류했다) 총 12개사다. 2. 시작은 해프닝에 가까웠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 문제가 기사 제목에 처음으로 등장한 건 참사 열흘째인 11월 7일이다. 이날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에서 문자메시지를 읽는 사진이 찍혔는데, 내용이 이랬다.
“참사 희생자의 전체 명단과 사진이 공개되는 것은 기본입니다... 유가족과 접촉을 하든 모든 수단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전체 희생자 명단, 사진, 프로필을 확보해서 당 차원의 발표와 함께 추모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메시지 발신자는 이재명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민주연구원 이연희 부원장이다.
민주당은 일단 브레이크를 잡았다. 메시지를 받은 문진석 의원은 “상상도 못 할 일이라고 답장했다”라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에서 말했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부적절한 의견으로서 그런 의견을 당내에서 논의할 상상 자체가 불가능하다”라고 했다.
상황은 곧 급격히 반전된다. 11월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표가 이런 말을 한다. “세상에 어떤 참사에서 이름도 얼굴도 없는 곳에 온 국민이 분향을 하고 애도를 합니까? 당연히 유족들이 반대하지 않는 한, 이름과 영정을 당연히 공개하고 진지한 애도가 있어야 됩니다. 숨기려고 하지 마십시오.”
명단 공개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첫출발이 이재명 대표 측근의 문자메시지였고, 이후 박찬대 최고위원 등 이재명 대표와 가까운 의원들도 비슷한 의견을 낸 바 있다. 문자 메시지 보도 이틀만인 9일, 이재명 대표가 명단 공개 문제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인식을 밝혔다. 이 문제가 이슈화된 계기는 이재명 대표 팀의 드라이브였다.
이태원 참사 보도 중, 제목에 ‘명단’이 들어간 기사 숫자는 11월 7일에 3건, 8일 16건, 9일 4건, 10일 5건, 11일 11건이다. 이후 이틀간은 제목에 ‘명단’이 들어가는 기사가 없다. 3. 11월 14일, 신생언론 민들레가 이태원 희생자 명단이라며 실명을 공개한다. 이 날 기사량이 37건으로 급증했다. 다음날인 15일에는 하루 87건이 쏟아진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15일자 보도 네 건 중 한 건이 명단 공개 문제였다. 참사 이후 내내 정국의 핵심을 벗어난 적이 없었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하루 최대 기사 건수는 69건이었다. 단기적 이슈 집중도만 보면 명단 공개 문제가 이상민 장관 문제보다도 높다.
민들레는 유가족 동의를 얻는 절차를 건너뛰었다. 이게 결정적인 문제가 됐다. 진보적 지식인, 인권단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정의당 등 넓게 보아 ‘민주당 우호 그룹’으로 인식되던 곳에서 비판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14일과 15일에 쏟아진 보도는 사실상 어떤 논란도 다루고 있지 않다. 보수언론은 전면적으로 때렸고, 진보언론은 주저하며 때렸다. 14~15일 이틀 동안 보도량을 보면, 진보언론은 18건(매체당 평균 6건), 중도언론은 32건(매체당 평균 8건), 보수언론은 72건(매체당 평균 14건)이었다.
명단 공개 문제를 정치의제로 띄운 사람은 이재명 대표다. 이 역풍도 고스란히 민주당과 이 대표가 맞고 있다. 민주당은 공식 논평으로 “명단 공개가 부적절하다”라는 말을 하지 못하고 있다. 개인 차원의 사과(이원욱 의원)나 비공식 코멘트(안호영 수석대변인)가 고작이다. 이렇게 해서 명단 공개 사건은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참사를 정치화’하려다 쓴 맛을 본 사건으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공정성을 확보하고 싶었다면 이름 공개를 원하는지 아닌지 그 물어보는 과정을 투명하게 보여주었다면 좋았을텐데...아무리 봐도 갈라치기를 위한 논쟁 유도로 밖에 안 보이네요. 덕분에 다른 이슈는 또 어둠속으로 묻히는 것 같고 사회는 늘 세상에 알려져야 하는 이슈가 많은데....
공정성을 확보하고 싶었다면 이름 공개를 원하는지 아닌지 그 물어보는 과정을 투명하게 보여주었다면 좋았을텐데...아무리 봐도 갈라치기를 위한 논쟁 유도로 밖에 안 보이네요. 덕분에 다른 이슈는 또 어둠속으로 묻히는 것 같고 사회는 늘 세상에 알려져야 하는 이슈가 많은데....
네 다른 표현으로 하자면, 명단공개의 문제는 피해자와 유가족을 객체화 했다는데 있는 거죠.
그들을 주체로서 참여시킨 정치화였다면 제대로 돌아갔을 겁니다.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것 자체가 매번 안타까워요 ㅠ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공적 논의의 장에 주체로서 존재하기를 원한다는 전제가 먼저 입증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에디터님께서는 최소한, 유가족들 중 극히 일부의 짧은 인터뷰 내용일지라도 본문에 함께 실어주셨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왜 참사는 정치와 연결되는것일까? 왜 연결될 수 밖에 없을까라는 물음은 갖고 있었지만 이유를 알 수 없었는데 이 글을 읽으니 어느정도 해소가 되는 기분이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유가족과 생존자에 관한 인터뷰를 BBC News 등 외신을 통해 본다는게.. 슬프지요. MBC 에서도 생존자 인터뷰를 보았습니다. 사건의 당사자와 유족들의 사무치는 슬픔, 그걸 바라보는 사람들의 아픔. 마음 아픈 일이 더는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공정성을 확보하고 싶었다면 이름 공개를 원하는지 아닌지 그 물어보는 과정을 투명하게 보여주었다면 좋았을텐데...아무리 봐도 갈라치기를 위한 논쟁 유도로 밖에 안 보이네요. 덕분에 다른 이슈는 또 어둠속으로 묻히는 것 같고 사회는 늘 세상에 알려져야 하는 이슈가 많은데....
얼룩소에서 한동안 안보이시더니 다시 글을 올려주시니까 좋네요. 이런 글들을 자주 봤으면 합니다.
게으름이라는 퍼즐조각이 들어가니 명료히 보이는군요.
생각해보면 희생자의 이름을 밝히는 것이 문제가 되는 분위기였던 것도 한몫하지 얺았나 싶네요..
공정성을 확보하고 싶었다면 이름 공개를 원하는지 아닌지 그 물어보는 과정을 투명하게 보여주었다면 좋았을텐데...아무리 봐도 갈라치기를 위한 논쟁 유도로 밖에 안 보이네요. 덕분에 다른 이슈는 또 어둠속으로 묻히는 것 같고 사회는 늘 세상에 알려져야 하는 이슈가 많은데....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공적 논의의 장에 주체로서 존재하기를 원한다는 전제가 먼저 입증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에디터님께서는 최소한, 유가족들 중 극히 일부의 짧은 인터뷰 내용일지라도 본문에 함께 실어주셨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게으름이라는 퍼즐조각이 들어가니 명료히 보이는군요.
생각해보면 희생자의 이름을 밝히는 것이 문제가 되는 분위기였던 것도 한몫하지 얺았나 싶네요..
네 다른 표현으로 하자면, 명단공개의 문제는 피해자와 유가족을 객체화 했다는데 있는 거죠.
그들을 주체로서 참여시킨 정치화였다면 제대로 돌아갔을 겁니다.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유가족과 생존자에 관한 인터뷰를 BBC News 등 외신을 통해 본다는게.. 슬프지요. MBC 에서도 생존자 인터뷰를 보았습니다. 사건의 당사자와 유족들의 사무치는 슬픔, 그걸 바라보는 사람들의 아픔. 마음 아픈 일이 더는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얼룩소에서 한동안 안보이시더니 다시 글을 올려주시니까 좋네요. 이런 글들을 자주 봤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