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학교폭력 이야기

홈은
홈은 · 15년차 집돌이
2022/09/08
둘째 아이는 또래보다 키가 10센티미터가량 작고 시력이 나쁘다. 평소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살았던 아이의 신체적 특징을 아주 크게 자각하게 되는 일이 있었다. 아이와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 중에 아이와 비슷한 체구에 선천적으로 시력이 좋지 못한 학생이 있었다. 같은 아파트 단지, 그것도 바로 옆 동에 붙어살아서 익숙하게 여기던 학생이었다. 

2학년 진급을 앞두고 아이의 친구 A에게 안 좋은 일이 생겼다. 같은 학년 학생들이 단체로 괴롭힌 것이다. 학생들 이야기를 들으니 시작은 유치원이었다고 했다. 그때는 장난이 좀 심하다 정도였던 학생들은 초등학교에 진급하며 놀리는 정도가 심해졌고 급기야 교사들 눈을 피해 운동장이나 계단 같은 곳에서 남학생들이 몰려다니며 A를 놀리고 괴롭혔단다. 그리고 1학년 말에는 발로 등이나 배를 차고 물건을 빼앗기 시작했다.

평소에도 둘째 아이가 고약한 남학생 세 명에 관해 이야기한 적이 있어서 그냥 적당히 거리를 두고 상대하지 말라고만 했는데 A가 그런 괴롭힘을 당했다니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심지어 괴롭힌 학생들 중 한 명의 엄마와는 독서 모임이나 그림 모임 등으로 만남을 지속하고 있는 입장이었기에 이 일을 아는 척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두고 고민하던 사이 문제가 발생했다.

괴롭힌 학생 B의 엄마와 같은 모임에 참여하고 있었는데 비공개 밴드를 통해 소통을 하는 모임이었다. 매일 그림을 그리고 그림을 밴드에 올려 공유하며 서로를 칭찬하고 멤버들의 그림을 감상하는 평범한 모임인데 어느 날 의미심장한 글이 올라왔다.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B의 결백을 주장하며 하소연하는 내용을 담은 글과 그림이었다. 그 밴드에서 같은 초등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엄마는 그녀와 나밖에 없었다. 서른 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은 이 사건에 대해 알지 못했고 그녀가 올린 내용만으로 위로를 전했다.

그때부터 나의 내적 갈등이 시작되었다. B의 엄마를 향한 위로와 격려의 문장은 B가 고통을 준 A가 안다면 다시 한번 상처를 받을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 댓글을 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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