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씻으니 쓸 수 있었다.

천세곡
천세곡 · 남들과는 다르게 누구보다 느리게
2023/05/18
Photo by Nicole Queiroz on Unsplash



샤워는 내가 공을 많이 들이는 것 중 하나다. 절대로 대충 하는 법이 없고 늘 진심을 다한다. 하루를 잘 마무리하기 위한 관문이자 의식이며, 나의 최선이다.
 
  가끔 샤워를 오래 할 때가 있다. 욕조에 몸을 담그는 것도 아니고, 말 그대로 샤워만 하는 것인데 평소보다 두 세배 더 시간을 들인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날씨가 무척 더운 하루였다. 그래 봤자 여름이 되고 싶은 봄일 뿐이지만, 한낮에는 땀방울도 제법 떨어졌다. 늦은 저녁 집에 돌아와 보니 온몸이 끈끈해져 있었다.
 
  끈적이면 끈적일수록 샤워할 때의 쾌감은 더 커진다. 마치 며칠 동안 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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