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얼굴 – 가수 현미의 명복을 빌며

김형민
김형민 인증된 계정 · 역사 이야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
2023/04/05
보고 싶은 얼굴 – 가수 현미의 명복을 빌며
.
냉면집 을밀대에서의 약속이 꽤 잦은 편입니다. 저도 냉면을 좋아하거니와 그곳에서 보자고 하면 반색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렇습니다. 제가 이 집과 인연을 맺은 건 지금으로부터 23년 전, 그러니까 김대중 대통령이 방북하던 그 해 4월이었습니다. 원래 전 해 촬영 섭외를 갔다가 퇴짜를 맞았는데 몇 달 뒤 을밀대 쪽에서 연락이 왔었습니다. 한 번 촬영에 응해 보겠다고 말이죠.  돌아가신 주인장 김인주 선생이 주방을 지키고  그 아드님이 새로이 을밀대를 물려받을 준비를 한창 진행 중일 무렵이었습니다.
.

한겨레신문
김인주 선생은 원단 대구 사투리를 썼지만 고향은 평안도였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른바 말 많고 고집 많은 ‘면스플레이너’들. 즉 냉면 가지고 미주알 고주알 정통이니 뭐니 따지는 할 일없는 냉면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을밀대 냉면이 일종의 ‘퓨전 냉면’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정통(?) 냉면에서 사뭇 벗어난 변칙 냉면이라는 뜻이죠. 그런 분들은 참 말이 많습니다. 냉면에 가위 대면 안된다. 냉면은 쇠젓가락으로 먹으면 안된다. 식초도 넣지 말고 그 순수한 맛을 즐겨야 한다...... 음식 프로그램 할 때에는 이리저리 주워들은 말이 많아지게 되죠. 
.
촬영 후 역시 단골이 돼 뻔질나게 그 집을 드나들던 어느 날 저는 김인주 선생에게 짖궂게 여쭈었습니다. “이차지차 해서 을밀대 냉면은 정통이 아니라는 얘기도 있던데요.” 그러자 김인주 선생은 우렁찬 목소리로 PD의 외람된(?) 질문을 반박해 왔습니다. 
.
“무슨 택도 없는 소리를 하노. 정통이 어데 있노. 입맛 따라 다른 기지. 평안도도 넓은데 어데 평안도 강서랑 신의주랑 냉면맛이 똑같다는 법이 어데 있노.” 하기사 그 말씀이 맞습니다. 후일 평양 옥류관에 간 남한 사람들 앞에서 옥류관 직원이 가위로 면발을 턱턱 잘라내는 걸 보고 유별난 ‘면스플레이너’들이 기겁을 하며 “가위로 자르면 안되잖아요.” 항의하자 직원은 이렇게 단칼에 끊어 ...
김형민
김형민 님이 만드는
차별화된 콘텐츠,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사학과는 나왔지만 역사 공부 깊이는 안한 하지만 역사 이야기 좋아하고 어줍잖은 글 쓰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입니다.
273
팔로워 3.5K
팔로잉 3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