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창과 표절의 가운데에 서서

루시아
루시아 · 전자책 <나를 살게 하는> 출간
2024/01/10
나는 식상한 글을 좋아하지 않는다.
앞집에 영숙이가, 옆집에 말자가, 뒷집에 숙희가, 숙희 남친 철수가, 철수 친구 덕구가 일기장에 대충 휘갈겨 내려간 듯한 판에 박힌 식상한 이야기들을 싫어한다. 어린이라면 이해한다. 태어나 세상을 얼마 겪지 않은 어린 친구들은 매 순간 만나는 그 모든 게 새로움일 테니 본인이 느낀 다소 일상적인 것들을 나열한데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경험이 무척 많은 어른들이 어린이가 쓴 일기처럼 심심한 글을 쓴다면 그 글은 식상하기 그지없을 것임은 자명하다.


여기저기서 서로를 베끼는 것이 보인다.
괜찮은 문구라 느꼈던 그것은 그 문구의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다른 장소에서도 꽤 자주 보인다. 놀라울 정도로 확산속도가 빠르다. 2022 카타르 월드컵 때 화르륵 조명을 받았던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도 당시 어딜 가나 접하게 되니 나중엔 지겹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역시 사람의 눈은 좋은 것을 볼 때는 거의 비슷해지는 것일까. 한 개그맨이 유행어를 만들어내고 금세 인기를 끌면 애, 어른 할 것 없이 모두 따라 하는 것처럼. 개그맨의 유행어는 "말뿐인 영광"이라는 이야기를 익히 들어왔다. 물론 "특허"라는 제도가 있긴 하지만 말의 특성상 문서화하기 어렵고 그저 말로 지나가는 것이라 여기는 일이 다반사이므로 "특허"라는 테두리로 가두어 놓고 내 것이라고 한정 짓기가 어려운 문제다.


그래서 그런지 조금이라도 인기가 있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면 그 유명세에 편승하고자 죽고 싶지만 떡볶이도 먹고 싶은 사람이 많아졌고 하마터면 열심히 뭘 할 뻔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리는 사람들도 자꾸만 늘어났다. 인기작가도 아닌 내가 아웃사이더 노래에서 따와 쓴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라는 제목이 신박하게 느껴졌는지 이 제목마저 똑같이 따라 하는 글도 생겼으니 유명 문구는 말하면 입이 아프다. (한데 이미 나온 가사를 패러디한 것이니 나 또한 온전한 창작을 한 것은 아니다.) 


글의 지루함은 물론 식상함을 끔찍이도 싫어해서 같은 문장을 쓰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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