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에모] 아름답지만 넌더리 나는,
2023/02/22
세 번째 숙소에 들어섰다. 싱가포르 시내 중심가에 위치해 있었던 두 개의 숙소와 달리 중심가를 좀 벗어난 곳. 저렴한 숙소를 찾다 발견한 곳이었고 가장 여러 밤을 보내야 하는 곳이다. 그런데 막상 체크인을 해보니 금액과 달리 그동안 머문 곳 중 가장 넓은 숙소였다. 싱가포르의 물가는 상상 이상인데, 그래서인지 숙소는 유독 크기가 작았다. 캐리어를 펼쳐두면 발을 디딜 곳이 없을 만큼 작은 방. 그런 곳에서 지내다 그래도 좀 더 여유가 있는 곳에 와있자니 오만 가지 생각에 사로 잡혔다.
세 번째 숙소 주변은 현지인들이 많이 사는 곳인데, 일단 물가부터 시내와 차이가 컸다. 아이들과 열대과일을 열심히 사먹는데 금액 차이가 거의 두 배 정도 난다. 거리의 청결함도, 건물의 낡은 정도도, 사람들의 차림새도 참 다르다. 지난 밤 귀가하던 길에 만난 택시기사는 싱가포르에 사는 게 너무 힘들다고 호소했다. 싱가포르가 참 좋다며 사는 건 어떻냐고 묻는 조카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모든 비용이 너무 높아서 살기가 팍팍하다고 했다. 관광객들이 주로 가는 곳은 너무 비싸서 현지인인 자신은 아이들이 있음에도 거의 가보지 못했다고도 덧붙였다.
대다수가 사나흘 정도 머물다 가는 곳을 두 배의 기간으로 잡은 건, 아이들과 낯선 곳에서 살아보는 느낌을 가져보기 위함이었다. 급하게 다니지 않고 천천히 이곳의 삶을 엿보고 싶었다. 여행은 내 바람과 다르게 흘러갔다. 혼자라면 대충 끼니를 때우고 굳이 비싼 입장료를 내야 하는 곳은 가지 않았겠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다보니 제대로 먹어야 하고 아이들이 원하는 곳은 비싸도 어느 정도는 가야 했다. 내가 원하는 여행과 조카가 바라는 여행, 어린 내 아이들이 하고자 하는 여행은 저마다 조금씩 달랐고, 그걸 모두 채우자니 발걸음은 바빠지고 지갑이 자꾸 열렸다.
간만에 해...
세 번째 숙소 주변은 현지인들이 많이 사는 곳인데, 일단 물가부터 시내와 차이가 컸다. 아이들과 열대과일을 열심히 사먹는데 금액 차이가 거의 두 배 정도 난다. 거리의 청결함도, 건물의 낡은 정도도, 사람들의 차림새도 참 다르다. 지난 밤 귀가하던 길에 만난 택시기사는 싱가포르에 사는 게 너무 힘들다고 호소했다. 싱가포르가 참 좋다며 사는 건 어떻냐고 묻는 조카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모든 비용이 너무 높아서 살기가 팍팍하다고 했다. 관광객들이 주로 가는 곳은 너무 비싸서 현지인인 자신은 아이들이 있음에도 거의 가보지 못했다고도 덧붙였다.
대다수가 사나흘 정도 머물다 가는 곳을 두 배의 기간으로 잡은 건, 아이들과 낯선 곳에서 살아보는 느낌을 가져보기 위함이었다. 급하게 다니지 않고 천천히 이곳의 삶을 엿보고 싶었다. 여행은 내 바람과 다르게 흘러갔다. 혼자라면 대충 끼니를 때우고 굳이 비싼 입장료를 내야 하는 곳은 가지 않았겠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다보니 제대로 먹어야 하고 아이들이 원하는 곳은 비싸도 어느 정도는 가야 했다. 내가 원하는 여행과 조카가 바라는 여행, 어린 내 아이들이 하고자 하는 여행은 저마다 조금씩 달랐고, 그걸 모두 채우자니 발걸음은 바빠지고 지갑이 자꾸 열렸다.
간만에 해...
@박현안
글을 다 읽고 잠시 먹먹했습니다.
돈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그 편의와 분노의 감정 때문에 뚜렷이 보기 힘듭니다. 뭐든지 금새 답을 내리고 싶어버리는 부족한 인내심에 뇌 속 불편한 어딘가 지점 즈음에서 곪고 있는 생각이 아닐까 싶습니다.현안님의 글은 매우 차분하고 뚜렷하게 이 생각을 탐험하게 도와줍니다. 편의라는 이기심, 분노라는 불편함이라는 샛길로 빠지지 않고, 돈이 그리는 도시의 풍경을 덤덤히 그리고 제대로 마주하는 기분이 듭니다.
그저 열심히 또는 좋은 사람으로 살면 돈을 벌어 한 평생을 살 수 있겠다는 생각. 이 생각이 뚫고 나가는 여러 병목 지점에서 마주한 사회의 민낯. 그저 추종할수도 그저 미워할 수도 없는 그런 애증의 감정을 자아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여행 중 숙소 이동, 택시아저씨와 아이들과의 대화와 같은 일상적인 소재로부터 시작해서 돈의 가장 불편한 부분, 그리고 본인의 역할까지 뻗어나가는 과정은 굳이 정답을 특정하지 않아도 방향성을 느끼기에 충분히 강력한 뼈대로 느껴졌습니다. 아무것도 모른채 무언가 안 것 같은 느낌이 이런걸까요. 참 좋았습니다.
@박현안
[합평]
싱가포르의 화려함 이면에 어두운 모습을 담담하게 적으면서 본인이 서울에서 제주로 이주한 이유와 오버랩되는 것을 느끼며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을 것 같아요. 사실 굳이 멀리 싱가폴까지 갈 것도 없죠. 제주시만 해도 노형오거리에 그랜드하얏트 제주가 있습니다.
공항에서 10분 거리에 위치, 최고의 전망을 자랑하며 1,600개의 객실과 각종 부대시설 및 즐길거리를 갖추고 있는 이 건물을 보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쌩뚱맞다' 였습니다.
아름다운 제주와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고 할까요.
서쪽에는 허허벌판에 영어교육도시도 있습니다. 외국인 선생님들에게 교육을 받으며 평일에는 기숙사 생활을 하고 주말에는 연고지로 떠나는 학생들이 많은 이 곳을 보며, 기러기 아빠가 아닌 '기러기 아이'들 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웬만한 가족의 생활비를 훌쩍 뛰어넘는 학비로 교육받는 이 아이들은 그만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요? 학교 주변에 농사로 생계를 이어가는 나이 많은 주민들은 아이들을 보면서 경제적으로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지는 않을런지.
여행을 워낙 좋아하는 여행빠(?) 이시지만, 자녀와 조카로 구성된 3명을 케어하며 다니는 것은 여행보다는 '노동'에 가깝지 않았을까요. 자꾸만 열리는 지갑에, 도시의 민낯을 마주하는 불편함에, 그와중에 얼에모 마감이라니..! 저였다면 한번 정도는 버럭했을 것 같습니다.
돈이 없어도 현재에 충실하며 자족할줄 아는 사는 삶을 산다고 하더라도, 내 자녀가 나와 동일한 태도를 갖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주어진 경제적인 여건에서 최선을 다해 즐겁게 살아가지만 아이들이 더 넓고 좋은 집에서 살지 못하는 이유로, 친구들이 다니는 학원을 다닐 수 없는 이유로, 친구들이 갖고 있는 장난감을 갖지 못한 이유로, 그 외에 하고 싶은 여러가지 경험들을 경제적인 이유로 하지 못하는 상황들에 대해서 부모를 원망한다면, 부모로써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요.
박현안님의 경우 글에서 느껴지는 풍경으로 봐서 아이들이 엄마를 닮아서 착하고 바르게만 자라갈 것 같지만, 저는 사실 많은 위기감을 느낍니다. 나부터가 늘 돈에 집착하고 가정의 경제를 걱정하는데, 아이들이 돈에 자유하고 넉넉한 마음을 갖기를 원하는 것 자체가 모순적인 태도는 아닌지.
고생 많으셨습니다.
[합평]
돈을 주제로 한 ‘여행’글을 읽고 왔는데, 현안님의 여행글이 색다르게 다가오네요. 사진속의 화려하고 강렬한 색감이 이미지로 떠올라서일까요. 혼자 가는 여행이 아닌 아이들과 조카와 함께이니 지갑을 열지 않을 수 없었겠습니다.
낯선 곳에서 천천히 다른 사람들의 삶을 엿보고 싶었던 바람은, 나 혼자가 아니니 일정계획부분을 수정하고 타협점을 찾았을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도 아이들은 배우고 경험했을 것 같습니다. 더 싼 호텔이 더 넓고 택시아저씨가 왜 흥분하면서 말했는지 궁금한 아이들에게 ‘돈’을 빼놓고 설명할 수는 없겠지요.
아이들이 보고 배운다는 말은 진리인 것 같습니다. 우리 엄마가 돈을 어떤 기준으로 바라보고 우리들에게 어떤 바람을 기대하는지 지금은 어렴풋하지만 성장하면서 현안님의 바람을 이해할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말입니다.
글에서 자분자분한 현안님의 목소리가 재생되는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
[합평]
관광객들이 몰리는 중심지와 현지인들이 사는 곳의 분위기가 참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 나라의 문화와 생활을 알고 싶다는 바람직(?)한 목적을 가지고 여행을 가지만 정작 현실은 보지 못하고 돌아오는 것이 대부분인 듯합니다. 저 또한 현지의 삶에 대한 호기심과 어두운 면은 외면하고 싶은 모순된 마음 사이에서 혼란을 겪기도 합니다.
천천히 낯선 곳의 삶을 엿보고 싶었던 현안님의 바람과는 달리 흘러가는 여행에 당황스러웠다는 부분에 많은 공감을 했습니다. 조카와 어린아이들과 함께라 그럴 수밖에 없었을 듯합니다. 국내여행도 아이들과 계획을 세우다 보면 제가 원하는 것과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 참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 차이를 평화롭게 극복하려면 결국 지갑이 열릴 수밖에 없더라고요. ;;;
<그저 나만 잘 살면 되는 게 아니라는 걸 가슴으로 아주 조금이라도 느끼기를 염치 없이 바랐다.>
아이들이 여행을 통해 현안님이 바라는 대로 현실을 바라보는 냉철하고 따뜻한 눈이 생기지 않을까 짐작해봅니다.
어두운 곳과 밝은 곳의 경계는 사실 어디에나 있는 것이니까요. ㅜㅜ
세 아이를 데리고 다니며 많이 힘드셨을 것 같은데 그럼에도 여행에서 어두운 현실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현안님의 건강한 가치관에 감탄을 했습니다.
술술 읽히지만 절대 가볍지 않고 진중한 글을 쓰시는 것이 늘 부럽습니다. ^_^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합평]
돈이라는 소재로 여행과 연결지었다는 점에서 홈은 님의 글과 유사한 점이 많네요. 의도하신 바는 아니겠지만, 나름 두 분의 평행이론설을 지지하는 입장에서 이번 글이 참 신기하게 다가오네요.
관리가 잘 되어 있어서 깨끗하다지만, 그만큼 물가가 비싼 싱가포르. 프로 여행러답게 급하게 관광지 중심으로 돌아다니는 일반적인 여행과 달리, 한 장소에 오래 머무는 형태의 여행을 다녀오셨군요. 자녀와 조카와 본인 모두에게 이번 여행은 만족스러우셨는지.
여행지에서조차 만나게 되는 빈부격차와 자본주의의 탈을 쓴 신분제도... 결국 어디를 가더라도 삶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은 걸지도요. 이번 여행이 어린 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교육이었길 바랍니다.
늘 사회의 명암을 찌르는 글, 다시금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합평]
화려하고 깨끗할 것만 같은 싱가포르도 역시 이면에는 힘들고 고단한 삶이 존재하는군요. 어딘들 안 그런 곳이 있겠습니까마는
화려함이 넘치는 곳일수록 상대적으로 그림자도 짙으리라 생각되네요. 덕분에 싱가포르의 민낯에 대해 헤아려 보게 되었습니다.
아직 어린애들인데 빈부 격차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 주셨는지 궁금합니다. 당연히 현안님이라면 눈높이에 맞춰 적절히 설명해 주셨으리라 생각되는군요. 참 어려운 주제인데 말이죠.
아직은 어리지만 성장해 가며 또 여행을 거듭하면서 여러 계층의 삶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하고 서로 엀히고 맞물려 흘러간다는 걸 이해하리라 생각합니다.
어떤 마음으로 돈과 동행해야 하는건지 커가면서 자연스레 가치관이 형성되고 돈과 격차.경쟁에 대해서도 건전하게 고민하는 어른으로 성장하리라 믿습니다.
언제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살구꽃 제가 넘 일찍 올렸죠;; 3/3일까지니 넘 부담 갖지 마셔요! 오랜만에 나간 여행이라 생각이 많았네요. 감사해요!
@연하일휘 에고 비루한 글을 몇 번 읽으셨다니 부끄럽고 감사해요. 여행할 때마다 행여나 겉만 보는 게 아닌가 하는 염려를 하곤 해요. 결국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여행인 것 같지만요. 읽어주셔서 넘 감사해요!
@똑순이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아이들이 아직 어린데 제가 욕심을 부리는 것 같아요. 제가 이제야 볼 수 있게 된 것들을 말이죠. 좋은 말씀 넘 감사합니다! 어제 제 댓글은 괘념치 마세요!!
@스테파노 싱가포르로 이주도 생각하신 적이 있군요. 저도 처음엔 화려함에 취해있었는데, 지내다보니 너무나 서울 같더라고요. 다들 참 바쁘고 힘겹게 살아가는 모습이 속상했네요. 늘 많이 배웁니다. 댓글 감사해요.
싱가포르는 외지인들에게 마리나베이-오차드-센토사의 10%만 보이는 곳이지요. 사실 북쪽의 서민 주거지역은 한국의 중산층 지역보다 조금 낮은 수준의 주거 환경을 가지고 있지요. 영주와 이민을 배타적으로 어렵게 만든 대신, 서방의 화이트 칼라 자본과 값산 블루 칼라 노동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위해 '입출국'의 유연함을 두었다고 하네요. 북쪽의 말레이시아 조흐바로 지역과 연결된 곳은 매일 아침 저녁으로 노동자들이 국경을 넘어 출퇴근하는 곳이고 간혹 외진 곤에는 인도나 방글라데시아, 파키스탄 출신의 불법체류 노동자들이 노숙하는 모습도 찾아 볼 수 있지요.
10%정도 되는 정통 화교들이 대부분의 부와 권력을 독점하는 곳인데, 이곳이 평화로워 보이는 이유가 아이러니하게 이광요 식의 통제 정치라니 여러 생각이 들지요. 한때 진지하게 이민을 검토하던 시기가 있었어요. 싱가포르에 한달에 두번 출장을 가게 되니 차라리 로케이션을 옮길까 하던....
제법 많이 둘러 보신 듯 하네요. 좋은 여행되셨나 봅니다.
덕분에 싱가포르 생각 좀 하는 날이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조카와 보고 피부로 느끼게 해 주는 여행 이셨네요.
돈은 있으면 있는데로 없으면 없는데로 살 수는 있지만 없으면 참 불편 한것이 돈 있듯 싶습니다.
앞으로도 세계 여러 곳을 아이들과 여행 다니시며 아이들의 견해를 넓혀 주시길 응원 합니다.
잔잔 하면서 묵직한 글 잘 읽었습니다.
글 쓰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어제 제 글로 현안님의 아픈부분을 건드린 것 같아서 정말 죄송합니다.
혹시 마음이 많이 아프지 않았는지 걱정도 되고요.
미리 준비해 놓은 글을 올리려고 보니 글 자 수가 너무 많아서 줄이고 줄여서 올렸습니다.
누워서 침 뱉는것 같아서 부끄럽기도 한 제 글로 인해 현아님께서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즐겁게 보내시길 멀리서나마 간절히 기원 합니다.
짧은 여행이라 할 지라도, 아이들이 직접 피부로 느낀 모든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가면서....조금씩 시야가 넓어지고 하나씩 세상을 배워가며 깨달아나가겠지요? 잔잔하게 여러번 읽으며, 현안님의 생각을 엿보고 갑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빅맥쎄트 이미 섬에 왔는데 섬이 그리워진다로 마치려니.. 빨리 올려야 할 것 같아서;; 푸시아님주의!!
@콩사탕나무 제 욕심이겠죠. 아이들이 그런 것들에 눈을 벌써 뜨기를 바라는 건. 이보다 더 ‘돈’과 관련한 글을 쓸 자신이 없어서, 써놓은 글을 퇴고해 얼에모로 슬쩍 올렸습니다. 푸시 아니니 천천히 올리셔요;;;(사실 홈은님은 이미 올리신;; 여행은 돈이었던 걸까요!!!??)
벌써 세 번째 주제의 글이 올라오나요? ㅜ
즐겁게 읽고 갑자기 알 수 없는 압박감이 듭니다. ㅎㅎ
여행으로 쓸 거리가 풍부해지신 듯합니다. ^^
화려한 불빛 아래 감춰진 도시의 민낯은 사실 어딜 가도 마주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ㅜ
여행 중 어른인 제 눈에는 보수도 없이 팁으로 생활하는 현지인 가이드(?)의 고달픈 삶과 일당으로 가족의 하루 먹을 양식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지만, 아이들의 눈에는 야자수와 따뜻한 바다, 열대과일의 아름다운 것들만이 보였던 것 같아요.
일상에 적응은 좀 되셨나요? ㅎㅎ
글 쓰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어요^^
@빅맥쎄트
그러니까요..................
전 어제밤까지 겨우 합평을 마쳤는데................
이래 빨리 올리뿌다니...
[합평]
화려하고 깨끗할 것만 같은 싱가포르도 역시 이면에는 힘들고 고단한 삶이 존재하는군요. 어딘들 안 그런 곳이 있겠습니까마는
화려함이 넘치는 곳일수록 상대적으로 그림자도 짙으리라 생각되네요. 덕분에 싱가포르의 민낯에 대해 헤아려 보게 되었습니다.
아직 어린애들인데 빈부 격차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 주셨는지 궁금합니다. 당연히 현안님이라면 눈높이에 맞춰 적절히 설명해 주셨으리라 생각되는군요. 참 어려운 주제인데 말이죠.
아직은 어리지만 성장해 가며 또 여행을 거듭하면서 여러 계층의 삶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하고 서로 엀히고 맞물려 흘러간다는 걸 이해하리라 생각합니다.
어떤 마음으로 돈과 동행해야 하는건지 커가면서 자연스레 가치관이 형성되고 돈과 격차.경쟁에 대해서도 건전하게 고민하는 어른으로 성장하리라 믿습니다.
언제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싱가포르는 외지인들에게 마리나베이-오차드-센토사의 10%만 보이는 곳이지요. 사실 북쪽의 서민 주거지역은 한국의 중산층 지역보다 조금 낮은 수준의 주거 환경을 가지고 있지요. 영주와 이민을 배타적으로 어렵게 만든 대신, 서방의 화이트 칼라 자본과 값산 블루 칼라 노동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위해 '입출국'의 유연함을 두었다고 하네요. 북쪽의 말레이시아 조흐바로 지역과 연결된 곳은 매일 아침 저녁으로 노동자들이 국경을 넘어 출퇴근하는 곳이고 간혹 외진 곤에는 인도나 방글라데시아, 파키스탄 출신의 불법체류 노동자들이 노숙하는 모습도 찾아 볼 수 있지요.
10%정도 되는 정통 화교들이 대부분의 부와 권력을 독점하는 곳인데, 이곳이 평화로워 보이는 이유가 아이러니하게 이광요 식의 통제 정치라니 여러 생각이 들지요. 한때 진지하게 이민을 검토하던 시기가 있었어요. 싱가포르에 한달에 두번 출장을 가게 되니 차라리 로케이션을 옮길까 하던....
제법 많이 둘러 보신 듯 하네요. 좋은 여행되셨나 봅니다.
덕분에 싱가포르 생각 좀 하는 날이 되었습니다.
어머나, 저는 오늘 밤 12시 전까지 합평을 써야 하는데
와~
으짜면 저는 콩사탕나무님을 졸졸 따라 댕기며
제 마음을 써주는 콩님에 글을 읽게 되는지 몰겠어요~ ^^;;
아이들의 질문과 그 질문에 답하는 현안님의
표정이 보일 듯 보일 듯 해요. (얼굴도 목소리도 모르지만)
화려함 이면의 민낯을 보는 불편함도
세상공부의 일부이겠지요.
생생한 글, 잘 읽고 갑니다.
@박현안
글을 다 읽고 잠시 먹먹했습니다.
돈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그 편의와 분노의 감정 때문에 뚜렷이 보기 힘듭니다. 뭐든지 금새 답을 내리고 싶어버리는 부족한 인내심에 뇌 속 불편한 어딘가 지점 즈음에서 곪고 있는 생각이 아닐까 싶습니다.현안님의 글은 매우 차분하고 뚜렷하게 이 생각을 탐험하게 도와줍니다. 편의라는 이기심, 분노라는 불편함이라는 샛길로 빠지지 않고, 돈이 그리는 도시의 풍경을 덤덤히 그리고 제대로 마주하는 기분이 듭니다.
그저 열심히 또는 좋은 사람으로 살면 돈을 벌어 한 평생을 살 수 있겠다는 생각. 이 생각이 뚫고 나가는 여러 병목 지점에서 마주한 사회의 민낯. 그저 추종할수도 그저 미워할 수도 없는 그런 애증의 감정을 자아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여행 중 숙소 이동, 택시아저씨와 아이들과의 대화와 같은 일상적인 소재로부터 시작해서 돈의 가장 불편한 부분, 그리고 본인의 역할까지 뻗어나가는 과정은 굳이 정답을 특정하지 않아도 방향성을 느끼기에 충분히 강력한 뼈대로 느껴졌습니다. 아무것도 모른채 무언가 안 것 같은 느낌이 이런걸까요. 참 좋았습니다.
@박현안
[합평]
싱가포르의 화려함 이면에 어두운 모습을 담담하게 적으면서 본인이 서울에서 제주로 이주한 이유와 오버랩되는 것을 느끼며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을 것 같아요. 사실 굳이 멀리 싱가폴까지 갈 것도 없죠. 제주시만 해도 노형오거리에 그랜드하얏트 제주가 있습니다.
공항에서 10분 거리에 위치, 최고의 전망을 자랑하며 1,600개의 객실과 각종 부대시설 및 즐길거리를 갖추고 있는 이 건물을 보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쌩뚱맞다' 였습니다.
아름다운 제주와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고 할까요.
서쪽에는 허허벌판에 영어교육도시도 있습니다. 외국인 선생님들에게 교육을 받으며 평일에는 기숙사 생활을 하고 주말에는 연고지로 떠나는 학생들이 많은 이 곳을 보며, 기러기 아빠가 아닌 '기러기 아이'들 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웬만한 가족의 생활비를 훌쩍 뛰어넘는 학비로 교육받는 이 아이들은 그만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요? 학교 주변에 농사로 생계를 이어가는 나이 많은 주민들은 아이들을 보면서 경제적으로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지는 않을런지.
여행을 워낙 좋아하는 여행빠(?) 이시지만, 자녀와 조카로 구성된 3명을 케어하며 다니는 것은 여행보다는 '노동'에 가깝지 않았을까요. 자꾸만 열리는 지갑에, 도시의 민낯을 마주하는 불편함에, 그와중에 얼에모 마감이라니..! 저였다면 한번 정도는 버럭했을 것 같습니다.
돈이 없어도 현재에 충실하며 자족할줄 아는 사는 삶을 산다고 하더라도, 내 자녀가 나와 동일한 태도를 갖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주어진 경제적인 여건에서 최선을 다해 즐겁게 살아가지만 아이들이 더 넓고 좋은 집에서 살지 못하는 이유로, 친구들이 다니는 학원을 다닐 수 없는 이유로, 친구들이 갖고 있는 장난감을 갖지 못한 이유로, 그 외에 하고 싶은 여러가지 경험들을 경제적인 이유로 하지 못하는 상황들에 대해서 부모를 원망한다면, 부모로써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요.
박현안님의 경우 글에서 느껴지는 풍경으로 봐서 아이들이 엄마를 닮아서 착하고 바르게만 자라갈 것 같지만, 저는 사실 많은 위기감을 느낍니다. 나부터가 늘 돈에 집착하고 가정의 경제를 걱정하는데, 아이들이 돈에 자유하고 넉넉한 마음을 갖기를 원하는 것 자체가 모순적인 태도는 아닌지.
고생 많으셨습니다.
[합평]
돈을 주제로 한 ‘여행’글을 읽고 왔는데, 현안님의 여행글이 색다르게 다가오네요. 사진속의 화려하고 강렬한 색감이 이미지로 떠올라서일까요. 혼자 가는 여행이 아닌 아이들과 조카와 함께이니 지갑을 열지 않을 수 없었겠습니다.
낯선 곳에서 천천히 다른 사람들의 삶을 엿보고 싶었던 바람은, 나 혼자가 아니니 일정계획부분을 수정하고 타협점을 찾았을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도 아이들은 배우고 경험했을 것 같습니다. 더 싼 호텔이 더 넓고 택시아저씨가 왜 흥분하면서 말했는지 궁금한 아이들에게 ‘돈’을 빼놓고 설명할 수는 없겠지요.
아이들이 보고 배운다는 말은 진리인 것 같습니다. 우리 엄마가 돈을 어떤 기준으로 바라보고 우리들에게 어떤 바람을 기대하는지 지금은 어렴풋하지만 성장하면서 현안님의 바람을 이해할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말입니다.
글에서 자분자분한 현안님의 목소리가 재생되는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
[합평]
관광객들이 몰리는 중심지와 현지인들이 사는 곳의 분위기가 참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 나라의 문화와 생활을 알고 싶다는 바람직(?)한 목적을 가지고 여행을 가지만 정작 현실은 보지 못하고 돌아오는 것이 대부분인 듯합니다. 저 또한 현지의 삶에 대한 호기심과 어두운 면은 외면하고 싶은 모순된 마음 사이에서 혼란을 겪기도 합니다.
천천히 낯선 곳의 삶을 엿보고 싶었던 현안님의 바람과는 달리 흘러가는 여행에 당황스러웠다는 부분에 많은 공감을 했습니다. 조카와 어린아이들과 함께라 그럴 수밖에 없었을 듯합니다. 국내여행도 아이들과 계획을 세우다 보면 제가 원하는 것과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 참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 차이를 평화롭게 극복하려면 결국 지갑이 열릴 수밖에 없더라고요. ;;;
<그저 나만 잘 살면 되는 게 아니라는 걸 가슴으로 아주 조금이라도 느끼기를 염치 없이 바랐다.>
아이들이 여행을 통해 현안님이 바라는 대로 현실을 바라보는 냉철하고 따뜻한 눈이 생기지 않을까 짐작해봅니다.
어두운 곳과 밝은 곳의 경계는 사실 어디에나 있는 것이니까요. ㅜㅜ
세 아이를 데리고 다니며 많이 힘드셨을 것 같은데 그럼에도 여행에서 어두운 현실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현안님의 건강한 가치관에 감탄을 했습니다.
술술 읽히지만 절대 가볍지 않고 진중한 글을 쓰시는 것이 늘 부럽습니다. ^_^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