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에모] 아름답지만 넌더리 나는,

박순우(박현안)
박순우(박현안) · 쓰는 사람
2023/02/22
  세 번째 숙소에 들어섰다. 싱가포르 시내 중심가에 위치해 있었던 두 개의 숙소와 달리 중심가를 좀 벗어난 곳. 저렴한 숙소를 찾다 발견한 곳이었고 가장 여러 밤을 보내야 하는 곳이다. 그런데 막상 체크인을 해보니 금액과 달리 그동안 머문 곳 중 가장 넓은 숙소였다. 싱가포르의 물가는 상상 이상인데, 그래서인지 숙소는 유독 크기가 작았다. 캐리어를 펼쳐두면 발을 디딜 곳이 없을 만큼 작은 방. 그런 곳에서 지내다 그래도 좀 더 여유가 있는 곳에 와있자니 오만 가지 생각에 사로 잡혔다.

  세 번째 숙소 주변은 현지인들이 많이 사는 곳인데, 일단 물가부터 시내와 차이가 컸다. 아이들과 열대과일을 열심히 사먹는데 금액 차이가 거의 두 배 정도 난다. 거리의 청결함도, 건물의 낡은 정도도, 사람들의 차림새도 참 다르다. 지난 밤 귀가하던 길에 만난 택시기사는 싱가포르에 사는 게 너무 힘들다고 호소했다. 싱가포르가 참 좋다며 사는 건 어떻냐고 묻는 조카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모든 비용이 너무 높아서 살기가 팍팍하다고 했다. 관광객들이 주로 가는 곳은 너무 비싸서 현지인인 자신은 아이들이 있음에도 거의 가보지 못했다고도 덧붙였다.

  대다수가 사나흘 정도 머물다 가는 곳을 두 배의 기간으로 잡은 건, 아이들과 낯선 곳에서 살아보는 느낌을 가져보기 위함이었다. 급하게 다니지 않고 천천히 이곳의 삶을 엿보고 싶었다. 여행은 내 바람과 다르게 흘러갔다. 혼자라면 대충 끼니를 때우고 굳이 비싼 입장료를 내야 하는 곳은 가지 않았겠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다보니 제대로 먹어야 하고 아이들이 원하는 곳은 비싸도 어느 정도는 가야 했다. 내가 원하는 여행과 조카가 바라는 여행, 어린 내 아이들이 하고자 하는 여행은 저마다 조금씩 달랐고, 그걸 모두 채우자니 발걸음은 바빠지고 지갑이 자꾸 열렸다.

  간만에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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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씁니다.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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