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중산층 전업주부로 살아간다는 것은
서울에 거주하는 다주택자
나는 때때로 기득권으로 불리지만 기득권으로의 삶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부류의 사람이다. 종부세를 낸다는 말만으로도 차별의 대상이 되며 조롱거리가 되기도 한다. 세금을 더 많이 내는 것이 분노의 화살을 맞아야 할 이유라는 것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어쨌거나 그런 나라에 살고 있다.
고학력자이며 전업주부인 나는 고학력 고연봉 배우자와 함께 아들과 딸을 돌보며 산다. 아파트를 포함한 여러 부동산을 갖고 있는 다주택자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내가 무슨 꽃을 좋아하고 어떤 봉사활동을 하는지 묻지 않는다. 어떤 삶을 살아왔고 좋아하는 책이 무엇인지도 궁금해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가진 부동산의 위치와 시세 그리고 관련 세금에는 과할 정도로 관심이 많다. 공동명의인지 단독명의로 소유하고 있는지도 매우 궁금해한다.
의아한 것은 부동산에는 관심이 많지만 우리 부부가 어떻게 자산을 형성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에는 큰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오로지 현재 가지고 있는 부동산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을 종종 받는다.
남편이 잘 벌어와서 놀고먹는 상팔자
‘왜 집에 있어요?’
거짓말 조금 보태서 한번도 저 질문을 건너뛴 해가 없었다. 일을 그만둔 이후로 만나는 사람마다 비슷한 종류의 질문을 했다. 살림을 좋아할 수도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모양이다. 내게 주어진 가장 큰 재능이 집안일이라는 것을 아무리 친절하게 말해줘도 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사회가 돌봄노동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측정하지 않으니 전업주부의 노동력은 재고의 대상도 되지 못한다. 그러니 나는 그저 결혼 잘해서 팔자 핀 한량이 될 수밖에. 배우자의 본가보다 나의 본가가 더 잘 살고 자산형성에 내가 큰 기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공은 남자인 배우자에게 돌아간다.
많은 사람들이 꿈을 이룰 수 있는 직업을 가져야한다고 이야기하는데 왜 그 꿈에 좋은 살림가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일까. 법인을 차리고 대단한 기업가가 되거나 자격증을 따야 일을 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내가 하는 일의 가치는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