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에모] 햇살의 향이 나기를
2023/02/01
오랜만에 옥상에 빨래를 널었다. 주택에 살면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순간 중 하나가 바로 옥상에 빨래를 너는 시간이다. 요즘은 집집마다 건조기가 많아 빨래를 너는 일이 수고롭게 느껴지지만, 건조기에 관심이 없는 나는 빨래를 외부에 널 수 있는 날이 되면 잔뜩 신이 난다. 아무 때나 밖에 널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햇살과 기온, 바람이 모두 적당한 날이라야 빨래를 밖에 널 수 있다. 잔뜩 쌓인 빨래를 세탁기에 넣으며 날씨를 가늠한다. 오늘은 널 수 있을까 없을까. 햇살이 조금 부족해도 바람이 적당하면 빨래는 제법 잘 마른다. 바람이 없이 햇살만 내리쬐는 날에도 빨래는 꽤 보송해진다. 온화한 햇살과 적당한 바람이 함께 있는 날이면, 널어둔 지 두 시간만 지나도 포근한 빨래를 품에 안을 수 있다. 그렇게 걷은 빨래에서는 햇살의 향이 난다. 바삭하고 달큼하고 보드라운 햇살의 냄새. 일부러 빨래를 개면서 코를 바짝 갖다 대고 강아지처럼 킁킁 댄다. 햇살의 냄새가 코를 지나 미세혈관을 타고 온몸에 퍼지면, 내 몸 구석구석에 햇살이 닿은 듯 안온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처음 내 이야기를 글로 옮길 때부터 공개적인 글을 썼다. 독자는 지인에 한정된 경우도 있었고 불특정 다수가 될 때도 있었다. 아무도 보지 않는 글이라는 생각이 들면 이상하게 글이 되지 않았다. 시작은 해도 끝을 내지 못했다. 글을 세상에 내놓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그저 쓰는 게 좋아서 글을 쓰고 세상에 내놓았다. 영화 <마더>에서 주인공 도준은 죽은 아이의 시신을 옥상 난간에 마치 빨래를 널듯 널어놓는다. 도준은 영화 말미에 이렇게 말한다. 아픈 아이가 여기 있다고 세상에 알리기 위해 그런 게 아니냐고. 본 지 오래돼 정확한 대사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 장면은 유독 오랫동안 뇌리에 남아있었다. 퇴근길에 홀로 본 영화인데, 내내 무서운데도 꼼짝없이 집중해서 보았던 기억이 선명하다. 나는 이따금 글을 세상에 내놓으면서 이 장면을 떠올린다. 아픈 나를 좀 봐달라고 세상에 손짓하...
합평
표현의 자유는 모두에게 있는 것이고, 그것이 말이든, 글이든, 그림이나 음악과 같은 다른 형태의 것이든 우리 모두는 어떤 방법을 통해서 우리의 생각을 표현합니다.가진 게 초라하더라도 누구나 쓸 수 있는 게 글이고, 글쓰기에 필요한 자격은 크게 필요 없을 수도 있답니다!
가진 게 많은 사람은 자신의 글에 더 조심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나의 글과 대통령이 쓰는 글의 무게는 다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내 글의 무게를 조금 더 가볍게 여기면, 쓰는 게 마냥 좋은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 더 쉬울 수도 있지 않을까요? 덕분에 순수한 쓰기의 즐거움을 발견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합평]
현안님의 ‘얼에모’ 글 한 편을 곱씹으며 읽었어요. ‘쓰는 사람’의 글은 쓰지 않다가 불쑥 쏟아내는 내 글과는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생각만 하면서 시간을 허비하고 다시 후회하며 써지지 않은 글을 붙잡고 있는 허약한 내 글의 근육을 점검했지요.
얼에모를 하기 전엔 몰랐던, 최소한 얼에모의 구성된 분들은 내 글을 읽을 것이기에 내 놓은 내 글이 내게도 보였습니다. 어떤 내용에선 지금도 미열이 감지되었지만 이렇게 드러내고 나니 얹힌 것들이 점점 삭혀지는 것도 같았습니다.
현안님은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고 지금 그래서 매일 글을 실제로 쓰기에 보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설득이 됩니다. 읽고 나면 군더더기 없는 ‘알짬’만 있는 느낌이 들어요. ‘구체적인 계획이나 그림은 없었’지만 ‘첫 직장을 그만 두기로 결심하며 떠오른 생각’에 글쓰기가 있었다는 건, 현안님에겐 어쩜 운명 같은 게 아니었을까싶습니다. 이미 글에는 햇살의 향기와 온기가 스몄습니다.
이게 합평의 평이 될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모처럼 공부하는 자세가 되는 것 같습니다. 열에모를 구성하고 관련 글을 써주시는 정성과 성의에 고마움을 느낍니다.
[합평]
얼룩소에 들어온지 얼마 안되어, 900여개 되는 글중 아마 10개 조금 넘게 읽어보지 않았을까 싶지만, 현안님의 글들에서 “바삭하고 달큼하고 보드라운 햇살의 냄새”를 맡아본것 같은 것은 제 착각일까요. 쓰는 사람이라는 자기 소개를 하려면 어떻게 써야 할까가 궁금했는데, 16개월동안 매일 글을 쓰셨다는 부분에서 글쓰기에 대한 태도와 사랑, 즐거움이 그려집니다. 저는 글을 쓰고 싶어 글을 쓴다기 보다, 글감이 일상에서 생겨야 글이 시작되는 사람이기에, 현안님이나 다른 얼에모 참여자분들이, 매일 쓰려고 앉으면 글감이 생겨났다는 이야기를 보면, 어느 경지에 이르르면 그렇게되는것인지, 아니면 그냥 사람마다 다른 형태인것인지도 궁금해졌습니다. 긴 이야기가 아니지만, 빨래이야기로 시작하여, 큰 연관점 없이 글 이야기로 넘어갔는데도 어? 왜 주제가 바뀌었지 하는 느낌이 안든 것은 현안님의 편안한 문체 때문일까요. 빨래에 대해 잠시 잊고 읽어 내려가다가, 마지막에 나온 햇살의 냄새에 다시 아, 이 글의 제목이 였지 라고 돌아왔습니다.
육아삼쩜영으로 연이되어, 글쓰기 초심자가 얼에모까지 얼레벌레 참가하게 되었는데, 새로운 글쓰기가 생소하면서도 어렵고, 즐거워 이런 판을 만들어주신 현안님께 감사하고 있어요.
p.s. 현안님의 연재 연애소설…읽어보고싶네요. 귀..여니? 혀나니? [죄송해요. 선넘었네요]
[합평]
공개적인 글이 아니면 쓸 수가 없다고 하셨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런 반듯한 형태의 글쓰기가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글이 곧 자신이기 때문에 친밀하고 몰입이 되며, 글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커서 골수팬들이 두텁게 형성될 가능성이 높은 것 같아요. 한 편으로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남으로 인해, 몰입해서 읽다보면 독자들 또한 절망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좋고 밝은 글만 쓸 수는 없으니,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한번 씩 예상치 못한 우울감에 빠지기도 합니다. (뭐 어쩌란 말인지..!)
문득 글을 쓰고 싶어 16개월의 기간동안 매일 글을 쓰는 모습을 보며 이쯤되면 글을 써서 행복한건지 행복해서 글을 쓰는 것인지 분간이 잘 되질 않습니다. 공개적인 900편 가까이 되는 글을 읽어온 바로는, 박현안님의 삶이 결코 평탄하지만은 않은 삶이었음을 알 수 있어요. 부모, 직장, 직업, 경제적인 환경, 그리고 아직도 완전히 파악되지 않은 건강 문제까지.
개인적으로는 박현안님의 글을 쓰는 동력은 이러한 결핍으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괜찮다고, 나는 행복하다고 하지만 실제의 삶은 그렇지 않아보이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을 글을 통해서 봅니다. 그래서 매일 글을 쓰는 과정들이 고되고 외로운 삶을 살면서 길을 잃지 않게 도와주는 나침반과 같다고 생각해요. 기쁘고 평안할 때는 좋은 글을, 힘들고 마음이 괴로울 때에는 아픔을 떨쳐버리는 글을 통해 지금처럼 곧게 걸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이상 합평이 뭔지 모르는 사람의 간단한 느낌이었습니다 ※
[합평]
언젠가 현안님 글을 읽으면 글을 쓰고 싶어진다는 댓글을 남긴 적이 있습니다. 이번 글도 그랬습니다. 참 좋군요.
현안님의 글은 푸가를 연상케 합니다. 첫 소재가 시작 된 후, 두 번째 소재가 뒤이어 시작됩니다. 두 이야기들은 독립적으로 그러나 비슷한 궤를 그리며 따로따로 그리고 함께 전체의 풍경을 그려냅니다. 여러 소재들이 오르락 내리락, 오르락 내리락 하며 글 만으로는 표현하기 힘든 감정과 생각을 글의 능선으로 그려냅니다. 어쩌면, 현안님의 글을 읽고나면 글을 쓰고 싶어지는 이유가, 그 뒷 가락을 잡고 이야기를 잇고 싶은 푸가의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 아니었을런지 생각해 보게 되네요.
또, 적합한 단어 선택이 글의 이미지를 잡아주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안온함'이라니. 어디선가 들어본 듯 처음 들어본 단어가 글 전체의 맥락을 잡아줍니다. 중후반 잠시 안온함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가 진행될 때에도 뇌리에 박힌 '안온함'이라는 단어가 등대가 되어준 느낌이었어요. 언젠가 꼭 적합한 상황에 '안온하다'라는 말을 써서 그 기분을 온전히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쥐어 짜낸 비판은 안 한 비판만 못할 때가 많은데요. 그럼에도 모든 합평에 비판을 의도적으로 달고 있는데, 어떤 '가능성'을 나열해 보기 위함에 있습니다. 현안님의 글에 대한 비판은 특히 쥐어짜낸 면이 강하기에 유해할 수 있음을 미리 말씀 드립니다..!
푸가형식의 장점은 익숙한 새로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롭게 시작하지만, 맥락이 분산되지는 않기에 꾸준한 변주를 받아들이고 즐기기 쉬운 형식입니다. 다만 이 장점이 때로는 단점이 되기도 합니다. '하이라이트'가 없다는 것이데요.
물론, 하이라이트가 꼭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현안님의 글에 하이라이트가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한 문단 내에서도 인상을 남기는 비유(마더, 다급하게 젖을 찾는 갓난아기)들이 꾸준히 상상을 자극했고, 마지막 문단에서 햇살의 냄새라는 키워드로 이야기들이 정렬되었을 때 독립된 맥락들이 하나의 글로 이어지는 그런 감동을 받았습니다.
다만, 내용면을 떠나 설명의 측면에서 보면 조금 자상한 느낌이랄까요. 너무 일정한(완벽한) 문단의 호흡이라던가, 잘 짜여진 구조가 자칫 심심해지는 요인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몇 번을 반복해서 읽고나서 쥐어짜낸 이야기니, 적절한 비판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ㅎㅎ 직선적인 강렬함이라던가, 꽤 빗나간 의외성이라던가, 의도적 불친절함 같은 요소들로 변주를 추가해 본다면 어떤 느낌의 글을 만나볼 수 있을까, 그런 호기심을 비판이라는 이름으로 남겨봅니다..!
@박현안
[합평]
빨래에 대한 이야기로 서문을 열었네요. 햇살이 담긴 빨래는 과연 [글]을 소재로 쓰는 에세이와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인지 기대하면서 다음 문단을 읽게 되었어요. 빨래 널듯 아픈 나 자신의 이야기를 널어놓고, 햇살에 맡기고 싶은 마음을 담았더군요. 밖에 빨래를 내어놓듯, 나의 글 역시 바깥에 내어놓는다는 개념이라니. 절묘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리광을 부리지 못했던 지난 날의 박현안은 성장하여 글을 통해서 어리광을 부린다는 얘기에서 많이 공감되었습니다. 저도 상대적으로 덜 어리광을 부렸던 것 같은데, 어렸을 때 못했던 어리광을 나이 먹어서 부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역시 모든 일에는 제때가 있는 법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훅 지나갔습니다.
후회는 선택을 어려워하는 사람에게 참 좋은 기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덜컥 찾아온 후회할 것 같은 기분은 선택을 앞당겨주니까요. 어쨌든 그 때의 고민이 있었으니, 글 쓰는 지금의 박현안을 만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햇살의 냄새가 나는 현안 님의 글을 좋아하는 제겐 너무나 감사한 일입지요.
첫 합평글을 쓰고 나니, 이렇게 쓰면 되는 것인가 갸웃해지는데요. 일단 처음이라는 까방권을 이렇게 써보고나서 생각해보렵니다. 차차 나아지는 합평을 쓸 수 있길 기대하며.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ㅎ
[합평]
얼룩소의 안방마님 박현안님.
어때요. 제가 지은 별명. 맘에 드세요?
처음 얼룩소에서 현안님의 글을 봤을 때, 왜 이렇게 잘 써? 이런 사람이 얼룩소에 있다고?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가갈 수 없는 사람이라 생각했지요.
어쩌다 답글 한 두개 조심스레 달고...
여행기에 푹 빠졌을 즈음 갑자기 사라져 버리셨지요
아직 그 여행기 다 안 끝난 걸로 알고 있는데...
빨래 냄새 그만 맡으시고 여행기 마저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얼에모] 를 추진해 주신 박현안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동보라미 문득 요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어리광을 글에 부리는 게 아닐까.. 누구에게나 한 명쯤은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는데 저는 그런 사람이 없어서 글을 쓰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 동보라미님도 애어른이셨군요. ㅜㅜ 글 읽으며 짐작은 했지요.
@빅맥쎄트 합평 기다리겠습니다. 넘 부담 갖지 마시고 마구 까(?)주세요! ㅋㅋ
@홈은 앗!!! 요즘은 노트북으로 더 많이 씁니다 ㅋㅋㅋ 사실은 워드였..;; ㅋㅋ 해가 사라지는(?) 날까지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강부원 앗!! 얼에모는 경연 아닙니다!! ㅋㅋ 말씀은 감사해요 ㅋㅋ 근데 전 선생님 아니고 그냥 주최자일뿐;; 저도 첨삭이 필요해요;; 그나저나 복지리 상당히 당기네요…
아니 합평 강부원 쓰애임 이러시기에요???? 얼에모 박쓰애임이랑 학생이랑 비교하시는거에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복지리는 금수복국... 부산 가고 싶네요...
"오랫만에 옥상에 빨래를 널었다." 첫문장에서 1등 확정!! 대학가요제 무한궤도 "빠바라바라빰빰 빰빰빠바라밤" 전주곡과 맞먹는 급의 문장. 군더더기 없이 말끔하게 치고 나갔네요. 홈은. 좀 보고 배우시라우!! ㅎㅎㅎㅎ 얼에모 잘 보고 있습니다. 해장으로 라면만 먹다 복지리 먹는 기분으로다가.
현안님, 글을 쓰면서 어리광을 부린다는 것 참 좋네요.^^
저도 어릴 때 어리광을 부리지 않았고, 형제도 많고 가난한 형편에 편찮으신 아버지를 대신하여 힘들게 일하시는 어머니를 보며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린 애어른 같았습니다. 뭔가 투정부리고 어리광을 부리고도 싶었지만 그러면 안 될 것 같았어요. 글을 통해 하소연도 하고 투정도 어리광도 부리는 것 정말 좋습니다. *^^*
"오랫만에 옥상에 빨래를 널었다." 첫문장에서 1등 확정!! 대학가요제 무한궤도 "빠바라바라빰빰 빰빰빠바라밤" 전주곡과 맞먹는 급의 문장. 군더더기 없이 말끔하게 치고 나갔네요. 홈은. 좀 보고 배우시라우!! ㅎㅎㅎㅎ 얼에모 잘 보고 있습니다. 해장으로 라면만 먹다 복지리 먹는 기분으로다가.
매일의 따스한 햇살에 생기를 얻고 마음이 맑아질 수 있기를.
고민해서 합평은 따로 남겨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합평 강부원 쓰애임 이러시기에요???? 얼에모 박쓰애임이랑 학생이랑 비교하시는거에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복지리는 금수복국... 부산 가고 싶네요...
첫 글을 쓰는 마음으로 스마트폰을 켜는 것 아닙니까!!! (예리 ㅋㅋㅋ)
좋아하고 계속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이 삶의 원동력이 되니까요. 해가 계속 붉다면 글도 계속 쓰는걸로!!!
@박현안
[합평]
빨래에 대한 이야기로 서문을 열었네요. 햇살이 담긴 빨래는 과연 [글]을 소재로 쓰는 에세이와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인지 기대하면서 다음 문단을 읽게 되었어요. 빨래 널듯 아픈 나 자신의 이야기를 널어놓고, 햇살에 맡기고 싶은 마음을 담았더군요. 밖에 빨래를 내어놓듯, 나의 글 역시 바깥에 내어놓는다는 개념이라니. 절묘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리광을 부리지 못했던 지난 날의 박현안은 성장하여 글을 통해서 어리광을 부린다는 얘기에서 많이 공감되었습니다. 저도 상대적으로 덜 어리광을 부렸던 것 같은데, 어렸을 때 못했던 어리광을 나이 먹어서 부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역시 모든 일에는 제때가 있는 법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훅 지나갔습니다.
후회는 선택을 어려워하는 사람에게 참 좋은 기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덜컥 찾아온 후회할 것 같은 기분은 선택을 앞당겨주니까요. 어쨌든 그 때의 고민이 있었으니, 글 쓰는 지금의 박현안을 만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햇살의 냄새가 나는 현안 님의 글을 좋아하는 제겐 너무나 감사한 일입지요.
첫 합평글을 쓰고 나니, 이렇게 쓰면 되는 것인가 갸웃해지는데요. 일단 처음이라는 까방권을 이렇게 써보고나서 생각해보렵니다. 차차 나아지는 합평을 쓸 수 있길 기대하며.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ㅎ
[합평]
얼룩소의 안방마님 박현안님.
어때요. 제가 지은 별명. 맘에 드세요?
처음 얼룩소에서 현안님의 글을 봤을 때, 왜 이렇게 잘 써? 이런 사람이 얼룩소에 있다고?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가갈 수 없는 사람이라 생각했지요.
어쩌다 답글 한 두개 조심스레 달고...
여행기에 푹 빠졌을 즈음 갑자기 사라져 버리셨지요
아직 그 여행기 다 안 끝난 걸로 알고 있는데...
빨래 냄새 그만 맡으시고 여행기 마저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얼에모] 를 추진해 주신 박현안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동보라미 문득 요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어리광을 글에 부리는 게 아닐까.. 누구에게나 한 명쯤은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는데 저는 그런 사람이 없어서 글을 쓰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 동보라미님도 애어른이셨군요. ㅜㅜ 글 읽으며 짐작은 했지요.
@빅맥쎄트 합평 기다리겠습니다. 넘 부담 갖지 마시고 마구 까(?)주세요! ㅋㅋ
@홈은 앗!!! 요즘은 노트북으로 더 많이 씁니다 ㅋㅋㅋ 사실은 워드였..;; ㅋㅋ 해가 사라지는(?) 날까지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강부원 앗!! 얼에모는 경연 아닙니다!! ㅋㅋ 말씀은 감사해요 ㅋㅋ 근데 전 선생님 아니고 그냥 주최자일뿐;; 저도 첨삭이 필요해요;; 그나저나 복지리 상당히 당기네요…
[합평]
언젠가 현안님 글을 읽으면 글을 쓰고 싶어진다는 댓글을 남긴 적이 있습니다. 이번 글도 그랬습니다. 참 좋군요.
현안님의 글은 푸가를 연상케 합니다. 첫 소재가 시작 된 후, 두 번째 소재가 뒤이어 시작됩니다. 두 이야기들은 독립적으로 그러나 비슷한 궤를 그리며 따로따로 그리고 함께 전체의 풍경을 그려냅니다. 여러 소재들이 오르락 내리락, 오르락 내리락 하며 글 만으로는 표현하기 힘든 감정과 생각을 글의 능선으로 그려냅니다. 어쩌면, 현안님의 글을 읽고나면 글을 쓰고 싶어지는 이유가, 그 뒷 가락을 잡고 이야기를 잇고 싶은 푸가의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 아니었을런지 생각해 보게 되네요.
또, 적합한 단어 선택이 글의 이미지를 잡아주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안온함'이라니. 어디선가 들어본 듯 처음 들어본 단어가 글 전체의 맥락을 잡아줍니다. 중후반 잠시 안온함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가 진행될 때에도 뇌리에 박힌 '안온함'이라는 단어가 등대가 되어준 느낌이었어요. 언젠가 꼭 적합한 상황에 '안온하다'라는 말을 써서 그 기분을 온전히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쥐어 짜낸 비판은 안 한 비판만 못할 때가 많은데요. 그럼에도 모든 합평에 비판을 의도적으로 달고 있는데, 어떤 '가능성'을 나열해 보기 위함에 있습니다. 현안님의 글에 대한 비판은 특히 쥐어짜낸 면이 강하기에 유해할 수 있음을 미리 말씀 드립니다..!
푸가형식의 장점은 익숙한 새로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롭게 시작하지만, 맥락이 분산되지는 않기에 꾸준한 변주를 받아들이고 즐기기 쉬운 형식입니다. 다만 이 장점이 때로는 단점이 되기도 합니다. '하이라이트'가 없다는 것이데요.
물론, 하이라이트가 꼭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현안님의 글에 하이라이트가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한 문단 내에서도 인상을 남기는 비유(마더, 다급하게 젖을 찾는 갓난아기)들이 꾸준히 상상을 자극했고, 마지막 문단에서 햇살의 냄새라는 키워드로 이야기들이 정렬되었을 때 독립된 맥락들이 하나의 글로 이어지는 그런 감동을 받았습니다.
다만, 내용면을 떠나 설명의 측면에서 보면 조금 자상한 느낌이랄까요. 너무 일정한(완벽한) 문단의 호흡이라던가, 잘 짜여진 구조가 자칫 심심해지는 요인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몇 번을 반복해서 읽고나서 쥐어짜낸 이야기니, 적절한 비판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ㅎㅎ 직선적인 강렬함이라던가, 꽤 빗나간 의외성이라던가, 의도적 불친절함 같은 요소들로 변주를 추가해 본다면 어떤 느낌의 글을 만나볼 수 있을까, 그런 호기심을 비판이라는 이름으로 남겨봅니다..!
합평
표현의 자유는 모두에게 있는 것이고, 그것이 말이든, 글이든, 그림이나 음악과 같은 다른 형태의 것이든 우리 모두는 어떤 방법을 통해서 우리의 생각을 표현합니다.가진 게 초라하더라도 누구나 쓸 수 있는 게 글이고, 글쓰기에 필요한 자격은 크게 필요 없을 수도 있답니다!
가진 게 많은 사람은 자신의 글에 더 조심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나의 글과 대통령이 쓰는 글의 무게는 다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내 글의 무게를 조금 더 가볍게 여기면, 쓰는 게 마냥 좋은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 더 쉬울 수도 있지 않을까요? 덕분에 순수한 쓰기의 즐거움을 발견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