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고점과 칭기즈칸

이상희
이상희 · 인류의 진화
2024/01/27
미시간에서 유학하던 때다. 아파서 병원에 갔다. 대기실에서 기다리다가 진료실로 안내받아 들어갔다. 가운을 걸치고 진료대 위에 앉아 하염없이 의사를 기다렸다. 드디어 의사가 들어와서 진찰을 시작했다. 머뭇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경험이 많지 않았던 의사였던 모양이다. 조심스럽게 내게 묻는다.

 “어떻게 해서 몸에 이런 멍이 들게 되었나요?"  

몽고점을 보고 하는 질문이라고 이해된 것은 몇 초 후, 의사가 가정 폭력을 의심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고 상황을 파악한 것도 몇 초가 지난 다음이었다.
 
나는 “남자 친구가 딱 한 번 실수했어요.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했어요."라고 농담을 하려다가, 의사의 진지한 얼굴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태연하게 설명했다.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점이에요." 
 
의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속마음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하나는 분명했다. 그는 몽고점을 몰랐다. 몽고점은 갓 태어난 아기의 등과 엉덩이 부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푸른색 반점이다. 몽고점은 태아 발생기에 멜라닌 색소가 진피층에 머물게 되면서 생긴 푸른 멍인데 유아, 아동기를 거치면서 점점 없어지다가 나중에는 대부분 완전히 없어진다. 물론 어른이 되어서까지 남아있는 경우도 있지만. 
 
아시아인이 많지 않은 미국의 중서부 미시간에서는 의사가 정색하고 물어볼 만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아시아인이 많은 캘리포니아에서는 심드렁하게 지나칠 것이다. 몽고점은 아시아인에게서 많이 보이지만 아시아인에게서만 보이는 특징은 아니다. 미대륙의 선주민인 어메리컨 인디언, 아프리칸 어메리컨 중에서도 나타난다. 그러니 피부색이 어느 정도 있는 집단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즉,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발견되는 현상이지 특정 집단에서만 보이는 현상은 아니다. 오히려 몽고점이 거의 발견되지 않는 북서 유럽 집단이 특이한 것이다. 

한국인이라면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신생아의 97%가 몽고점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한국에서는 삼신할미의 설화로 설명한다. 태어나려고 안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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