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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40살에 대학을 갔다.


엄마가 40살에 대학을 갔다. 모두가 휘둥그레 눈을 뜨며 놀랐다. "아니, 왜 갑자기 대학을 가? "
엄마의 결심은 단호했다. 7남매 중 셋째로 태어난 엄마는 고등학교도 검정고시로 통과한 뒤 빠르게 공장에 취업해 돈을 벌어야만 했다. 그래야 동생들이 살 수 있었으니까. 20대는 동생들 뒷바라지를, 결혼을 해서는 자식들과 남편 뒷바라지를 했던 엄마가 처음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보겠다는 결심을 한 것이다.

"나 대학 안 보내주면, 이혼 할거야."
그렇게 엄마는 차를 타고 1시간은 운전해야하는 곳으로 대학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엄마 인생에 있어서 최고로 잘 한 선택 중 하나가 됐다. 엄마는 대학을 다니며 생기와 자아를 되찾기 시작했다. 살면서 처음으로 교수라는 사람을 만나며, 배움을 위해 모여있는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람들은 각자 다양한 꿈을 가지고 있었다. 쌍둥이 아들이 장애인이라 좀 더 잘 교육하고 싶은 마음으로 대학을 온 한 어머니, 성적을 맞춰 오게된 20살짜리 여자아이, 아이들 대학 보내고 난 뒤 할 게 없어 뭐라도 해야하는 마음에 대학이라도 오게된 주부까지. 평생 식당일을 하며 친구라고는 없었던 엄마에게 점점 친구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생산적인 미래를 꿈꾸는 친구들. 그리고 엄마에게 희망을 불어넣어주는 교수님들. 그렇게 엄마는 최우수 졸업생으로 플랜카드가 걸린 채로 대학 생활을 마무리했다. 운 좋게 공기업 면접에 붙은 후로는 엄마 인생의 다시 새로운 인생의 막이 올랐다.평생 공장일과 식당일을 전전했던 엄마. 그런 엄마가 이제는 양복을 입고 직장을 다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뭉클해졌다. 마찬가지로 대학 생활 후 확연히 바뀐 엄마의 삶을 실시간으로 본 이모들과 동네 주부들, 그리고 아빠까지도 너도 나도 대학을 등록해 틈을 내서 대학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들은 중년의 나이에 엠티를 갔고 피피티를 만들었으며 팀플을 했다. 그렇게 그들은 매일 매일이 불안했던 돈벌이에서 벗어나  그 전보다는 안정된 직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배움은 그렇게 사람을 다른 환경으로 가져다 놓는다.

대학 졸업장이 의미가 있는가? 그렇다. 내가 그것을 본 증인이기 때문이다. 당장 대학 졸업장만 있다고 해도 지원할 수 있는 회사의 폭이 달라진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대학이란 '성실함의 척도, 배움의 척도'를 의미한다. 설사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도 말이다. 이런 환경을 보고 자라온 나는 '반드시 대학을 가야만 한다'는 생각을 했다. 대학을 다님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이 단순히 취업 뿐만 아니라 사람을 사귈 수 있는 인프라가 다르고, 사유할 수 있는 사고의 폭도 남달라진다는 것을 몸소 보았기 때문이다. 평소에 불같았던 아빠가 대학을 졸업한 뒤 다시 사회에 속하며 온순해지는 것을 , 그리고 엄마가 대학원 진학을 하고 점점 더 큰 꿈을 꾸게 되는 모습을 나의 두 눈으로 보았다.

당장 먹고 사는 문제에서 벗어나 더 폭넓은 사유를 할 기회가 정당화 되는 시간. 바로 그러한 시간은 분명 의미있을 뿐더러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를 키워주는 시간이다. 인간은 돈을 버는 기계가 아니다. 사유하는 동물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유를 확장 시켜주는 것이 바로 대학이다. 대학을 진학해야하는가? 그렇다. 우리는 계속해서 배워나가야 한다.





*네이버 블로그 : ‘낭만의 역할 ‘에서 매달 저의 칼럼들을 모은 월간여름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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