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근한 커피

박순우(박현안)
박순우(박현안) · 쓰는 사람
2023/03/01
  미지근한 커피를 좋아한다. 사실 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잘 쓰지 않는다. 괜히 썼다가 업으로 삼고 있는 분야에 대한 얕은 지식이 탄로 날까 두렵기도 하고, 맛이라는 게 정답은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업을 떠나 어쨌든 나는 미지근한 커피를 좋아한다. 혀를 델만큼 뜨겁지도 않고 머리가 찡해질 만큼 차갑지도 않은 그렇고 그런 뜨뜻미지근한 커피.

  원두 한 스푼을 덜어 그라인더에 넣고 조금 굵은 입자로 갈아 필터에 쏟는다. 팔팔 끓는 100도 가까운 물을 포트에 담아 나선형을 그리며 갈아놓은 원두에  조금씩 붓는다. 모든 걸 녹여버릴 것만 같은 뜨거운 물도 원두입자와 공기, 필터를 거치면 열기를 조금 식히게 된다. 그렇게 내린 드립커피의 온도는 보통 80도 정도.

  80도도 입술에 대기에는 아직 좀 뜨거운 상태다. 내려둔 커피를 잊고 잠깐 다른 일을 하다가 돌아볼 때쯤이면, 커피는 마시기 좋은 상태가 된다. 적당한 온기를 머금어 후후 불지 않아도 되고, 커피가 가진 향과 맛이 한치의 왜곡도 없이 혀에 전해지는 온도. 그때의 커피를 사랑한다. 그 온도가 되면 향을 코로 느끼며 한 모금의 커피를 입안에 잠시 머금었다 목구멍으로 흘려보낸 뒤, 입 안에 맴도는 마지막 여운을 감상한다.

  입천장이 홀라당 까질 것만 같은 온도에서는 맛의 결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음식을 하다가도 너무 뜨거운 상태의 국물을 맛보며 간을 하면 낭패다. 온도는 맛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감추기도 한다. 지나치게 높은 온도의 음식이 입으로 들어오면 덜 짜고 덜 맵게 느껴진다. 그러니 소금이나 간장, 고춧가루 등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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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씁니다.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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